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블프, 美베스트바이 가보니…'미친' 가격의 비밀

머니투데이 뉴욕=서명훈 특파원 | 2015.11.28 07:00

'도어버스터' 잡기 위해 100여명 장사진… 블프 '전용모델' 여부도 따져봐야

뉴욕 인근 최대 쇼핑몰 가운데 하나인 웨스트필드 가든 스테이트 플라자에 위치한 베스트바이 매장. 100여 명이 영업시작 2시간여 전부터 도어버스터 제품을 '득템'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사진=서명훈 특파원
블랙 프라이데이인 27일(현지시간) 오전 7시를 조금 넘긴 시각, 뉴욕 인근에서 가장 큰 쇼핑몰 가운데 하나인 웨스트필드 가든 스테이트 플라자는 벌써 주차장이 차들로 빼곡했다. 1만대를 동시에 주차할 수 있음에도 입구와 한참 떨어진 곳에만 주차 공간이 남아 있었다.

평소 오전 10시에 문을 열지만 이날은 최대 대목인 탓에 오전 7시부터 밤 11시까지 문을 연다.

◇도어버스터 '잡아라' 100여 명 대기
다행히 베스트바이(BestBuy)는 쇼핑몰과 별도로 분리돼 있어 건물 뒤편으로 돌아가자 어렵지 않게 주차 공간을 찾을 수 있었다. 오전 8시부터 영업을 시작하지만 이미 입구 쪽에는 ‘도어버스터(doorbuster, 선착순 한정 할인판매)’ 제품을 기다리는 이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었다. 대기 행렬은 베스트바이 건물을 한 바퀴를 돌아서야 끝이 보였다. 족히 100여명은 넘어 보였다.

맨 앞줄에서 대기하고 있던 크리스토퍼 잭슨은 “새벽 6시쯤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다”며 “60인치 삼성전자 TV를 구매할 계획인데 혹시 더 싸고 좋은 제품이 있는지 한번 둘러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베스트바이에서는 삼성전자 60인치 UHD TV를 700달러 할인된 799.99달러에 내놨다. 잭슨씨는 한정 물량이다 보니 우선 물건을 확보한 다음에 다른 제품도 둘러보겠다고 덧붙였다.

영업시작 10분여를 남겨 놓고는 다소 진풍경도 벌어졌다. 주요 도어버스터 제품을 구매하려는 이들에게 순서대로 번호표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베스트바이 관계자는 “고객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갈 경우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번호표를 나눠주고 있다”며 “TV와 노트북, 게임기 등 인기 품목에 한해 미리 구매 가능여부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신이 구매하려던 제품의 번호표를 받은 소비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기쁜 모습을 감추지 못한 반면 바로 앞에서 번호표가 동이 난 소비자들은 탄식을 연발하며 희비가 엇갈렸다.

◇블랙 프라이데이 가전 구매 1순위 'TV'
굳게 닫혔던 문이 열리자 대기 행렬은 일제히 매장 안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번호표를 나눠주는 것이 다소 신선한 아이디어였지만 절반의 성공을 거두는데 만족해야 했다. 번호표를 받지 못한 고객들은 다른 유사한 제품을 잡기 위해서 발길을 재촉했고 번호표를 받은 고객들은 다른 도어버스터 제품으로 뛰어갔다.

매장에서 가장 사람이 많이 붐비는 곳은 단연 TV 코너였다. 입구에는 삼성전자의 40인치 TV가 진열돼 있었고 그 옆으로 LG전자와 비지오 제품이 나란히 전시돼 있었다. 가격표를 기준으로 정상 가격보다 20~30% 할인된 가격에 판매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블랙 프라이데이 때 매장을 직접 찾는 소비자들이 다소 줄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가 온라인에서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굳이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어진 탓이다.

에릭 브라운씨는 “올해는 날씨가 따뜻해서 예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기다리는 사람이나 매장을 찾는 사람이나 다소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유통업체와 제조사들도 이같은 분위기를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판매금액이 집계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오프라인 매장 구매 금액이 감소하고 온라인 비중이 높아졌는지 여부는 속단하기 이르다는 입장이다.

온라인 쇼핑이 간편한 장점은 있지만 매장을 직접 돌며 발품을 팔아야 하는 이유도 분명하다. 물량이 적어 베스트바이 홈페이지에서는 판매되지 않고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제품들도 있어서다. 매장에 따라서는 특별한 시간을 정해 놓고 특정 상품을 반짝 세일하는 경우도 있다.


2층으로 올라가니 1층과는 또 다른 분위기나 느껴진다. 노트북과 태블릿, 엑스박스, 플레이스테이션4 등을 판매하는 탓에 상대적으로 고객들이 젊은 편이었다. 엑스박스 제품을 구매한 윌리엄 모이어씨는 “트위터로 한정 할인 판매 정보를 알려주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사고 싶은 제품을 판매하는 유통업체 트위터 계정을 팔로우하면 더욱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고 귀뜸했다.

이른 아침시간이어서인지 상대적으로 생활가전 매장은 한산한 모습이었고 컴퓨터나 태블릿 주변 기기를 판매하는 곳에서 고객의 발길이 뜸한 편이었다.
뉴욕 맨해튼 인근의 베스트바이 매장. 27일(현지시간) 블랙 프라이데이를 맞아 도어버스터 제품을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길게 줄 지어 있다.

◇ 어떻게 이런 가격이… 제조사·유통업체 합작품 ‘제품번호’ 꼼꼼히 살펴야
매장을 둘러보면서 ‘어떻게 이런 가격이 가능하지’라는 질문이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삼성전자 미주법인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블랙 프라이데이를 전후로 400만대 정도가 판매됐다”며 “평상시보다 4~5배 정도 TV 판매량이 늘어난다”고 설명했다. LG전자 미주법인 관계자는 “4분기가 연간 판매량의 40%를 차지할 정도”라며 “블랙 프라이데이를 전후한 쇼핑 시즌이 연간 실적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적은 이윤을 남기는 대신 판매량을 늘리는 박리다매(薄利多賣)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설명이 2% 부족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블랙 프라이데이 기간에 판매되는 물량이 충분하기 때문에 별도의 기획 상품을 내놓는 경우가 있다”며 “할인 폭이 큰 제품은 기존과는 제품번호가 다른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핵심 기능은 다 갖추고 있지만 부가 기능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백화점에 납품되는 제품과 하이마트 등 할인점에 납품되는 제품의 번호가 다른 것과 같은 셈이다.

할인폭이 상대적으로 큰 또 다른 이유는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가 모두 참여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할인행사의 경우 유통업체가 자신들의 이익을 줄이거나 제조업체가 이익 일부를 포기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블랙 프라이데이 행사의 경우 유통업체와 제조사가 서로 조금씩 할인 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에 더 할인폭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할인 비용을 누가 얼마나 부담하는지는 계약 내용에 따라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판매물량이 많은 대형 매장이나 유통체인의 경우 제조업체들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게 된다.

물론 착시현상도 숨어 있다. 미국 유통업체들은 세금이 포함되지 않은 가격을 제시한다. 소비자들이 실제 구매하려면 유통업체가 제시한 가격에다 7%의 세금을 더 내야만 한다. 한국에서 판매되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더 비싸게 느껴지는 이유다.

한국 소비자들이 블랙 프라이데이를 활용해 직접구매에 나설 경우 제품번호가 같은지를 먼저 확인하고 세금을 포함한 가격으로 비교해야만 현명한 소비가 가능하다.

제품이 미세하게 다를 수도 있고 세금이 포함되지 않은 가격이긴 하지만 매장을 나서면서 역시 '싸다'는 느낌을 지울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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