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람 살리는데 이유가 필요한가요"

머니투데이 배규민 기자 | 2015.12.18 06:10

[피플]골수 기증한 (주)한라 건축사업관리팀 심홍섭 대리 "어머니 설득하는 게 가장 힘들었어요"

(주)한라 건축사업관리팀 심홍섭 대리

"할 수 있으니까 했어요."(웃음)

얼굴도 모르는 사람에게 자신의 신체 일부를 아무 조건 없이 나눠주는 게 정말 쉬울까. 심홍섭 한라 건축사업관리팀 대리(32)의 대답은 간단했다.

그는 4년 전 골수이식을 했다. 고등학교 때 우연히 헌혈의집 앞에 있는 ‘헌혈 부족’ 표지판을 보고 헌혈을 시작한 게 인연이 됐다. 헌혈을 하던 어느 날 간호사에게 골수기증을 권유받았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신청서를 작성했다.

그로부터 2년 뒤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그의 골수가 아이 둘을 둔 젊은 어머니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세부검사 결과 '100%' 일치로 나왔다. 피를 나눈 가족들도 100% 일치가 쉽지 않은데 정말 드문 경우라고 했다.

골수이식에 동의했지만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우선 고향에 계신 부모님을 안심시켜야 했다. "어머니께 엄청 혼났죠. 너무 많이 걱정하셔서 자주 전화 드리고 위험하지 않다고 설명드렸어요."

전화를 받고 골수이식을 할 때까지 총 6개월이 걸렸다. 당시 대구백화점 공사현장에 있던 그는 대구와 서울을 오가며 검사를 받았다.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어서 시간을 내는 게 쉽지 않더라고요. 같이 일한 직원들에게 고맙고 미안했죠."

그도 도중에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음식섭취도 가려서 하고 입원 1주일 전부터는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한다. "중간에 그만두면 환자가 더 위험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세포를 이식받기 위해 몸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죠. 그 이야기를 듣고 정신이 들었어요."

그가 하는 골수이식은 뼈에서 직접 이식하는 방법이 아닌 조혈모세포 이식이다. 암세포와 환자 자신의 조혈모세포를 제거한 다음 새로운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치료법이다. 사흘 휴가를 내고 병원에 입원한 그는 여러 가지 검사를 받고 5시간 동안 조혈모세포를 뽑아냈다.


"퇴원 전날 밤 병원 창문으로 서울시내 전경을 바라봤어요. 그렇게 행복하고 뿌듯할 수가 없었어요. 세상에 태어나 사람 하나를 살렸구나 하는 느낌요. 웃기죠?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지고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골수이식으로 환자가 완쾌됐는지는 알 수 없다. 혹시 좋지 않은 결과가 생겼을 때 기증자가 죄책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결과에 상관없이 알려주지 않는다고 한다.

"병원에 입원했을 때도 직접 만나서 힘내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같은 병원에 있는지도 알려주지 않더라고요. 지금 아이들과 행복하게 살고 계실 거라 믿고 있어요."

그의 행동에 주위의 반응이 좋기만 하진 않았다. 친척도, 가족도 아닌데 왜 굳이 하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그는 장기기증에도 동의했다. "그 수혜자가 제 가족이 될 수도 있는 것이 아닐까요. 할 수 있을 때 하고 기회가 되면 뭐든지 하는 삶을 살고 싶어요."

"한국은 골수이식에 동의하는 등록자가 많지 않아요. 등록만 많이 해도 많은 환자에게 기회가 생기는데 말이죠. 후유증은 없고 평생 가슴 따뜻하게 살 수 있어요. 전 지금도 너무 건강합니다."

활짝 웃는 그의 모습이 천사와도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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