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차단속원 뽑는데 '외국어' 면접을?…고령자 내치기 논란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 2015.12.09 05:29

서울시, 내년 교통지도단속 공무원 시험에 '전산능력·외국어' 평가도입…"고령자 배제 의도 아니냐" 논란

서울시 주차단속원들이 도로변에 불법주차 돼 있는 차량을 단속하기 위해 차량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남형도 기자

서울시가 내년부터 도로에서 불법주·정차 등을 적발하는 교통지도단속 공무원 채용에 '전산활용 평가'와 '외국어능력 평가'를 처음 도입키로 했다. 단속업무와 큰 연관이 없는 외국어시험 등을 도입해 고령자가 대다수인 교통지도단속 공무원 구조를 바꾸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논란이 일고 있다.

8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5일 '교통지도단속 공무원' 채용 계획을 이 같이 확정해 오는 18일 채용공고를 낼 예정이다.

해당 계획에 따르면 내년부터 교통지도단속 공무원 채용시험에 '전산활용평가'와 '외국어능력 평가'가 첫 도입된다. 경쟁력 있는 단속공무원을 뽑는단 목표로 전산활용평가는 필기시험과 면접시험에, 외국어능력 평가는 면접시험에 도입될 예정이다.

기존에는 전산활용평가와 외국어능력 평가 없이 △공무원 복무자세 및 윤리 △도로교통법 및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정주요시책 및 일반상식과 직무수행능력 등만 필기와 면접시험을 진행해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기자와의 통화에서 "아무 외국어도 못하는 분이 들어오는 것보다는 주정차 단속을 간단하게라도 영어로 할 수 있도록 면접시험 때 평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산활용능력 평가 도입에 대해서는 "현장단속시 스마트폰 활용 능력이 필요한데 학습이 더딘 분들이 있다"며 "관련 상식문제 3개 정도를 필기시험에 넣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외국어와 전산능력 모두 연령이 높은 고령자일수록 취약할 가능성이 높아 서울시가 고령자들을 내치기 위한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에 따르면 시 교통지도단속 공무원은 올해 기준 총 387명으로, 이중 60세 이상이 전체의 70.6%(273명)를 차지한다. 51~60세도 24.2%(94명)으로 50대 이상이 전체의 94.8%를 차지하는 실정이다.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이에 대해 서울시도 내부문서를 통해 "고령자들이 많아 단속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이를 점진적으로 개선하겠다" 고 밝힌 상태다.

서울시 관계자는 "(단속공무원 고령화를 낮추는 것이) 희망사항이다"라면서 "하지만 법적으로 채용 연령제한을 둘 수 없고 60~65세 필기합격률이 80% 이상이라 애로사항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급격한 채용제도 변경이 장기간 시험을 준비하거나 주요 생계수단으로 도전하려는 고령자들의 진입장벽이 될 수 있어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내년도 교통지도단속 공무원 시험에 관심이 있어 준비해왔다는 고령자 수험생 김 모씨(66)는 "1년여 동안 시험을 준비했는데, 갑작스럽게 외국어 면접을 도입한다고 하니 당황스럽다"며 "불법주·정차 딱지를 떼는 단속업무에 외국어 능력이 중요한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고령자들을 안 뽑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채용제도 개선과 함께 서울시는 전체 단속공무원에 대해 현행 격일제 근무에서 매일 근무로 체계를 함께 바꿀 방침이라 젊은층에 비해 상대적 체력이 부족한 고령자들의 설 자리가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기존에 격일제 근무로 약정한 단속공무원들 사이에선 반발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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