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와 경제민주화…외국계만 어부지리?

머니투데이 홍찬선 CMU유닛장 | 2015.12.03 08:15

[공자 이코노믹스]<23>낚시는 하되 투망을 던지지 않는다

편집자주 | 세계 문명이 아시아로 옮겨오는 21세기에 공자의 유학은 글로벌 지도 이념으로 부활하고 있다. 공자의 유학은 반만년 동안 우리와 동고동락하며 DNA 깊숙이 자리 잡았다. 이에 공자라면 얽히고설킨 한국 경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그 해답을 찾아본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요즘 한국은 ‘경제 민주화’를 놓고 한바탕 야단법석이다.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대기업을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여전히 높지만 ‘중소·중견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대기업 계열사를 배제하자 외국계 기업들이 혜택을 보고 있다’는 비판도 줄기차게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직원 수가 26만 명이고 매출액이 17조원이나 되는 미국계 아라마크의 한국법인인 아라코는 올해만 세종시 정부청사 2구역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5곳의 일감을 따냈다. 또 공공기관의 IT정보화 입찰에서도 한국 대기업 참여가 금지되면서 대우정보시스템(중국 미국계가 대주주)과 쌍용정보통신(일본기업이 최대주주)가 독식하고 있다.

◇중견․ 중소기업 육성위해 대기업 진출막자 외국계만 훨훨

‘대기업의 독식을 막고 중소․ 중견기업의 육성을 위한다’는 좋은 취지는 살리지 못하고 ‘외국계 기업에게만 날개를 달아주는 부작용’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법의 좋은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공자는 이에 대해 좋은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 그는 『논어』 술이(述而)편에서 “낚시는 하되 그물을 쓰지 않았으며(釣而不網, 조이불망) 잠자리에 든 새는 쏘지 않았다(弋不射宿, 익불사숙)”이라고 밝히고 있다. 먹고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낚시와 사냥을 하지만 투망을 던져 조그만 고기까지 잡거나 잠자리에 들어 무방비 상태에 있는 약한 새들은 절대로 잡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만큼 ‘사회적 약자’를 코너로 몰지 않고 배려해주는 ‘따듯한 정신’을 발휘한 것이다.

공자의 수제자였던 증삼(曾參)은 『대학』을 지으면서 스승의 이런 정신을 다음과 같은 구절에 밝혀놓았다. 즉 “말 기르는 사람은 닭과 돼지는 치지 않았고(畜馬乘不察於鷄豚, 휵마승불찰어계돈), 얼음을 베어들일 정도로 문벌이 좋은 집안에서는 소나 양을 기르지 않았다(伐氷之家不畜牛羊, 벌빙지가불휵우양)”(20장)는 것이다.

증삼의 이런 지적은 나라가 법이나 강제력으로 규제하기 전에 각자의 수준보다 낮은 것은 스스로 하지 않는 것이 서로가 잘 사는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이 말 다음에 이어지는 “수레 백대를 거느리는 집안에서는 가혹한 세리를 두지 않았고(百乘之家不畜聚斂之臣, 백승지가 불휵취렴지신), 가혹한 세리를 두기보다는 차라리 도둑질하는 신하를 두는 편이 낫다(與其有聚斂之臣寧有盜臣, 여기유취렴지신녕유도신)”는 말도 마찬가지다.

◇말 기르는 집에선 닭과 돼지를 기르지 않는다


“나라는 이익으로 이로움을 삼지 말고 의로움으로 이로움을 삼아야 한다(國不以利爲利以義爲利, 국불이리위리이의위리)”는 원칙이 지켜져야 함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스스로 한계를 정해야 한다는 원칙은 공자의 말에서도 다시금 확인된다. 그는 『논어』 팔일(八佾)편에서 “활쏘기는 과녁에 명중시키는 것을 주로 하지 과녁을 뚫고 나가는 힘을 겨루지 않는다(射不主皮, 사불주피)”라고 밝히고 있다. “사람마다 힘이 다르기 때문(爲力不同科, 위력부동과)”이다. 실력이 같지 않으면 다른 기준을 갖고 평가해야 한다는 뜻이다. 발전 단계가 다른 중소·중견 대기업은 스스로 자기의 발전단계에 맞는 곳에서 최선을 다해 비즈니스를 해야 하며, 대기업이 중소·중견기업이 하는 업종을 기웃거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여불위(呂不韋)가 편찬한 것으로 전해지는 『여씨춘추』라는 역사책에는 “초나라 왕이 활을 잃고 초나라 사람이 얻었다”는 ‘초왕실궁 초인득지(楚王失弓 楚人得之)’라는 말이 나온다. 춘추시대 초나라 공왕이 사냥을 나갔다가 활을 잃자 신하들이 찾으려고 부산을 떨자 공왕이 “내버려 두어라. 초나라 사람이 잃었으되 초나라 사람이 얻었는데 일부러 찾느냐”고 했다는 고사에서 나온 말이다.

◇‘초왕실궁 초인득지(楚王失弓 楚人得之)’하기엔 너무 어려운 한국

이를 두고 공자는 “초 공왕이 그냥 사람이라고 했으면 됐을 것을 초나라 사람으로 한정한 것은 마음이 좁다”고 비판했고, 노자는 “굳이 사람이 아니라도 좋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의 공공기관 구내식당이나 IT 사업을 외국계가 낙찰 받는 것은 상황이 다르다. 한국 기업의 발목을 잡아 놓고 외국기업이 활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우리의 밥그릇을 스스로 내주고 배를 곯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귀하디귀한 젊은이 일자리들이 사라지고 있다.

법으로 대기업을 중소, 중견기업이 하는 업종에 진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던 외국 거대기업을 배불리는 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했다. 그렇다고 ‘경제 민주화’를 포기할 수도 없다. 공자의 ‘조이불망(釣而不網)’과 ‘사불주피(射不主皮)’, 『대학』의 ‘畜馬乘不察於鷄豚(휵마승불찰어계돈)’의 ‘공존공영의 생태계 정신’을 살려 함께 잘 살도록 하는 노력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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