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납품비리 이유로 우유시장 정상화 포기 안된다

머니투데이 민동훈 기자 | 2015.12.18 03:50
"소비부진 타개와 우유재고 감축을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었는데 하필 이 시점에 오너 일가가 개입된 비리사건이 터져 그간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됐네요."(A우유업체 관계자)

유업계가 최근 불거진 비리사태에 허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하필 우유소비가 급감하는 겨울방학을 앞두고 서울우유와 매일유업 최고경영자와 오너일가가 포함된 납품비리사건이 터져서다.

2013년 남양유업 갑질 논란으로 소비자들의 집중포화를 받았던 경험이 있던지라 유업계가 받아들이는 이번 사태의 충격은 예사롭지 않은 모습이다.

특히 유업계 비리가 유제품 가격 상승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검찰 발표는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우유가 안 팔려서 어렵다더니 뒤통수를 맞았다'는 비난에 해당 업체들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도덕적 비난과는 별개로 유업계가 처한 냉혹한 현실을 제대로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당장 사상 최대치를 나타내고 있는 우유 재고는 국내 우유 업체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 게 사실이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평소 9만톤 수준이었던 우유 재고량은 지난해 23만2000톤으로 늘어난 뒤 올해 10월에는 25만2225톤까지 증가했다. 올 겨울방학을 기점으로 사상 최대 재고량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소비가 줄면 생산도 같이 줄여야 하는 게 시장경제의 기본원리다. 하지만 현행 '원유가격연동제' 아래에선 이러한 정상적인 시장기능이 불가하다. 원유가격연동제는 원유생산비와 물가상승률 등 생산비에 따라 가격을 결정하는 구조다. 항상 인하 요인보다 상승 요인이 많을 수 밖 에 없다. 원유가격연동제를 당장 폐지하기 어렵더라도 수급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보완책이라도 필요한 이유다.

물론 이번에 적발된 유업계 비리는 합당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 유업체들도 치열한 반성과 자정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사상 최악의 위기에 처한 유업계는 그동안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등 기간산업 역할을 해왔다. 우유 산업은 비리만 걷어내면 여전히 국민들에게 충분히 이로운 분야다. 비리사건을 이유로 우유시장 정상화 노력까지 폄훼되거나 폐기처분 되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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