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선개입' 파기환송 첫 공판…檢-法, 증거 둘러싸고 충돌

머니투데이 황재하 기자 | 2015.11.27 11:46

法 "'김용판 수사외압 사건' 판결문 증거로"…검찰 반발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사진=유동일 기자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의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재판부와 검찰이 증거를 둘러싸고 서로 신경전을 벌였다. 재판부는 앞선 공판준비기일에서도 재판 진행을 둘러싸고 검찰과 충돌한 바 있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시철)는 27일 국정원법 위반 및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판에서 김용판 전 서울지방경찰청의 수사외압 사건 판결문을 증거로 채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 측에서 판결문을 증거로 제출하면 이를 채택한다는 계획이다.

김 전 원장은 2013년 수서경찰서가 국정원 댓글 의혹을 수사할 당시 국정원 직원 김모씨(여)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분석 키워드를 축소하라고 지시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러나 이같은 의혹을 강하게 제기했던 권은희 당시 수서서 수사과장(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이유로 김 전 원장은 무죄 판결을 확정받았다.

재판부는 김 전 원장 사건의 판결문에 국정원 직원 김씨의 사이버 심리전단 활동이 설명돼 있고,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도 담겨 있는 만큼 원 전 원장의 사건을 심리하는 데 참고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같은 방침에 강하게 반발했다. 검찰이나 피고인 측에서 내지 않은 증거를 재판부가 제출하라고 주문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인데, 피고인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재판을 진행하기 위한 조치라는 주장이다.

검찰은 "변호인에게 유리한 사실관계로 보인다는 점에서 판결문을 제출하라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닌가"라며 "해당 판결문 가운데 어떤 부분이 우리 사건과 관련 있다고 보는 것인지 특정해 주면 이에 대한 의견서나 추가 증거를 내겠다"고 말했다.

반면 원 전 원장 측 변호인은 재판부의 결정에 이의가 없다는 입장이다. 변호인은 "판결은 당연히 인용하거나 원용할 수 있다"며 "어느 한 쪽에 유리하게 비춰질 것이라고 재판부가 언급하지 않았고, 해당 판결문은 이미 공판준비때도 언급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판결을 내는 데 대해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관련한 사건에서 나온 주장과 공방이 1차적으로 정리된 것이 판결"이라며 "변호인 쪽에서 낼 의향이 있냐고 물은 것일 뿐이고, 만약 내지 않는다면 형사소송법상 재판부가 직권으로 증거로 채택하는 것도 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검찰과 재판부 사이 신경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재판부는 앞선 공판준비절차에서 이례적으로 검찰의 공소장 내용과 1·2심 과정에서 양측이 낸 의견서를 모두 하나씩 짚으며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다.

이 과정에서 재판부가 몇몇 쟁점에 대해 증거가 있는지 하나씩 묻자 검찰은 노골적으로 반발했다. 검찰은 "사실상 재판장이 (질문 과정에서) 다그친다고 느꼈다"며 "검찰이 혐의를 부족하게 입증했다는 뜻으로 느낄 수도 있는 방법으로 준비절차가 진행되는 것이 당혹스러웠다"고 말했다.

앞서 원 전 원장은 국정원 심리전단국 직원들을 동원해 SNS와 인터넷 게시판 댓글 등을 이용해 여론 형성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국정원법 위반 혐의만 유죄로 인정했지만 2심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까지 유죄로 판단, 원 전 원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후 핵심 증거들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건을 파기환송했다. 국정원 심리전단국 직원 김모씨의 이메일 계정에서 발견된 '시큐리티 파일'과 '425지논 파일'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각각 '시큐리티 파일'은 심리전단국 직원들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트위터 계정, '425 지논 파일'은 심리전단 직원들에게 하달된 지침으로 의심되는 문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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