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통위 연 8회로 축소해야"…의사록서 첫 언급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 2015.12.01 17:12

“월별 결정주기 짧아 시장 과민 반응”…연내 의결여부 주목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15.11.12/뉴스1<br>
한국은행 안팎에서 ‘설’로만 제기됐던 금융통화위원회 전체회의 축소방안이 한은 내부에서 처음으로 공식 거론됐다. 우리나라도 미국 연준(fed), 유럽중앙은행(ECB), 영란은행(BOE), 일본은행(BOJ) 등 선진국 중앙은행처럼 금리결정 횟수를 연간 8회로 줄이자는 것이다.

1일 한국은행이 공개한 11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현재 한은 금통위는 연간 12회 개최하고 있으나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 예를 보면 통화정책방향결정회의 연 8회 개최가 글로벌 스탠더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 “그동안 논의됐던 회의개최 횟수 축소 문제의 구체적인 방안 등에 대한 검토를 본격화해 가급적 연내 마무리 짓는게 좋겠다”고 말했다.

미 연준(fed)은 예전부터 연간 8회 통화정책회의를 운영 중이며 ECB는 올해부터 통화정책회의를 연 8회로 운영 중이다. BOJ도 내년부터 통화정책회의를 연 14회에서 8회로 줄이기로 했다. BOE도 통화정책회의를 연 8회로 줄이는 입법안을 제출한 상태다.

한은도 주요국 사례를 참고해 6주마다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방안을 실무진에서 검토 중에 있었다.

금통위원 7명이 참석하는 정기회의는 매달 둘째, 넷째 주 목요일 열린다. 둘째 주 회의에서는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 등 통화정책 관련내용이 결정되며 넷째 주 회의에선 이외 공개시장조작, 금융중개지원대출 관련 심의, 한은 내부의결 사항 등이 의결된다. 1999년 5월 한은이 독립적으로 금리결정을 하기 시작한 이후 금통위는 총201회 개최됐으며 이 가운데 158회가 동결이었고 인하가 21회, 인상이 16회였다.

한은 내부적으로 매월 금통위가 열릴 경우 수출, 물가 등 금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경제지표를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금리결정에 중요한 국내총생산(GDP) 지표도 분기별로 나오고 수출입 동향도 다음달 중순 이후에 가시화되기 때문에 매월 회의를 개최할 경우 이런 흐름을 온전히 읽지 못한다는 것이다. 둘째주 목요일이 선물·옵션 만기일로 금통위 회의가 시장 변동성을 오히려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통위원들 사이에서도 6주 주기로 경제지표를 분석하는 것이 향후 경제흐름을 정확하게 읽는데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많다.


이번에 연간 8회 개최를 공식 제안한 금통위원도 △매월 통화정책을 결정하면 변동성이 큰 월별 경제지표 변화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 △통화정책은 중기적 시계에서 이뤄져야 하는데 결정주기가 너무 짧다 △통화정책 수립에 숙려기간이 필요하다는 3가지 이유를 들었다.

다만 이 금통위원은 회의 개최횟수를 줄일 경우 시장과 소통이 더 안될 수 있다는 지적을 고려한 듯 “금통위 횟수가 축소될 경우 금융시장과의 커뮤니케이션 빈도가 줄어드는 등 다른 문제점도 있을 수 있어 이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도 다각적으로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금통위 연간 8회 개최에 대해 큰 이견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 이 총재는 지난달 초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금통위 연간 8회 개최방안과 관련 “내부적으로 결정되지 않았지만 계속 이야기가 나오다보면 논의가 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통위 내부에서 통화정책 회의 축소방안이 처음으로 언급됨에 따라 구체적인 시행시기에 관심이 모인다. 이 금통위원의 제안대로 연내 금통위 회의 축소안건이 전체회의에서 의결되면 늦어도 2017년부터는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

정기 통화정책회의 축소는 별도의 법개정 없이 금통위 의결만으로 가능하다. 특히 함준호 위원을 제외한 4명의 금통위원이 내년 4월 일시에 바뀌기 때문에 새로운 금통위 구성에 앞서 결정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금통위 회의 축소 여부를 결정짓는 전체회의는 오는 24일 개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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