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안철수의 '새정치' 저작권

머니투데이 김영선 기자 | 2015.12.14 06:04

[the300]

1년 9개월만에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스스로 만든 당을 떠났다.

탈당 기자회견을 열기 직전인 13일 새벽까지 안 전 대표의 고민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안 전 대표는 문재인 대표가 '빈손'으로 자신의 집을 찾아왔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자회견문을 여러 버전으로 써놨다는게 안 전대표 측근들의 말이다.

회견 당일 오전까지도 안 전 대표 측은 "아직 어떤걸로 발표할지 컨펌이 안났다"며 "문 대표 측에서 갑자기 (혁신전대 하겠다는) 제안을 할 수도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문 대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온 박병석 의원을 만난 측근들은 "문 대표와 안 전 대표가 통화중"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안 전 대표의 결심은 기자회견 20분 전만 해도 결정되지 않았던 셈이다.

안 전 대표의 결정을 확인할 수 있었던 건 기자회견 5분 전이었다. 문 대표와 통화에서도 답을 찾지 못한 안 전 대표는 기자회견장으로 이동 중 참모들에게 기존에 준비했던 탈당 회견문을 배포토록 지시했다.

합당 직후부터 이후 안 전 대표는 기자들로부터 줄곧 '탈당' 질문을 받았다. 안 전 대표는 그럴 때마다 탈당 가능성에 선을 분명히 그어왔다.

그러던 안 전 대표가 탈당을 결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를 안 전 대표 측은 '모욕'이라 표현했다. 혁신을 염원하는 안 전 대표의 '진정성'이 시덥잖게 치부됐다는 것이다.

안 전 대표의 트레이드마크인 '새정치'가 이젠 진부한 레토릭이 됐다곤 하지만 생각해보면 그 진부한 레토릭마저 외치는 사람은 안 전 대표밖에 없긴 했다.
안 전 대표가 미적거리긴 하지만 거짓을 말한 적은 없다는 안 전대표 측의 말도 거짓은 아니다. 탈당으로 끝이 났지만 혁신을 바라는 진정성만은 진짜였기를 바라는 건 야권 지지자들로서는 최소한의 자존심일 것이다.

"호랑이굴에 들어가 호랑이를 잡겠다"던 안 전 대표는 "대표직을 하며 속성으로 정치를 배웠"고 이제 "당 안에서 혁신이 안 되니 밖에 나가 강한 충격을 주겠다"고 했다.
'새정치'의 저작권은 아직 안 전 대표에게 있다. 눈앞의 이득을 떠나 그 '저작권'을 지켜갈지 판명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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