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평의 플랫폼] 시민이 중심이 되는 문화도시

머니투데이 이현식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 문학평론가 | 2015.12.18 08:06

<19> 문화적 거버넌스로서의 생활문화센터

편집자주 | ‘비평의 플랫폼’은 공연, 전시, 출판, 미디어에 대한 리뷰와 더불어 우리 사회의 이슈를 문화비평의 시각으로 의미를 분석하고 실천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코너입니다. 각 분야 비평가들의 깊이 있는 시각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읽을 수 있을 것입니다. ‘비평의 플랫폼’은 인천문화재단이 발행하는 격월간 문화비평웹진 '플랫폼'(platform.ifac.or.kr)에 게재된 글을 신문기사의 형식에 맞도록 분량을 줄인 글입니다. '플랫폼' 홈페이지에 오시면 전문을 읽을 수 있습니다.

한 도시의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법은 간단하지 않다. 그것은 현실 자체가 단순하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 현실은 훨씬 구체적이고 구조적이고 복잡하다. 어떤 하나의 요인이 일방적으로 작용하여 현실을 일거에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소박한 낙관론이다. 우리가 거버넌스(governance), 협치(協治)에 주목하는 것은 이것이야 말로 문제를 해결하는 다양한 요인과 그것들의 관계를 통해 합리적 해결 방식을 찾아가는 방법론이기 때문에 그렇다.

생활문화센터는 2014년부터 지정되기 시작해서 국비와 지방비를 합해 여러 지역에서 현재 개소되었거나 개소를 준비중이다. 앞으로 문화체육관광부는 생활문화센터를 지속적으로 전국적 범위로 늘려나갈 방침이라고 한다. 인천도 2016년 상반기 개관을 목표로 인천아트플랫폼 일부를 리모델링하여 거점형 생활문화센터를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전국적으로 지정되고 있는 생활문화센터는 정형화된 틀이 따로 정해지지는 않았다. 각 지역마다 여러 운영 유형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활문화센터는 새로운 문화정책의 실험적 성격이 강하다. 자칫 잘못하다 보면 기존의 문화의 집이나 문화원, 혹은 주민자치센터에서 시행하는 문화교실과 유사한 역할을 하는 것에 그칠 수도 있다. 그렇지 않고 성공한다면 기존의 문화정책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는 새로운 모델로 각광받을 수 있다.

생활문화센터를 중앙정부가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배경에는 문화의 주체가 예술가와 더불어 시민에 있음을 확고히 하려는 뜻이 자리 잡고 있다. 문화 창조와 향유의 주체로서 시민의 역할을 더욱 분명히 하고 또 확대해 나감으로써 문화 전반의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건데, 시민들이 문화의 주체가 되는 거점이 바로 생활문화센터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문화정책의 주된 측면은 예술가 및 예술장르 중심의 지원 및 육성에 핵심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화시설의 조성과 운영도 따지고 보면 예술 정책이었다. 여기에는 예술가는 창작자이고 시민은 수혜자, 관람객이라는 이분법이 작용하고 있다. 시민은 문화예술의 향유자라는 생각이 고정관념처럼 자리잡아온 결과이다. 그렇지만 생활문화센터의 설립 배경에는 시민이 문화의 향유는 물론이고 창조의 주체이기도 하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으며 예술가 역시 시민 가운데 존재해야 한다는 철학이 깔려있다. 결국 생활문화센터는 문화정책의 변화를 상징하고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생활문화센터는 시민 중심의 새로운 문화정책의 성패를 가르는 시금석이 되는 것이다.


생활문화센터의 성공 여부를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잣대 중 하나가 바로 문화의 거버넌스이다. 인천의 경우 생활문화센터를 기반으로 이런 거버넌스를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지를 중점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시설의 조성부터 운영에 이르기까지 공급자 중심이 아니라 수요자 중심의 공간과 운영이 될 수 있도록 고심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이다. 물론 거버넌스가 어느 날 갑자기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여러 시행착오를 각오하고 준비기간을 상정하면서 운영의 묘를 찾아나가야 하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거버넌스가 형성되고 성숙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생활문화센터의 성공 여부는 시민중심의 문화도시로 나아가는 데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그런데 생활문화센터에서 거버넌스는 기본적으로 주민이 얼마나 문화적인 주체성과 자발성을 가졌는지가 기본 조건이 된다. 하지만 주민이 문화적 주체성이나 자발성을 갖도록 하는 것이 계몽적인 방식으로 주입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전문가 중심의 문화 개념이나 관념에서 벗어나 주민들의 생활 속에서 필요한 수요나 일상적 요구들을 찾아내 문화와 연계시켜내는 것이 중요하다. 문화매개자나 기획자가 할 일은 이런 것이다. 그렇게 해야 생활문화센터 운영의 주체로 주민이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생활문화센터는 다시 정형화된 프로그램을 공급하고 그것을 주민들이 수동적으로 이용하는 기존 문화시설과 다를 바가 없게 된다. 더구나 그렇게 되다보면 지자체에서 운영비에 목을 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요컨대 인천이 지향하는 생활문화센터는 문화를 매개로 주민이 직접 운영의 결정권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되어야 진정한 거버넌스의 첫 출발이 될 수 있고 지속가능한 생활문화센터가 될 수 있다.

재정적인 측면에서도 생활문화센터가 어느 정도 자립화 모델을 찾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이다. 회원제의 형태이건 후원 구조를 만들건 이곳이 진정 주민들의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그런 자생적인 토대를 필요로 한다. 재정 전체를 지자체에 의존하는 방식으로서는 주체성과 자발성을 만들어 내기 어려운 것이다. 결국 재정과 운영, 프로그램 면에서 시민들의 주체성과 자발성을 이끌어내야 하는 것이 생활문화센터의 과제이다. 그렇게 해서 적정한 수준에서 자립화를 향한 운영 방향이 뿌리를 내릴 때에 거버넌스가 싹을 틔울 수 있다. 결과는 달라도 생활문화센터가 가야할 과정은 이런 것이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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