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정부-주민, 제주 '제2공항' 보상비 놓고 '동상이몽'

머니투데이 서귀포(제주)=신현우 기자 | 2015.11.25 11:00

국토부 발표 용역상 보상비, 주민들 원하는 절반수준…"토지허가거래구역 인근지역으로 확대할 수도"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고성리·수산리·온평리·난산리·신산리) '제2공항' 예정부지에 주거시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원은 제2공항 예정부지 종착지점. /사진=신현우 기자

"제2공항 보상 내용도 정확히 알려주지 않은 상황에서 제주도가 사업기간을 10년에서 8년으로 최대한 단축을 시킨다던데 주민 설득없이 바로 공사를 진행할 수 있다는 얘기로 이해됩니다. 주민들 사이에선 보상비가 적어도 3.3㎡당 60만원+α는 돼야 한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지난 24일 찾은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고성리·수산리·온평리·난산리·신산리) 일대는 ‘제2공항’ 건립을 둘러싼 보상 얘기로 들썩였다. 현지에선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용역상 보상비가 주민 희망 금액의 절반 수준이란 점에서 불만이 상당했다.

특히 제2공항 예정부지 인근으로 투기세력이 몰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성산읍 일대로 확대한다는 소식을 접한 주민들은 적잖은 불편함을 드러냈다. 이 때문에 보상 과정에서 마찰이 불가피할 것으로 현지 부동산업계는 내다봤다.

현재 국토부가 발표한 제주 제2공항 용역상 보상비는 총 사업비(4조1000억원) 중 5000억원 수준. 용도 등에 따라 다르지만 제2공항 예정 부지면적(496만㎡)을 감안할 경우 3.3㎡당 평균 30만~40만원 선이다. 주민들이 바라는 수준의 절반인 셈.

국토부 관계자는 “용역상 보상비는 예비타당성 조사 기준에 따라 산출했다”면서도 “다만 상황 변동성 등을 감안해 보상비가 추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사업예정부지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온평리 대부분 지역이 농경지로 거주가구는 60여가구로 추정된다는 게 제주도청 설명이다. 제주도청은 정부 보상을 원칙으로 하되 소음 피해 주민들을 위해 추가적인 보상 대책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협의 매수가 어려울 경우 강제 수용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주민 반대로 공항을 건립하지 못하는 나라는 없다”며 “인천(공항)은 원스톱으로 관련 행정절차를 진행하기 위해 특별법을 만들었다. 행정절차 진행을 위한 특별법 등의 문제는 국토부 장관과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2공항 예정부지 주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실제 온평리, 신산리, 수산1리, 난산리 주민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공항 건립에 반대하고 나섰다.

이승이 온평리 ‘제2공항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온평리의 경우 제2공항 건립에 찬성하는 주민이 한 명도 없다”며 “토지를 강제로 수용하고 기존의 삶의 터전을 빼앗길 수 있다는 점에서 주민들이 상당히 불안해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도가 외지인의 땅투기 의혹 등을 철저하게 조사하겠다는 것도 결국 보상을 적게 주려는 의미로 해석된다”며 “기존 주민들과 입장은 다르지만 외지인 역시 반대의견을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예정 부지의 40%가 외지인 소유다.

제주도청 공무원이 제주 '제2공항' 예정부지 지도를 들고 현황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신현우 기자

제주도는 투기행위를 막기 위해 성산읍 전체 107.79㎢에 대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성산읍 고성리·수산리·온평리·난산리·신산리 일대 총 586만1000㎡는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으로 지정 공고했다. 공고 이후 신청한 주택 신축 인·허가 2건은 불허했다.

제주도는 성산읍 일대 투기세력이 몰리자 토지허가거래구역을 확대하는 방안을 열어두고 있다. 다만 주민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원 지사는 “구좌, 표선지역까지 토지거래 허가구역으로 확대할지를 두고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10일 성산읍 일대 496만㎡ 부지에 길이 3200m, 폭 60m의 활주로 1개(본)을 신설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국토부는 앞으로 △2016년 예비 타당성조사 △2016~2017년 기본설계 △2017년 토지보상 △2018년 착공 △2025년 개항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베스트 클릭

  1. 1 나훈아 '김정은 돼지' 발언에 악플 900개…전여옥 "틀린 말 있나요?"
  2. 2 남편·친모 눈 바늘로 찌르고 죽인 사이코패스…24년만 얼굴 공개
  3. 3 "예비신부, 이복 동생"…'먹튀 의혹' 유재환, 성희롱 폭로까지?
  4. 4 동창에 2억 뜯은 20대, 피해자 모친 숨져…"최악" 판사도 질타했다
  5. 5 명동에 '음료 컵' 쓰레기가 수북이…"외국인들 사진 찍길래" 한 시민이 한 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