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곡소리' 들릴 때가 장기 주식투자할 때

머니투데이 김재호 리딩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 2015.12.17 09:30

[주식시장 뒤집기]증시하락기에 우량주 분할매수하며 참고 기다리기

편집자주 | 등락을 반복하는 주식시장에서 탐욕과 공포를 조절하여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는 길을 찾아봅니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지난 여름 증시가 하락 반전한 뒤 부진한 모습이 이어지면서 견디기 힘들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많이 들린다.

전직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 출신들의 개인사무실이 밀집해 있는 여의도의 한 빌딩(이 빌딩은 전직 애널리스트와 펀드매니저들이 많이 몰려 있다 해서 빌딩 이름을 따 속칭 '에스트레뉴 자산운용'이라 부른다)을 비롯해서 여의도에 산재해 있는 전문가 수준의 퇴직 전업투자자들도 보유 종목의 수익률 하락으로 고통을 받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심지어 어떤 이들은 사무실 유지비를 내기가 힘들어 방을 뺀다는 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린다.

종합주가지수는 연초와 비슷한 수준이고, 거래소 소형주 지수는 연초에 비해서는 10% 이상 상승한 상태이지만, 금년 여름 고점 수준에서는 20% 이상 하락한 상태여서 체감 고통지수는 매우 높다. 어떤 사람은 최초 투자자금에서 10억원을 넘는 큰 돈을 벌어서 고급 외제 자동차를 하나 샀는데, 지금은 보유 주식 가치가 거의 제로에 가까운 상태로 떨어졌다며 그나마 자동차 한 대라도 건져 다행이라고 스스로 위로하고 있다고 한다.

어떤 자산이든 싸게 사서 비싸게 팔면 좋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실제로 바닥에 사서 꼭지에 파는 건 어렵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으니 무릎에 사서 어깨에 팔라고 한다. 즉, 바닥을 확인하고 돌아서는 것을 확인한 뒤 매수하고, 정점을 찍고 하락추세에 다시 진입하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팔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도 실행에 옮기기는 무척 어렵다.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주가가 한참 오른 뒤에 여기저기서 얘기를 듣고 나서 뒤늦게 주식을 사게 된다. 물론, 그런 주식의 경우에도 당연히 많이 올랐지만 이러저러한 이유로 추가 상승 여력이 50%니, 100%니, 목표주가까지 갈려면 아직 멀었다는 얘기 정도 듣고 투자를 하게 되는 경우가 태반이지만, 돌이켜 보면 매수시점이 거의 고점 근처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하락추세를 확인한 이후에도 처음 매수했을 시점의 기대감을 갖고 버티고 버티다가 결국에는 주가가 거의 저점 근처에 도달했을 때 항복하고 주식을 판다. 만약 이 과정에 신용으로 빌려서 투자를 했다면 원금마저 고스란히 날리기 십상이다. 주식시장은 잔인하고 냉정하다. 대개 일반투자자들의 항복을 받아낸 이후에 주식은 다시 반등하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투자자들은 왜 이런 매매를 하게 될까? 대부분의 경우 단기에 높은 수익을 얻고자 하는 조급한 마음 때문에 그런 경우가 많다. 마음이 급해지면 단기에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기적인 종목을 찾게 되고, 그런 종목에 신용이라도 쓰게 되면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 원금 전체를 다 날려 버리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그래서 주식은 여유자금으로 하라고 하는 건데, 주식투자를 통해 여유자금을 마련하려는 일반투자자들에게는 참 어려운 이야기이다. 하지만 실제로 여유자금으로 장기투자를 해서 주식투자에 성공하는 사람들도 꽤 있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 강남에 있는 투자자문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을 때 거래증권사 지점장이 자기 지점에 나이 드신 고객이 있는데 거의 2년 이상 계속 기아차 주식만 보유하면서 빠질 때마다 더 매수한다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2007년~2008년 무렵 기아차 주가는 1만7000원 수준에서 1만원대까지 오르락내리락하다가 금융위기 당시에는 6000원을 하회하기도 했다. 아마 이 분이 매수한 가격대는 평균 1만원 근처였을 거로 보인다. 사실 일반투자자들 같으면 거의 2년에 가까운 기간 동안 1만7000원 하던 주가가 6000원까지 하락했다면 버티지 못하고 매도해 버리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분은 하락기에 분할 매수를 하면서 끝까지 기다렸다가 큰 수익을 내고 주식을 처분했다. 기아차 주가는 금융위기 이후 불과 2년 만에 8만4000원까지 상승했다.

그러면 이런 투자가 가능한 이유는 뭘까? 조급하지 않은 마음과 긴 시간을 인내할 수 있는 자금력이라고 볼 수 있다. 장기적으로 주식투자는 돈과 시간이 있으면 이길 수 있는 게임이다.

물론 좋은 주식을 골라낼 수 있는 능력도 있어야겠지만, 부도가 나서 상장폐지가 되지 않는 한 주식은 항상 오르내림을 끊임없이 반복하기에 시장의 부침을 견뎌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여유있는 마음으로 주식투자를 할 수 있으려면 자금의 규모가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금의 성격이 더 중요하다. 규모는 작더라도 여유자금으로 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가 저성장국면으로 진입해 있음을 감안하면 앞으로 금리가 오른다 하더라도 2%에도 못 미치는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의미 있는 수준으로 올라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선진국 기업들처럼 한국 기업들도 과거처럼 빠른 성장이 쉽지 않은 환경이 되면서 투자를 위한 유보자금을 늘리기 보다는 배당을 높일 가능성도 더 높아졌다. 그리고 지난 10년간 개인소득보다 기업소득의 증가속도가 더욱 빨랐던 점을 감안하면 기업소득을 간접적으로 획득할 수 있는 주식투자를 멀리할 이유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비록 현재 상황이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다 하고, 유가가 다시 하락하면서 글로벌 경제의 불안감이 더 높아졌다 하지만, 장기투자자 입장에서는 주가가 많이 빠져 장부가치에 미치지 못하는 종목이 속출하고 있는 요즘과 같은 지지부진한 약세장이 싼 가격에 주식을 채울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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