'환골탈태', 올해 R&D(연구·개발) 시장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강도 높은 연구 체질 개선에 나서는 등 체력을 다지면서 새 도약을 위한 잰걸음을 시작한 한 해였다.
경제발전 속도 둔화와 정부의 재정 건전화로 이제 R&D 예산이 과거와 같은 속도로 늘어날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투자 대비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 효율성 개선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이에 정부는 R&D의 '다양화·세분화·전문화'를 핵심으로 한 정면돌파를 시도했다. 국가적 차원의 R&D 청사진을 짜고, 투자 우선순위를 정해 현 R&D 시스템의 대전환을 꿰했다. 이를 통해 미래성장동력을 선점하는 행보가 구체화 됐다.
◇게임의 법칙 바꿨다=
성과확산 기조가 강하게 대두대면서 대중소기업들의 큰 매출 성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바이오·나노' 관련 분야에 정부 연구예산이 몰렸다. 이른바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글로벌 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한 마중물로 800억원을 투입하는 '바이오미래전략 핵심사업'이 착수됐고, 첨단바이오의약품 산업 지원을 위해 향후 3년 간 400억을 지원하는 계획도 내놨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국가 R&D 성과를 활용해 창업하거나 신상품을 개발한 공공기술사업화 기업을 2017년까지 1000개(누적) 육성하겠다"며 연구성과 사업화에 대한 강한 의지도 나타냈다.
새로운 시도도 눈에 띄었다. '융합클러스터단' 출범으로 융합R&D가 첫 물꼬를 트고, '서바이벌·토너먼트' 방식의 R&D도 처음으로 추진되는 등 이제껏 시도하지 않던 R&D 시스템이 기획·추진됐다.
융합클러스터는 생명과 화학, 기계 등 '학과제'식으로 운영되는 출연연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진단에서 출발한 사업이다. '빅데이터 기반 모사현실 융합클러스터' 등 총 20개의 융합클러스터단이 올해 운영되거나 출범했고, 총 234개 기관, 928명 연구자가 참여했다.
기초연구 패러다임을 '선진국 추격형'에서 '세계 선도형'으로 전환하기 위한 본격적인 지원도 이뤄졌다. 2025년까지 세계 톱 클래스 연구자 1000명을 양성하고, 기초연구를 통한 세계 1등 기술 10개 창출 등을 기대효과로 내세운 구체적인 방안들이 제시됐다. △출연연 역할 재정립 △중소·중견기업 지원 △R&D 기획 및 관리체계 개선 △국가 차원의 컨트롤타워 설립 등을 골자로 한 'R&D 혁신방안'도 내놨다.
하지만 혁신안은 출연연과 적잖은 마찰음을 빚었다. 예산배정 효율성을 빼면 특별한 매력이 없다는 지적과 함께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국회예산처 등 곳곳에서 나왔다.
◇국민체감도 높였다
세월호·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재난'에 방점을 찍은 R&D가 본격화됐다. 국민안전을 위한 R&D가 첫발을 내딛은 것. "제2의 '세월호 사고'·'메르스 사태'는 없다"는 구호아래 미래부는 '재난과학기술 개발 10개년 로드맵'을 내놨다. △집중호우 모델링 △돌발홍수 예측시스템 △해양기름 제거 로봇 △훈련용 4D 재난체험 시뮬레이터 등을 개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메르스 등 국내 유입 가능성이 높은 고위험 바이러스 감염질환에 대한 진단 키트를 개발하고, 국제협력 네트워크 구축을 통해 진단 키트의 효능 검증과 실용화를 앞당기는 연구도 추진했다.
◇더 크고 빠르게 간다
5세대(G) 이동통신·무인자율주행차·무인기(드론) 등 첨단 기술의 국제표준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도 본격화했다. 미래부의 'K-ICT 표준화전략맵'은 5G 이동통신과 사물인터넷(IoT) 등 ICT 신산업분야를 포괄하고, 정보보호 분야를 핀테크, 헬스케어 등 보안 영역별로 세분화하는 등 급속한 ICT 기술발전 추세를 반영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그밖에 토종 기술로 만든 '스마트 원자로'가 중동에 수출됐고, '제2의 지구'를 찾는 거대마젤란망원경 개발을 한국 연구자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하면서 대형연구 추진에 기폭제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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