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단말기 시장 혼란 가중시키는 정부

머니투데이 성연광 기자 | 2015.12.18 08:52
휴대폰 단말기 지원금 상한선 제도가 다시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습니다. 정부가 16일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공시 지원금을 포함한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유통법)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던 게 발단입니다. 이를 두고 내년에 지원금이 두 배 가까이 오른다거나 지원금 상한선제가 조기 폐지될 수 있다는 언론 기사들이 쏟아졌습니다.

정작 이 제도의 소관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잘못된 해석'이라며 정색하고 나섰습니다. 지원금 상한선 제도가 제정 취지대로 스마트폰 출고가 인하를 유도하고 다양한 중저가폰 출시로 이어지는 등 소비자 편익과 단말기 시장구조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현행 상한선을 바꿀 필요가 있겠느냐는 설명입니다.

단말기 상한선 제도란 단말기유통법에 따라 출시 후 15개월이 넘지 않는 최신 단말기에 지급할 수 있는 최대 지원금 액수를 일정액(현재 33만원)으로 제한하는 것으로, 3년 후 자동 폐지되는 일몰조항입니다.

보조금 과열 경쟁을 막고 단말기 출고가와 요금 인하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취지였지만, 법 시행 이후 줄곧 논란이 돼왔습니다. LG전자는 이용자들의 단말기 초기 구입 비용 부담이 가중되고 단말기 시장도 위축된다며 조기 폐지를 정부에 건의했습니다. 일부 이용자들은 지난 10월 이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올초 '갤럭시S6'를 비롯해 국내 프리미엄폰 출고가가 줄줄이 인하됐고, 40만원대 루나폰를 비롯해 중저가폰들이 소비자들의 적잖은 호응을 받았습니다. 국내시장에서 위세가 커진 아이폰에 대응하기 위한 제조사들의 자발적인 시장 조치로도 보입니다. 중저가폰 출시 붐 역시 스마트폰 사양의 상향 평준화와 맞물려 '가격'에 눈길을 돌리고 있는 소비 패턴 변화로도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원금을 일정액 이상 올리지 못하도록 막은 지원금 상한선 제도의 영향도 부인하긴 어렵습니다.

방통위가 지원금 상한선을 손보기에 적절치 않은 시점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3년 일몰 시점인 내후년까지 현행 지원금 상한액 33만원이 유지될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법률에 의하면, 방통위는 시장 상황에 따라 주기적(평균 6개월)으로 지원금 상한선을 조정할 수 있도록 돼 있기 때문입니다. 내년 시장 변동에 따라 당장 상한선이 올라갈 수도 내려갈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문제는 정부 스스로 이 같은 논란을 자초했다는 점입니다. 내년 경제정책방향은 각 부처들의 의견을 모아 기획재정부가 종합 정리해 발표하는 형식을 취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구체적인 설명도 없이 내년 6월까지 지원금을 포함해 단말기유통법 제도 개선안을 내놓겠다고 명시돼 있으니, 이를 규제 완화로 해석될 여지가 충분했습니다. 그것도 소비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소개됐으니 말이죠. 여기에 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기재부 관계자들의 익명 멘트들이 혼선을 더욱 부추겼습니다. 단통법 시행 효과에 대해 불협화음이 있음을 스스로 노출하고 있다는 지적도 이 때문입니다.


논란이 확대되자 뒤늦게 기재부, 방통위, 미래부는 어제 저녁 공동 해명자료를 내고 "3개 부처간 충분한 사전협의를 거쳐 합의된 사항으로, 현재로선 구체적인 방향 등이 검토된 바 없다"며 사태수습에 나선 모양새입니다.

아무런 방향도 없이 시장에서 충분히 '오해'를 살 만한 내용을 굳이 내년도 정부정책방향에 끼워 넣은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시장이나 소비자를 혼란스럽게 하는 데 말입니다.

지원금 인상에 대한 섣부른 기대감이 대기 수요를 촉발해 오히려 또 다른 시장 위축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제 자리를 잡기 시작한 중저가폰 시장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이 보편화 되는 상황에서 지원금 상한액을 올리면 소비가 대폭 늘어날 수 있을 지도 의문입니다.

단말기유통법은 그 시행 효과를 두고 여전히 서로 다른 시각들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가령, 고가폰 대신 중저가폰 판매가 늘어난 것을 두고 한편에서는 '합리적 소비 정착'으로 반대편에서는 '소비심리 위축'으로 보는 식입니다. 관련 정부 정책 역시 그만한 신중한 정책방향과 집행, 무엇보다 명확한 소통이 필요합니다.

한동안 잠잠했던 단말기유통법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정부 스스로 부활시켰다는 점이 지켜보기 애처로울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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