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엘라의 초콜릿박스] 겨울 나그네

머니투데이 노엘라 바이올리니스트겸작가 | 2015.12.16 03:10
겨울 하면 가장 많이 떠오르는 클래식 음악은 단연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일 것이다. 겨울은 누군가에겐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것이지만 누군가에겐 한없이 냉정하고 매서운 것이기도 하다. 슈베르트의 겨울은 차갑고 시린 후자의 것이었다.

슈베르트는 빌헬름 밀러의 시에 곡을 붙여 ‘겨울 나그네’를 완성한다. 원제는 겨울여행으로 사랑을 잃은 남자가 겨울여행을 떠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총 24개의 노래로 되어있는 이 연가곡은 슈베르트의 최고의 걸작품으로 그는 이 곡을 작곡하고 이듬해에 세상을 떠난다. 죽음이라는 긴 여행을 떠나기 전 쓴 ‘겨울나그네’. 다가올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듯한 이 음악은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슈베르트는 가난했다. 그는 자신의 음악을 ‘재능과 가난의 산물’이라 표현했다. 그는 내성적이었고 과시하는 법을 몰랐다. 사람들은 그의 음악을 알아주지 않았다. 그는 잘생기지 않았고 표현에 서툴렀다. 그는 늘 사랑에 실패했고 사창가에서 매독에 걸린다. 서럽고 고독했으리라.

‘겨울나그네’를 작곡할 당시 그는 굶주리고 병들어 있었다. 하지만 그는 이 곡을 작곡하고 난 후 친구들에게 ‘가장 마음에 드는 곡’이라고 소개한다. ‘겨울나그네’에는 시련과 고통의 그림자가 깊이 드리워져 있다. 하지만 그 우울과 절망 속에서 노래는 더없이 순수하고 아름답게 피어난다. 그리고 그것은 위로의 선율이 되어 우리의 가슴을 파고든다. ‘보리수’의 가사처럼 우리는 그의 음악의 그늘에서 ‘단 꿈을 보고’, ‘안식을 찾는다.’


“내가 사랑을 노래하려고 하면 사랑은 고통이 되었고, 고통을 노래하려고 하면 고통은 사랑이 되었다.” 슈베르트의 '나의 꿈'이라는 글귀 중 하나다. 사랑과 삶의 고통을 노래하는 ‘겨울나그네’는 그렇게 사랑이 되고 위로가 되어 우리의 마음 속에 눈송이가 되어 내린다.

겨울여행의 끝에 나그네는 마을 변두리에서 거리의 악사를 만난다. “곱은 손으로 손풍금을 타는 늙은 악사… 아무도 들어주지 않고 쳐다보지 않네. 개들만 모여들어 노인을 향해 짖어대네.” 슈베르트는 생의 끝 쪽에 서있는 거리의 악사에게서 자신을 보았을 지 모르겠다. 그와 함께 길을 떠나는 장면에서 ‘겨울나그네’의 ‘겨울여행’은 끝이 난다. 어쩌면 그 길에서 그는 새로운 희망을 꿈꾸지 않았을까? 그 떠나는 길이 설령 죽음으로 완성되는 안식처일지라도.

“우리는 행복이 우리가 경험했던 것들로부터 나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상 행복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것이다” -슈베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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