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사랑의 뒷모습

머니투데이 최광임 시인·대학강사 | 2015.11.27 08:34

<129> ‘눈’ 김병호(시인)

편집자주 | 디카시란 디지털 시대, SNS 소통환경에서 누구나 창작하고 향유할 수 있는 새로운 詩놀이이다. 언어예술을 넘어 멀티언어예술로서 시의 언어 카테고리를 확장한 것이다.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감흥(정서적 반응)을 일으키는 형상을 디지털카메라로 포착하고 그것이 전하는 메시지를 다시 문자로 재현하면 된다. 즉 ‘영상+문자(5행 이내)’가 반반씩 어우러질 때, 완성된 한 편의 디카시가 된다. 이러한 디카시는, 오늘날 시가 난해하다는 이유로 대중으로부터 멀어진 현대시와 독자 간 교량 역할을 함으로써 대중의 문화 향유 욕구를 충족시키에 충분하다.

그렇구나. 눈은 사랑의 비극이거나 이별의 예감인 거구나. 그렇지 않고서야 시인은 하필 눈이 비극적인 사랑의 전설을 지닌 별자리 오리온에서 내린다고 하느냔 말이다. ‘발자국도 없이 새벽을 끌고’ 영영 서쪽으로 사라져버리는 ‘사랑의 뒷모습’이라니. 하긴 백석도 눈 나리는 날 이별의 예감을 잔뜩 드리운 채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에서 불가능할 것 같은 사랑을 노래하기도 했지.

사냥의 여신 아르테미스가 자신이 사랑하는 연인의 머리를 향해서 화살을 날릴 때 이미 오리온의 가슴에 뚫렸을 구멍, 오리온 별자리 가운데가 사각형으로 비어있는 이유라 하다면 억측일까. 시인도 눈이 눈 위에 앉는 상황을 ‘우주에 딱 하나 남은 구멍’이라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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