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선의 컬처 톡톡] 골반의 노래로 이승을 구하라

머니투데이 황인선 문화마케팅평론가 | 2015.11.21 03:00


세상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배우를 기준으로 본다면 그렇다. 한 부류는 세상은 무대고 인생은 연극이며 자신은 배우라고 생각한다. 또 한 부류는 세상을 현실 장(場)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은 그냥 한 번인, 관객 없는 결투장이다. 그래서 타자의 시선을 의식하지 못하며 현실과 거리를 두지도 못한다.

그런데 이 배우 론에 대해서 제 3의 견해를 가진 사람이 있다. 그는 고대의 배우는 신과 인간을 잇는 위대한 중개자였다고 믿는다. 그는 신성한 존재, 샤먼이었다. 그러나 샤먼은 제정분리가 되면서 신성성이 제거되었다. 현대의 배우들은 돈에 팔리고 인기를 구걸하고 작가에 의해서 조종당하는 수동적인 존재가 되었다. 제3의 배우 론을 믿는 그는 현재 연출자 겸 그 자신 배우다. 그래서 그는 완전한 배우로의 귀환을 꿈꾸며 연극을 한 편 올렸다. 광진구 나루 아트센터에서 공연한 음악극 '그녀를 구하라'가 그것이다. 여기서 ‘그녀’는 몇 년 전에 배우가 되고 싶었으나 결국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죽은 장자연이다. 물론 그대로의 그녀는 아니다. 그녀는 세상에 핍박받고 버려진 배우를 대표한다. 이승을 떠난 그녀가 걸어 피안으로 가는 마지막 길목인 영계의 다리엔 3명의 불완전한 광대들이 있다. 그들은 완전한 배우를 꿈꾸는 존재들이다. 이때 샤먼이 나타나 광대들에게 영계의 다리를 건너는 그녀를 구하면 광대의 숙명을 벗어나 완전한 배우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에 광대들은 갖은 설득 끝에 그녀를 영계의 다리에서 돌려 함께, 세상 시간의 벽을 뚫고 공간의 틈을 다니며 완전한 배우가 되는 여정을 거치게 된다. 샤먼은 다시 세상 어딘가에 의자가 있고 그 의자에 앉은 샤먼을 만나면 마침내 완전한 배우가 될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의자는 물론 완성한 자를 뜻하는 상징물이다. 여정은 신비하다. 그들은 완전한 배우가 되기 위해 고대 그리스의 스핑크스 시대, 18세기 이탈리아의 코미디 시대, 조선의 황진이 시대와 오지의 부족들 희생제의 공간으로 간다.


거대한 황진이와 그녀의 신비한 음색도 관람 포인트이지만 이 음악극엔 그 이상의 인상적인 노래가 나온다. 이른바 ‘골반의 노래’. 스핑크스와의 대결에서 광대 대장은 스핑크스에게 “무엇이 영웅을 만드는가?” 묻고 영웅은 골반을 사용하는 자라며 육감적인 춤과 함께 골반의 노래를 부른다. ‘ 머리만 잔뜩 큰 겁쟁이 모범생들은 때리면 말을 잘 듣죠/ 무대는 영웅을 목말라 하죠. 살아 있는 꿈틀대는 골반의 주인공을... 꿈꾸는 골반 숨 쉬는 골반 심장처럼 펄떡이는 성스러운 고르반’ 왜 하필 골반일까? 골반은 몸통의 아래쪽을 이루는 뼈인 동시에 자궁과 성기를 감싼 성반(性盤)이고 찔러 넣고 받아들이며 양육하는 육체공간이다. 신은 이 골반을 통해서 인간에게 생명을 심어 넣고 인류를 생육시켰다. 그러나 인간은 점점 이 골반의 신성을 숨기고 대신 머리만 비대하게 키웠다. 그래서 영웅도 사라지고 완전한 배우도 사라졌다.

이 연극엔 사라진 배우에 대한 연출자의 염원이 담겨있다. 그것은 장점이지만 누군가에겐 부담으로도 작용한다. 머리가 비대해진 우리는 짐작한다. 영계의 다리를 건너기 전 다시 돌아온 그녀와 연출자가 염원했던 완전한 배우 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그런데 미국의 N백화점 사례는 꼭 그렇지도 않을 것임을 보여준다. 그 백화점은 고급백화점이라 고객들이 까다로워 종업원들이 감정노동에 고통을 겪었다. 보통 경영자라면 종업원들에게 참고 더 친절하라고 했을 것이나 그 백화점 경영자들은 골반의 노래 해법을 찾았다. 종업원들에게 연극을 가르친 것이다. 그 후로 종업원은 자신이 고객들에게 연극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고 고객은 종업들이 친절하고 재미있다고 생각하며 서로 만족했다. 울랄라! 그러니 당신이여, 배우의 힘으로 이승을 구하라. 영계의 다리에 선 자들이여, 골반을 믿고 돌아오라.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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