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는 현재 금융당국이 마련하고 있는 해외건설 등 수주산업에 대한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이 국내 건설기업들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2일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 주재로 서울 서초구 반포동 JW메리어트호텔에서 열린 건설업계 조찬간담회에 참석한 주요 건설기업 대표들은 "사업장별 원가를 분기별로 공시하는 제도는 경쟁업체에게 영업비밀을 알려주라는 것과 같다"고 입을 모았다.
박기풍 해외건설협회 회장은 "사업장별로 원가를 공개하면 경쟁업체가 국내 건설기업들의 마진율과 입찰가격 등을 가늠할 수 있게 된다"며 "이는 해외 수주경쟁에서 뒤처지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앞서 금융당국은 지난 10월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을 내놓고 내년 1분기부터 총 공사예정원가와 미청구공사잔액에 대한 분기별 공시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공시대상 사업은 전체 매출액의 5% 이상을 차지하는 프로젝트로, 대다수 해외 대형공사가 적용받게 된다는 건설업계 설명이다.
원가 공개 이후 대손충당금 규모 등을 파악한 발주처가 이에 맞춰 입찰가를 낮추게 되면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게 업계 주장이다. 원가 정보가 경쟁업체에게 노출될 경우 국내 기업의 수주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는 것.
박 회장은 "합작으로 입찰경쟁에 참여한 외국업체들도 영업기밀을 왜 공개하냐고 반발할 수 있다"며 "원가 공개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가 상당한 만큼 제도 도입을 연기하거나 사업장별 기준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강 장관은 "해외건설도 양적으론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었지만 수익성 등 부가가치 측면에선 갈 길이 멀다"며 "해외진출을 위한 고급인력이 부족하고 일반 기능인력은 외국인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잘못된 국내 건설관련 제도와 관행을 쇄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수기업에는 기회를, 부실기업은 퇴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도 한국형 상생모델 수출을 위한 적극적인 건설 외교는 물론 '코리아 해외 인프라 펀드' 조성을 통해 금융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간담회 참석자들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대형건설업체 사장은 "정부가 해외건설에 대한 금융지원 정도만 약속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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