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기후변화 논의와 GCF 사업에 대한 한국의 역할

머니투데이 정태용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 2015.11.16 03:27
정태용 연세대 국제대학원 교수 / 사진=정태용
11월 말부터 2주 동안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가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논의를 위해 프랑스 파리에 모인다. 21번째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가 개최되는 것이다. 이번 총회는 유난히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다. 선진국들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의 의무와 부담에 합의하였던 교토의정서에 기반을 둔 기후변화체제에서 벗어나 새로운 기후변화체제에 관한 합의를 이룰 것인가 하는 점 때문이다.


금세기 말까지 지구의 평균온도 상승을 2도씨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이미 선진국뿐만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시하였다. 각 국이 자발적으로 제시한 여러 정책과 행동을 담을 수 있는 범지구적인 새로운 기후변화체제에 합의를 이룰 것인가 하는 점이 관건이다.

18년 전 교토의정서 합의 시, 한국은 막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에 가입했지만 기후변화협약 상으로는 개도국 지위에 있었고, 기후변화협상의 논의를 주도할 수 있는 입장이 못 되었다. 18년이 지난 지금, 한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와 한국의 역할은 무엇일까?

이번 파리 총회에서 주요 의제는 역시 ‘돈과 기술’에 관한 내용이다. 선진국들은 온실가스 배출의 역사적이고 차별적인 책임이 있으니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보다 많은 자금을 지원하고 기술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개도국들의 입장이다.
반면 선진국들은 이는 범지구적인 문제이고 향후 중국, 인도 등 개도국들의 온실가스 배출이 더 많으니 공동의 책임으로 모두가 참여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난 18년 동안 전 세계는 누가 돈을 내고 기술을 제공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갑론을박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진국과 개도국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의제를 논의하는데 한국의 역할이 있다.


한국은 지난 2012년 새로 설립된 녹색기후기금 (Green Climate Fund; GCF) 사무국을 독일과 마지막까지 경합해 인천 송도에 유치하였다. 지난 3년 동안 한국 정부는 GCF를 조기에 정착시키고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개도국 지위임에도 불구하고 다른 개도국들의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하고 선진국의 재원공여를 선도하기 위해 1억불을 GCF에 선제적으로 제공키로 하였다.

한국 정부의 이러한 노력이 더 해져 지난 11월 6일 GCF 이사회는 8개 사업을 처음으로 승인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GCF의 첫 번째 사업으로서 한국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페루 아마존 습지보존 사업이 채택된 것은 기후변화 사업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한 것으로 의미가 크다고 하겠다. 아마존 오지에 태양광발전설비와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저장장치를 보급해 화석연료의 사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개도국 현지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기후변화 대응사업이다.

이는 한국이 새로운 경제성장의 동력으로 삼고 있는 에너지신산업 모델의 하나로서 우리나라 가파도, 가사도 등지에서 이미 성공한 에너지 자립섬 모델이다. 이러한 경험을 개도국 지원을 위해 활용하는 것은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있어 새롭고 신선한 접근이다. 국제사회가 그동안 ‘돈과 기술’ 문제를 가지고 다투어 왔고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한 상태에서 한국이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역할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10월 초 기후변화 문제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모임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 (IPCC)’ 의장으로 이회성 박사가 선출되었다. 전 세계의 기후변화에 관한 연구 결과를 모으고 기후변화 보고서를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국제기구의 수장에 한국인이 뽑힌 것이다. 이는 지난 반 세기동안 최빈국에서 출발한 한국이 이제는 국제사회의 주요국으로서 자금과 기술의 제공뿐만 아니라 한국의 경제발전 경험과 지식도 공유하는 국가로 한 단계 올라선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의 국제 기후변화 대응 논의과정에서는 한국이 ‘돈과 기술’ 뿐만 아니라 지식과 경험도 공유하면서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중재자적인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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