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배경에는 미국의 기독교 국가주의와 패권주의, 즉 종교와 정치의 결합이 자리 잡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태식 경북대 사회학 교수에 의해서다.
미국은 다른 나라에 정치·경제·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제국이다. 그에 따르면 미국이 세계 무대에서 제국으로 존재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이는 군사력에서 나온다.
미국은 군사력을 발휘하기 위해 수많은 전쟁을 치러왔다. '선과 악'이라는 종교적인 요소를 첨가하면서다. 냉전 시대 소련을 '악의 제국'으로 묘사한 것처럼 미국이 치른 대부분의 전쟁은 '선과 악'의 구도로 설정됐다.
미국은 9.11테러 이후 테러집단인 알 카에다와 그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를 소탕한다는 명목하에 아프가니스탄 전역을 침공했다. 대량 살상 무기를 소유하고 있다고 단정지으며 이라크 전쟁도 일으켰다.
겉으로는 테러에 대한 보복이나 세계 평화 유지와 같이 '선과 악'의 구도로 전쟁의 정당성을 확보했지만 배경에는 이슬람 문명권에 대한 미국의 지배권 확보가 숨어있다고 정 교수는 주장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은 미국 패권주의에 저항하는 테러 세력 등 또 다른 정치 종교 세력의 위협과 공격을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 이슬람교도들을 중심으로 이뤄진 테러집단처럼 말이다.
세계 인구 4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무슬림들은 미국의 지배에 저항감을 느꼈다. 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평화를 일컫는 '팍스 아메리카나'나 미국 패권주의를 불공정한 질서로 봤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들 역시 범이슬람 국가 건설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테러집단의 탄생은 미국의 영향력을 저지하기 위한 산물이라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책은 미국의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국제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므로 종교의 위치와 역할, 정치적 역할에 대해 성찰해 볼 필요가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거룩한 제국=정태식 지음. 페이퍼로드 펴냄. 336쪽/1만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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