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만추와 겨울 사이

머니투데이 최광임 시인·대학강사 | 2015.11.30 08:42

<130> ‘붉은 최후’ 오민석(시인)

편집자주 | 디카시란 디지털 시대, SNS 소통환경에서 누구나 창작하고 향유할 수 있는 새로운 詩놀이이다. 언어예술을 넘어 멀티언어예술로서 시의 언어 카테고리를 확장한 것이다.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감흥(정서적 반응)을 일으키는 형상을 디지털카메라로 포착하고 그것이 전하는 메시지를 다시 문자로 재현하면 된다. 즉 ‘영상+문자(5행 이내)’가 반반씩 어우러질 때, 완성된 한 편의 디카시가 된다. 이러한 디카시는, 오늘날 시가 난해하다는 이유로 대중으로부터 멀어진 현대시와 독자 간 교량 역할을 함으로써 대중의 문화 향유 욕구를 충족시키에 충분하다.

첫눈이 내리고 난 후 며칠은 또 말끔하다. 늦가을인지 겨울인지 시간은 아직 사이에 있다. 사람의 정리라는 것은 무 자르듯 두부 자르듯 명쾌히 베어지는 것이 아니라서 언제나 그 사이에서 서성이기 마련이다. 특히 시인에게 시간은 그저 단순 개념이 아니다. 의식의 일환이다. 일상의 삶과 사유의 진작 사이에서 부대끼는 이유이기도 하다. 만추의 낙엽 한 장에도 사유는 무르익는다.

새는 허공을 날 때 새이다. 나뭇잎 또한 나뭇가지를 뿌리로 허공에 매달려 있어야 잎이듯 지상에 내려앉은 새는 더 이상 새가 아니며 잎은 낙엽이 된다. 만추와 겨울 사이 시인이 있고 새와 낙엽 사이 지상이 있다. 그것이 최후일지라도 시인은 지금 그 사이의 원형을 새겨두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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