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도무문(大道無門), 올바른 길에는 거칠 게 없다는 말을 좌우명으로 삼았던 고(故) 김영삼 전 대통령이 마지막에 강조한 것은 통합(統合)과 화합(和合)이었다.
김 전 대통령의 아들인 김현철씨는 22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 전 대통령의 빈소로 조문을 온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부친이) 2013년에 입원하셔서 사실 말씀을 잘 하진 못했는데 붓글씨로 '통합'과 '화합'이라고 썼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남긴 붓글씨에 대해 김현철씨가 회고한 내용은 이렇다. 2년전쯤 김 전 대통령은 병원에 입원을 했고 말을 잘 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대신 붓 등을 이용해 글씨는 비교적 자유롭게 쓸 수 있었다.
김 전 대통령은 평소 붓글씨를 즐겨썼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1993년 7월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방한했을 때는 자신의 좌우명 '대도무문(大道無門)'을 붓글씨로 써서 선물하기도 했다.
2년전 어느날 김 전 대통령은 '통합'과 '화합'이라는 글자를 붓글씨로 썼다. 김현철씨가 "평소에 안 쓰시던 것인데 이건 무슨 의미입니까"라고 물었지만 김 전 대통령은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후 자신의 글씨를 가르키더니 "우리가 필요한 것"이라고 짧게 말했다.
그 이후 김 전 대통령은 말도 못하고 글씨도 쓸 수 없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됐다. 필담을 비롯해 일체의 대화가 되지 않았다. 붓글씨 '통합'과 '화합'은 사실상 김 전 대통령이 생전에 전한 마지막 메시지였던 셈이다.
김 전 대통령은 별다른 유언을 남기지는 않았다. 이날 빈소에서도 김 전 총리가 "운명하실 때 특별히 말씀하신 것은 없었는가"라고 김현철씨에게 물었지만 김씨는 "사실 한 동안 말씀하시기 좀 어려우셨다. 너무 급격하게 패혈증 때문에 빨리 돌아가시는 바람에 저도 깜짝 놀랐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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