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 리스크관리법, 집값 20% 폭락해도 손실 50억 미만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15.12.18 08:31

[재무&전략]김수광 메리츠종금증권 경영지원본부장(CFO)

편집자주 | 재무와 전략은 기업의 실과 바늘입니다. 사업구조의 변화를 토대로 주가를 예측하려면 두 요인을 함께 들여다봐야 합니다. 물밑에서 어떤 그림이 그려지고 있는지 한땀한땀 소중한 정보를 전해드리려 합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증권가 연구대상 1호다. 대형 증권사를 제치고 수익성 1위를 달리면서 경쟁 증권사의 부러움과 시샘을 한몸에 받고 있다.

올 3분기 순이익만 709억원에 달한다. 3분기 700억원대 순이익을 기록한 곳은 국내 57개 증권사 중 메리츠종금증권이 유일하다. 지난 여름 급락장을 거치면서 핵심 영업이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점에서 진검승부가 이뤄졌다는 평가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2400억원을 넘는다.

◇ 발상의 전환, '선수'들이 먼저 찾는 증권사로 = 메리츠종금증권은 2000년대까지만 해도 채권시장에서 간간이 명함을 내밀던 20위권의 소형 증권사였다. IB(투자은행)와 위탁매매에서는 존재감이 없었고 WM(자산관리) 사업을 펼만한 인지도나 지점 영업력도 없었다.

변방에 머물던 메리츠종금증권이 비상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 메리츠종금과 합병해 종금업 라이선스를 획득하면서부터였다. 골드만삭스·크레디트스위스 출신의 최희문 대표가 부임한 것도 이 시기였다. 최 대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아수라장이 된 부동산 등 기업금융시장에서 답을 찾았다.

김수광 메리츠종금증권 경영지원본부장(CFO·사진)은 "대다수 증권사 실적이 증권거래대금 감소로 뒷걸음질친 와중에 실적 고공행진을 이어갈 수 있었던 게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 누적 순영업수익 5745억원 가운데 기업금융 수익은 절반(2653억원)에 달한다.

전체 금융권이 미분양 공포에 사로잡혀 대기업그룹 계열의 내로라하는 건설사까지 문전박대할 때 메리츠종금증권이 내놓은 무기는 미분양담보대출확약(이하 미담확약)이었다. 미담확약은 건물이 지어진 뒤 미분양이 발생할 경우 이를 담보로 증권사 등 금융사가 사업자에게 대출을 해줘서 사업자가 기존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갚도록 하는 보험 성격의 약정이다.

확약금액의 1~1.5%를 연간 수수료로 챙기는데 미분양이 발생하지 않으면 대출 없이 수수료만 받는다. 2011년 미담확약을 시작한 이후 만기를 맞은 100여건 가운데 실제 대출이 실행된 약정은 1건뿐이다. 당시 대출금 300억원도 만기 전에 전액 상환받았다.

지난 9월 말 기준 미담확약 잔액은 3조9160억원이다. 일부 분양돼 대출의무가 줄어든 약정을 감안한 실질잔액은 2조3000억원 수준이다.

◇종금업 비즈니스 리스크관리의 산물 = 내년 부동산 경기 위축 전망이 나오면서 일각에서 2조원이 넘는 자금이 우발채무로 문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지만 메리츠종금증권만의 대출구조를 모르는 얘기다. 일단 미분양이 발생한다고 해서 무조건 대출이 진행되는 구조가 아니다. 사업자가 수익을 남기는 마지노선까지는 미분양이 생겨도 대출이 진행되지 않는다.


이를테면 사업자가 80억원을 들여 건물을 짓고 전체 100억원에 분양한다고 하면 20%가 미분양되더라도 메리츠종금증권이 부담할 대출이 없다.

또 미담확약의 LTV(주택담보인정비율)가 시중은행보다 낮은 평균 45%라서 100억원짜리 부동산에 대한 대출한도가 45억원에 그치기 때문에 담보가치도 높다. 미분양 물량에 대해 실행된 대출금을 할인분양 등을 통해 되돌려받기에 충분하다는 얘기다.

미담확약 대출이 나가는 시기나 만기 역시 분산돼 있어서 최대한 많이 실행되는 경우를 가정해도 월평균 500여억원에 그친다. 최근 1년 월평균 대출금 1500억원의 35% 수준이다.

김 본부장은 "이런 구조 때문에 내년 전국 부동산 시세가 일제히 20% 떨어지더라도 메리츠종금증권이 부담해야 할 손실액은 50억원에 못 미친다"고 말했다. 1998년 IMF 외환위기 당시 전국 아파트지수는 13개월 동안 고점 대비 15.1% 하락하는 데 그쳤다. 2008년 금융위기 때는 7개월 동안 8.7% 떨어졌다.

메리츠종금증권이 미담확약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정교한 위험관리와 종금업을 활용한 높은 자본활용도 때문이다. 기업금융부문에서 발생하는 대출에 대해 종금자산에서 대출액의 8%만 차감하면 되기 때문에 자기자본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여력이 크다. 시장에서 가장 위험하다고 여겼던 투자가 안전하고 수익성 높은 투자로 뒤바뀌는 마술이 여기에서 나온다.

메리츠종금증권의 ROE(자기자본이익률)는 3분기 말 기준으로 연환산 30%에 육박한다. 올해 대형 증권사의 연간 ROE는 6~9%로 추정된다. 지난해 증권사 평균 ROE는 4.1%였다. 메리츠종금증권은 현재 1조6920억원의 자기자본을 종금업 라이선스가 만료되는 2020년까지 자체 수익만으로 IB 지정 요건인 3조원까지 늘릴 계획이다.

김 본부장은 "업계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180도 달라진 걸 느낀다"며 "몇 년 전만 해도 '선수'들을 영입하려고 만나자고 하면 이리저리 재기 바빴던 이들이 요즘엔 오히려 먼저 찾아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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