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폰의 세 가지 비밀

머니투데이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 소장 | 2015.11.23 08:33

[웰빙에세이]당신과 나를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선

/사진제공=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 소장
오늘도 스마트 폰을 만지작거린다. 이 신기한 놈, 재밌는 놈, 똑똑한 놈! 나는 스마트 폰 중독자다. 없으면 불안하다. 안절부절 한다. 기왕 중독이 됐으니 이 물건에서 중요한 걸 한 번 따져 보자. 우주의 진실을 추론해보자.

하나, 어디서나 터진다. 주머니에 있어도, 가방 안에 두어도, 옷장 속에 넣어도, 화장실에 놓고 나왔어도, 자동차 한 구석에 흘렸어도, 냉장고에 넣고 까먹었어도 번호만 누르면 울린다. 내 방 어느 공간 어느 지점에도 빈틈이 없다. 방문과 창문을 밀폐해도 끄떡없다. 공간 장벽이 없다.

둘, 언제나 터진다. 원하면 언제든지 걸고 받고 접속할 수 있다. 한 순간도 끊임이 없다. 시간 장벽이 없다.

셋, 동시에 터진다. 미국이든 중국이든 아프리카든 브라질이든 상관없다. 당신과 나는 동시에 만난다. 시차가 없다.

넷, 한꺼번에 터진다. 열 명이든 백 명이든 천 명이든 상관없다. 같은 곳, 같은 시간에 다 같이 걸고 받고 접속할 수 있다. 용량 제한이 없다.

그렇다면 당신은 조건을 달 것이다. 그거야 이동통신 회사들이 그런 시설을 했기 때문이지 무선 중계망이 없으면 말짱 꽝이라고. 맞다. 그런 시설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런 시설도 당신과 나를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선에 그런 성질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 선이 언제 어디서나 동시에 모두를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선은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하나, 그 선은 동심원이다. 동심원의 물결처럼 사방으로 둥글게 퍼져 나간다. 저기 작은 호수에 조약돌을 던진다. 퐁당! 그 순간 물 위에 찍힌 한 점이 동그라미를 그리면서 호수 위의 모든 공간을 지나간다. 한 점의 파문이 수면 전체를 쓰다듬는다. 어느 한 곳도 빠뜨리지 않는다. 무선 중계소에서 쏘는 전파도 똑같다. 중계소의 전파가 미치는 곳까지가 호수이고, 안테나에서 쏘는 전파가 조약돌이고, 중계 지역을 빈틈없이 지나가는 파장이 동심원이다. 이로써 스마트 폰은 공간 장벽을 넘는다. 언제 어디서나 터진다.

둘, 그 선은 빛이다. 빛의 속도로 날아간다. 1초에 30만km를 간다. 전파는 햇살과 같은 빛이다.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길어 보이지 않을 뿐이다. 전파가 빛인 덕분에 스마트 폰은 동시에 터진다. 엄밀히 말하면 동시는 아니다. 빛이 아무리 빨라도 속도가 유한한 만큼 시차가 생긴다. 하지만 지구 안에서는 눈치 채기 어렵다. 빛은 눈 깜짝할 사이에 지구의 일곱 바퀴 반을 돌 테니.

셋, 그 선은 파동이다. 빛은 입자인가, 파동인가? 물리학의 오랜 숙제이자 논쟁거리다. 물리학자들이 내린 답은 둘 다다. 빛은 입자이기도 하고 파동이기도 하다. 빛이 입자일 뿐이라면 질량과 부피 때문에 용량 제한이 생긴다. 같은 공간에 여럿이 들어설 수 없다.

그러나 빛이 파동이라면 아무 문제없다. 질량과 부피가 없으니 열이든 백이든 상관없다. 어느 한 점에도 파장이 다른 빛이 무한수로 존재할 수 있다. 용량에 기술적인 제한은 있지만 이론적인 제한은 없다. 덕분에 스마트 폰은 한꺼번에 터진다. 같은 곳, 같은 시간에 다 같이 걸고 받고 접속할 수 있다.

오직 빛만이 언제 어디서나 동시에 모두를 연결할 수 있다. 오늘도 나는 전능한 빛의 비밀을 간직한 스마트 폰을 만지작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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