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획정안이 법정처리시한인 13일 국회를 통과하지 못함에 따라 선거구획정위원회 역할에 대한 비판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선거구획정위가 독립기구로서 자신의 지위를 활용하지 못한 채 정치권 논의에 손발이 묶였다는 지적이다.
선거구획정위는 획정위 안을 법정제출시한인 지난 달 13일까지 국회에 제출하지 못하며 사실상 활동을 종료했다. 이후 한 달 동안 선거구획정 관련 논의를 돌이켜보면, 선거구획정위 활동은 거의 전무했다. 유일한 활동은 정치권을 향해 재차 선거구획정 기준을 내놓으라고 한 것 뿐이다.
독립성을 상실한 선거구획정위 활동은 당초 예견된 일이었다. 획정 작업의 전제 조건인 의원 정수, 지역구·비례 의석 비율 확정 등이 국회가 결정할 사안이라 정치권 논의에 얽매일 수 밖에 없는 구조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선거구획정위는 자체 획정안을 밝히겠다고 강조했으나 이 달 들어 국회 논의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여야 지도부로 격상되면서 개입할 틈을 찾지 못했다.
선거구획정위는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도 십분 활용하지 못했다. 대표적인 게 지난 9월 선거구획정위가 내년 총선 지역구 수를 244~249석 범위 내에서 결정하겠다고 한 자체 발표다. 이는 현행 246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안으로 선거구획정위의 제한된 권한과 위상을 확인시켜줬다. 더군다나 정치권이 선거구획정 논의 과정에서 선거구획정위 제시안을 고려 대상으로 여기지 않으며 선거구획정위의 위상은 추락했다.
선거구획정위가 제 역할을 못함에 따라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선거구획정위의 구성방식을 문제 삼으며 조직 개편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9명의 획정위원 중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추천인 김대년 위원장을 제외한 여야 추천 위원이 각각 4명씩이어서 합의(2/3 이상 찬성)가 어려운 구조라는 것이다.
김정훈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구획정위를 식물 위원회로 만든 공직선거법 24조는 개정돼야 한다"며 "선거구획정위는 여야가 완전히 협의를 안하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정책위의장은 획정위원을 중앙선관위와 여야 교섭단체가 각각 3명씩 추천하고 의결요건을 2/3에서 과반으로 완화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야당은 선거구획정위에 모든 책임을 돌리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며 여당 제안이 부정적인 분위기라 공직선거법 개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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