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김범석 "무모한 적자? 종점 향한 투자"

머니투데이 대담=송기용 산업2부장, 정리=조철희 기자  | 2015.12.01 03:30

[쿠팡의 혁신과 도전] ①김범석 대표에게 쿠팡을 듣다

편집자주 | 로켓배송과 쿠팡맨, 글로벌 혁신기업 소프트뱅크로부터의 10억 달러 투자 유치. 올해 쿠팡이 뿌린 화제다. 이 화제는 전자상거래 시장을 넘어 유통시장 전체에 변화의 불씨로 타오르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김범석 쿠팡 대표와의 직격 인터뷰를 시작으로 유통가에 불고 있는 쿠팡발 혁신 바람과 쿠팡이 넘어서야 할 도전 과제 등을 3회에 걸쳐 연재한다.

김범석 쿠팡 대표 인터뷰
먼 길을 떠나기 위해 버스를 탔다. 가는 거리만큼 차비도 더 내야 한다. 가진 돈은 계속 줄어들고, 남의 돈도 빌려야 한다. 재무제표에는 이것이 '손실'로 기록된다. 그러나 한 사업가는 '투자'라고 확신했다. 올해 1조원 넘는 투자를 유치하고 내후년까지 1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김범석 쿠팡 대표의 확신이다. 2년 전 1억5000만원에서 지난해 1215억원으로 적자 폭이 1000배 넘게 늘었지만 '손실'이 아닌 '투자'가 되도록 반드시 여정의 종점까지 가겠다고 다짐했다.

김 대표는 지난달 26일 서울 삼성동 쿠팡 본사에서 진행한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쿠팡이 구현하고자 하는 새로운 이커머스 비즈니스 모델의 잠재력을 강조했다. 공격적 투자 중심의 사업 계획을 재확인하고 여러 논란에 대해서도 자신 있게 입장을 밝혔다. 창조경제 시대의 주목받는 청년기업가이자 기대와 논란을 동시에 불러일으키고 있는 그는 한국 경제 '한강의 기적', 그 두 번째 스토리를 쓰기 위해 '칼'을 뽑았다.

◇"적자는 계획했던 목표, 종점 향해 가는 투자"
-쿠팡의 투자와 고용창출에 대한 기대도 크지만 사업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는데.
▶2012년에 업계 최초로 연간 흑자를 달성했다. 그대로 갔으면 계속 흑자를 낼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 엄청난 적자를 보며 쿠팡맨을 채용하고 물류센터에 투자하는 것은 다름 아닌 도전을 하는 것이다. 혁명을 일으켜 무언가 남기자는 각오다. 모든 쿠팡 직원들이 그런 사명감을 가지고 일한다.

아마존과 알리바바도 초기에 적자를 내며 사업을 했다. 그러나 양사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한 만큼 결과적으로 초기 적자는 투자로 판명됐다. 기대할 효과도 없이 적자만 지속된다면 그것은 손실이다. 반면 구조와 규모, 현상을 바라보고 투자해 종점까지 갈 수 있다면 그 투자는 아름다운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다. 쿠팡이 수지를 맞추지 못하는 데 어떻게 계속 가겠냐고 하지만 우리는 수지를 맞출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투자를 하고 있다. 쿠팡은 원래 생각했던 목표대로 잘 가고 있다. 엄청난 적자가 목표냐고 하지만 그것이 목표다. 모든 사람들이 쿠팡을 애용할 때까지 뛸 것이기 때문에 아직은 시작에 불과하다.

-공격적 투자를 계속 할 것인가.
▶지난해 3월 시작했던 물류 투자를 통해 현재 쿠팡맨이 약 3500명, 물류센터는 14개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훨씬 더 공격적으로 투자해 적자 규모가 지난해보다 더 커질 것이다. 내년에도 계속 이 길을 갈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 받은 투자금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투자 유치 계획은 현재로서는 없다.

-소프트뱅크가 10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쿠팡에 요구한 조건은 없는가.
▶전혀 없다. 소프트뱅크는 쿠팡의 가능성을 보고 투자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10여년 전 알리바바에 투자했는데 아직 주식 한 주 팔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해 알리바바가 상장했을 때 더 투자했다. 소프트뱅크가 투자를 하면서 쿠팡 이사회에 1명이 참여하고 있다. 쿠팡 이사회는 총 7명이며 내가 지배주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쿠팡은 장기적인 투자자들과 함께 하고 있다.

◇"고객이 수지맞는 이커머스 비즈니스"
-쿠팡이 구현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가.
▶주문부터 배송까지 기존에는 분리돼 있던 과정들을 시스템으로 통합한 'E2E'(end-to-end) 비즈니스 모델이다. 기존까지 온라인 쇼핑몰은 위탁 모델이었다. 모든 것을 아웃소싱하고, 부담되는 것들은 남한테 넘겼다. 그 과정에서 고객의 아픔이 컸다. 고객들의 그런 아픔을 걷어내고, 행복을 주고 싶었다. 더 빠르고 더 좋은 서비스를 저렴하게 제공해 고객이 수지를 맞을 수 있는 비즈니스를 고민했다. 고객이 모바일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순간부터 상품이 고객에게 전달되기 까지 모든 과정에 연결된 모든 쿠팡 직원들은 '엔드(end) 고객'만 바라보고 일한다.

-고객의 감동 경험을 위해 쿠팡은 어떤 기술혁신을 진행 중인가.
▶상품을 효율적이면서도 퀄리티 높게 배송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복잡도가 높은 작업이다. 모든 부분을 하나의 소프트웨어 시스템으로 통합하지 않으면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시작부터 끝까지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 속에서 소프트웨어가 움직인다.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렵지만 빅데이터 기술도 활용하고 있다. 물류센터에서 운영하는 소프트웨어도 모두 쿠팡이 자체적으로 개발했다. 쿠팡맨이 어디로 가고, 어디에서 일하고, 어떻게 커뮤니케이션 하는지 기술적으로 연결돼 있다. 이제는 모든 것이 기술이다. 기술 안에서 유통인 세상이다. 쿠팡 사옥에서 일하는 절반 이상이 기술인력이다. 쿠팡은 인력 투자의 대부분을 기술인력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중국 상하이 지사에서도 기술인력들이 연구개발(R&D)에 애쓰고 있다.

김범석 쿠팡 대표 인터뷰
◇"기존 유통업체와 경쟁·충돌 관계 아니다"
-최근 기존 유통기업들이 쿠팡의 행보를 주목하고, 일부 업체들은 견제에 나서기도 하는데.

▶우리는 당장 신선식품을 팔 계획이 없다. 대형마트와 쿠팡의 상품군도 다르다. 서로 충돌하거나 경쟁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소비자가 신선식품이 필요하면 마트에서 주문할 것이다.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자기가 잘하는 것을 1시간에 배송하든 3시간에 배송하든 그것은 고객들에게 좋은 일이다. 그들이 그것을 한다고 해서 우리가 무너지지도 않는다. 우리는 이커머스 시장에서 더 많은 고객을 위해 일할 것이다. 경쟁사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경쟁할 그 시간과 에너지를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데 쓰려 한다.

-로켓배송 위법성 논란에 대한 입장은 변함없는가.
▶법적 검토는 다 하고 시작했다. 법적으로는 이슈가 없다.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상 자기 소유 상품을 배송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 영업용 노란색 번호판이 필요 없다. 우리가 합법이라 해명할 필요가 없고 상대 쪽에서 우리가 왜 불법인지를 명확하게 입증해야 한다.

- 쿠팡맨이 계약직으로 입사해 정규직으로 전환하는게 쉽지 않다는 문제 제기도 있는데.
▶쿠팡맨은 정규직으로 전환되기 전에도 정규직과 같은 수준의 급여를 주고 있다. 그럼에도 정규직 전환 기간을 두는 이유는 쿠팡맨이 회사와 고객을 연결하는 최종 접점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모든 투자 이유는 고객의 감동 경험을 위해서다. 그 순간을 사람이 좌우한다. 쿠팡맨이 바로 감동을 전달하는 주인공이다. 그 주인공을 잘못 발탁하면 모든 것이 무산된다. 그래서 6개월 동안 검증해 냉정하고 까다롭게 전환하는 것이다.

-대구시와 친환경 첨단 물류센터 건립 투자협약을 체결하며 세운 전기화물차량 개발 계획을 확대할 의향이 있는가.
▶친환경 물류센터를 만들면서 전기차 개발도 함께 시도해 보려고 살펴보고 있다. 무엇이든 테스트를 해서 잘 되면 확장할 의향이 있다. 이커머스는 대단히 친환경적인 모델이다. 쿠팡맨이 운행하는 트럭이 전기차라면 고객도 환경에 기여한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대구시와 협약을 체결한 후 긴밀히 모색하고 있는 단계로 구체적인 추가 계획은 아직 없다.

◇"두 번째 '한강의 기적' 만드는 데 역할 할 것"
-쿠팡의 향후 계획과 목표는 무엇인가.
▶이커머스 시장 탄생과 성장은 소비시장 전체의 확장에 기여하고 있다. 소비시장에서 고객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많아지면 소비가 증가하고, 경제가 활성화되고, 일자리도 증가한다. 시장이 혁신을 통해 확장되는 것이다. 과거 스마트폰처럼 이커머스는 전 세계에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세상을 바꿨듯이 아마존과 알리바바 등 이커머스가 초래한 파괴적 효과를 부인할 수 없다. 대한민국에서 쿠팡이 그러한 성장 동력의 일부가 되고 싶다. 쿠팡이 혁신을 주도하고, 이커머스 시장에서 의미 있는 규모를 만들어 시장을 확장해 나가고 싶다.

-김 대표와 쿠팡이 이루려는 꿈은 무엇인가.
▶쿠팡이 고객에게 놀랄만한 감동을 주고, 직원들의 손주 때까지 일할 수 있는 '100년 기업'이 되는 것이 꿈이다. 그런데 지금 이 시점에서는 또 다른 꿈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을 주목하고 있고 테스트 하고 있다. 이 순간은 우리 경제에 매우 중요한 '진실의 순간'이다. 여기서 우리가 잠재력과 가능성을 보여주고, 해외투자를 계속 끌어들이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쿠팡의 도전은 비단 쿠팡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직원들에게 항상 말한다. 이 도전에서 실패하면 해외투자자들이 다시 오지 않을지 모른다는 점에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강조한다. 우리는 특별한 회사가 아니라 특별한 기회를 부여받은 회사다. 그 특별한 기회를 성공 시켜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이 되고, 한국 경제 두 번째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데 한 자리라도 차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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