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연말 인사…IMF급 '인사 한파' 분다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홍정표 기자, 김지산 기자 | 2015.12.04 03:20

실적 악화 기업 구조조정 등 영향 임원 30%선 정리하는 기업도 늘어

# 굴지 대기업의 임원으로 있는 50대 초반의 A씨는 몇 일 전 임원계약을 연장하지 못했다. 이제 막 임원된 지 2년째인 그는 아직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가장이다.

# 대기업 홍보를 총괄하던 B 임원은 최근 해임 통보를 받았다. 올해 고생을 많이 한 탓에 승진도 가능하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반대로 옷을 벗었다. 이를 지켜보는 동료들의 가슴도 먹먹하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당시를 연상케 하는 '인사 한파'가 불고 있다. 경기불황 및 불안정한 대외변수 등에 부담을 느낀 주요 기업들이 인력 규모를 줄이는 '다운사이징'에 나섰기 때문.

기업들은 특히 비용 부담이 큰 임원 및 고참급 간부직원 규모를 줄이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 같은 움직임은 4일 단행되는 삼성그룹의 부사장 이하 임원인사에서도 찾아볼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 임원승진자 대폭 줄일 듯

삼성은 이번 임원인사 규모 및 방향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 등 주력 계열사의 실적이 예년만 못한데다 삼성이 2012년을 정점으로 매년 임원 승진자수를 줄여온 점을 감안할 때, 승진자 수는 과거 경제위기 당시 수준으로 대폭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삼성의 임원 승진자 수는 353명으로 2014년(476명)보다 25.8% 줄었다. 2010년(380명) 이후 최저 수준이다. 그러나 최근 경영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올해 승진자 수는 300명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승진자 수를 전년 대비 30% 줄인다고 가정할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2008년 223명, 2009년 247명)으로 떨어질 수 있다.

과거 삼성 임원 승진자 수는 △2009년 247명 △2010년 380명 △2011년 490명 등 매년 100명 이상 증가했고 2012년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501명을 기록했다. 그러나 2013년 중반 이후 삼성전자 등 주력 계열사들의 실적이 주춤하면서 임원 승진 규모가 줄기 시작했다.

삼성 인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임원 승진자 수는 165명으로 2013년(240명)보다 75명(31.3%) 줄었다. 직급별 전년 대비 줄어든 승진자 수는 △부사장 7명(-25.0%) △전무 13명(-28.9%) △상무 55명(-32.9%).

지난해 삼성전자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9.8%, 32.0% 감소했다. 영업이익이 줄어든 만큼 승진자 수도 감소한 셈이다. 수익성 지표인 ROE(자기자본이익률)는 22%에서 15%로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 대에서 7조원 대로 줄어든 만큼,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인력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올해 삼성전자 임원 승진자 수 역시 100명 선 안팎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 외 다른 계열사들의 승진 규모 역시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다운사이징'은 이미 지난해 시작됐다. 지난해 삼성디스플레이는 임원 승진 규모를 48.3% 줄였고, 삼성전기삼성SDI도 각각 38.5%, 21.7% 감축했다.


전자계열사 외에도 삼성엔지니어링삼성중공업이 각각 60.0%, 42.9% 줄였고, 삼성증권(-50%), 삼성카드(-25%), 삼성생명(-7.7%) 등 금융계열사들도 승진자 수가 줄었다.

◇중공업·조선·철강 '계속되는 감원'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10월 그룹 임원 262명 중 31%인 81명을 감축하고 올 초에는 사무직 직원 1000명을 줄였다. 최근에는 사장단 급여 전액을, 임원들은 최대 50% 급여를 반납하기로 했다.

대우조선해양도 8월 임원의 30%를 줄이고 최근엔 부장급 이상 간부 300여명을 감원했다. 최근에는 저성과자를 상시 퇴직시키겠다고 공언했다.

포스코와 동국제강도 조직을 슬림화하면, 인원을 줄이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7월 경영쇄신안을 발표하고 이에 과거 외형 성장을 추구하면 늘어난 조직들을 폐지했다.

14개 부장급 조직을 포함해 총 88개 조직을 없앴다. 이에 따른 여유 인력에 대해서는 6개월 미니 MBA 및 언어능력향상 등을 실시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인력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 3분기 기준 포스코 총 직원수는 1만738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10명 줄었다.

동국제강도 최근 명예퇴직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해 말 유니온스틸 흡수 합병에 따른 조직 정비 과정에서 중복 인력 60여명을 명퇴시켰는데, 올해는 규모를 최소화해 통상적인 자연 퇴직 수준인 20~30명 정도 규모를 진행할 예정이다. 동국제강은 이외에 추가 인력 감축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금융권도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 바람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SC(스탠다드차타드) 은행은 만 40세 이상, 10년 이상 근속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한국SC은행은 이번 희망퇴직을 통해 총 5000명 직원 중 약 20% 수준인 961명을 내보낸다. 1998년 외환 위기 당시 한국SC은행 전신인 제일은행에서 이뤄진 대규모 구조조정 상황을 찍은 '눈물의 비디오'가 17년 만에 재현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국SC은행 관계자는 "이번 희망퇴직을 신청한 직원 중 반려된 사람도 있다"며 "당초 (감축) 목표를 정해놓고 퇴직 신청을 받은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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