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국내 유일'돈 찍는' 공장… "100-1=0" 무슨 뜻?

머니투데이 유엄식 기자 | 2015.11.29 12:00

조폐공사 화폐제조본부 공장…종이가 돈이 되는 시간 '한 달'·동전은 30분

화폐제조장에서 조폐공사 관계자가 취재진에게 인쇄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조폐공사

동대구역에서 차로 40여분 거리인 경상북도 경산시에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합법적으로 돈을 만드는 조폐공사 화폐제조본부가 있다. 축구장 64개를 합쳐놓은 크기인 46만4038㎡(약 14만평)의 부지 위에 제조공장, 관리시설, 사무시설 등이 구비돼 있다.

화폐제조본부 앞에 ‘100-1=0’이란 표식이 새겨진 형상물이 있었다. 김화동 조폐공사 사장은 “화폐 제조·보안 과정에서 한 가지라도 실수한다면 모든 게 물거품이 된다는 의미를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

조폐공사가 창립된 1951년에는 부산에 주화공장이 있었다. 그러다가 1975년부터 이곳오로 생산설비가 이전됐다. 2005년 9월에는 은행권(지폐) 전용 생산설비가 가동됐고 2009년 4월부터 주화(동전) 일괄생산라인이 구축됐다.

제조설비는 지폐·주화 각 2개라인, 수표·우표 및 기념주화 각 1개라인이 있다. 연간 최대생산능력(CAPA, 캐파)은 지폐 18억장, 주화 11억개, 수표 14억장, 우표 및 기념주화 5억5000만개다.

현장을 찾은 지난 27일 오후에도 경산 화폐본부 생산설비는 쉴 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김기동 조폐공사 화폐본부장은 “연간 화폐 발주량을 고려해 제조설비를 운용하기 때문에 기계가 완전히 멈추는 날은 없다”고 했다.

◇ ‘7단계 공정’…흰 종이가 돈이 되는 시간 한 달

1000원권, 5000원권, 1만원권, 5만원권을 만드는 지폐 생산시설은 약 7000㎡ 크기의 실내 공장에 2개의 생산라인이 구축돼 있었다. 3개의 출입검사 구간을 거쳐 들어간 공장 내부에는 이른바 ‘돈 냄새’라고도 하는 약간은 비릿한 잉크냄새가 났다.

5만원권 지폐 요판인쇄 단계에서 특수 형광물질이 도포된 모습. /사진제공=조폐공사

부여 제지공장에서 넘어온 흰 색 종이가 시중에 유통될 수 있는 화폐로 만들어지는 데는 약 한 달이 걸린다. 지문(바탕)인쇄→스크린인쇄→홀로그램 부착→요판인쇄→전지검사→활판인쇄→포장 및 검사 등 7단계 제조공정을 거친다.

각 제조공정별로 지폐 안에 포함된 위변조 방지기술이 추가된다. 각 인쇄공정 이후 그 자리에서 자연건조를 시켜야 하므로 공장 내부는 연중 동일한 습도와 온도를 유지한다.

은선(隱線, 숨은 실선)이 포함된 화폐용지는 우선 특수 형광물질이 입혀지는 지문인쇄 과정을 거친다. 앞뒷면에 동시에 바탕그림이 입혀지는데 인쇄된 잉크가 마르는데만 5일에서 7일이 걸린다고 한다. 하루에 평균 4~5만장의 지폐가 지문인쇄 과정을 거친다.

스크린인쇄 공정은 화폐 뒷면에 금액 숫자가 찍히는 공정이다. 이 부분은 보는 각도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데 이는 빛의 반사에 따라 굴절이 달라지는 특수잉크(Color shift UV ink) 때문이다. 이 특수잉크는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아 전량 수입한다. 이 공정 또한 3~4일 정도 소요된다.


이어 홀로그램 은박(Foil)을 덮히는 과정과 지폐 앞 뒷면에 인물과 배경그림을 넣는 요판인쇄 공정이 이어진다. 위변조 방지 기술이 포함된 홀로그램 내부 도안설계는 조폐공사가 하고 제작은 외국회사가 한다. 요판인쇄는 입체감을 고려해 뒷면→앞면 순서로 한다.

5만원권 요판인쇄 단계. /사진제공=조폐공사

인쇄상태 1차 점검 후 지폐 상단에 고유번호 11자리가 찍히는 활판공정이 이어진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활자가 미세하게 커지는 ‘가로확대형’ 보안기술이 적용된다. 활판공정을 끝낸 전지권 절삭 및 포장·검사 공정을 거쳐 한국은행에 보내진다.

지폐 제조 불량률은 5% 미만이다. 김 본부장은 “제조공정이 7단계 이상이고 전체 제작기간이 1달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불량률이 매우 낮은 편”이라며 “보안기술이 더 추가된 5만원권 불량률이 만원권 이하보다 상대적으로 높다”고 했다.

◇ 동전, 제조에서 포장까지 30분만에 뚝딱

주화 제조공정은 제작과정은 지폐와 달리 제조공정이 단순한 편이다. 앞 뒷면 그림을 프레스기로 찍는 압인과정과 불량품을 솎아내는 검사공정, 동전을 일정 개수로 묶어서 포장하는 총 3단계 과정을 거친다. 전 공정은 100% 자동화됐다. 주화 제조공장 크기는 지폐 제조공장의 절반 정도였다.

아무 형태도 없는 소전이 시중에 유통될 수 있는 동전의 모습을 갖추는데는 불과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압연공정을 거친 동전들은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검사, 포장 단계를 거친다.

프레스기를 거친 동전이 자동화 포장단계를 거치고 있다/사진제공=조폐공사

50개씩 롤포장된 10원, 100원, 500원짜리 동전은 무게 검사를 한다. 개당 적정 무게는 500원은 7.7그램(g), 100원은 4.06g, 10원은 1.22g이다. 기준치보다 무게가 ±1.1~2.3% 더 나가면 재분류 검사기가 자동으로 걸러내 폐기시킨다.

송경숙 주화생산관리부 과장은 “모든 공정이 100% 자동화돼 있어 생산과정에서 직원들이 다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했다.

올해 동전 생산량은 총 6억2000만개로 전년보다 약 1억개 늘었다. 특히 500원짜리 동전수요가 많아 당초 계획보다 약 6000만개를 더 만들었다고 한다. 김 사장은 “올해 동전 생산량이 증가한 것은 담배값 인상에 따라 500원짜리 수요가 늘면서 추가 생산 주문이 들어온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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