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자소서 vs. 나쁜 자소서

머니투데이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 2015.11.13 09:00

[취업시장 오해와 진실] 11.

구직 시 첫 관문은 단연 자기소개서 작성이다. 그런데 많은 구직자들이 자기소개서 작성부터 큰 오해를 하는 경우가 많은 듯하다.

자기소개서를 작성할 때 가장 흔히 범하는 실수는 지원자 자신이 전달하고 싶은 내용 위주로 작성한다는 점이다. 모든 대화가 그렇듯이 자기소개서 역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할 때보다 상대방이 듣고 싶은 말을 했을 때 더 전달력이 높다. 따라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 전에 지원하고자 하는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세부적으로는 지원 부서에서 찾는 인재가 갖추어야 할 지식과 인성, 경력 등이 무엇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지원한 부서의 업무 특성상 꼼꼼하고 세심한 성격을 요구한다면 자기소개서에 자신이 이러한 능력을 갖췄다는 사실을 제시한 지원자가 서류 전형에서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영업 관련 부서에서는 사교성과 전달력이 높은 직원을 찾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부서에 지원하고자 할 때는 학창시절 자신이 리더십과 친화력을 발휘한 경험을 언급한 지원자가 훨씬 유리할 것이다.

아마 구직자들이 이미 이러한 사실을 고려해 자기소개서를 작성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채용담당자들을 통해 확인하면 전혀 다른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들은 수천장의 자기소개서 중에서 진정으로 우리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고 있으며, 회사에서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업무가 무엇인지 이해하고 작성한 자기소개서는 많지 않다는 것이다.

호텔리어를 꿈꾸며 특급호텔에 지원한 사람들의 자기소개서 내용을 보면, 투숙객들을 위한 서비스 정신이나 쾌적한 숙박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과 경험 등을 중심으로 기술돼 있다고 한다. 하지만 실제 호텔에서 큰 수익을 가져주는 업무는 결혼식 및 대규모 컨벤션 행사 유치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호텔에 지원한 구직자들 중에서 자기소개서에 단순 투숙객 관련 업무뿐만 아니라 결혼식 행사 내지 대규모 국제회의 등에 대해 언급하면서 관련 업무에 대한 관심 내지 경험 등을 기술한 지원자가 있다면 결과는 뻔한 일일 것이다.


자기소개서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인사담당자 내지 지원한 회사가 듣고싶어 하는 말을 기술할 때 합격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자기소개서를 작성하기 전에 철저한 사전 조사를 거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여러 특성들 중에서 해당 회사와 부서가 찾고자 하는 인재상에 부합하는 점이 무엇이지를 파악해야 한다.

단순히 내가 지금껏 살아온 인생을 단편적으로 제시하면서 소위 말하는 스펙을 나열했다면, 이러한 자기소개서는 결코 채용담당자가 읽고 싶어하는 내용이 아닐 것이다. 물론 지원자에 대한 전반적인 특성을 파악하는 중요한 참고자료임은 분명하지만, 채용 후 회사에 기여할 수 있는 지원자라는 확신을 심어주지는 못하는 자소서라 할 것이다.

지금 취업으로 힘들어하는 구직자가 있다면 지금까지 자신이 작성한 자기소개서가 어떤 유형의 자기소개서였는지 다시 한번 돌아보길 바란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은… 연세대 경제학과, 동 대학원 경제학 석사, KAIST 경영학 석사, 홍익대 산업미술대학원을 수학했다. “배워서 남 주자!”라는 신조에 따라 EBS, KBS 라디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일반인들을 위한 교양 경제 강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며, 현대, SK, 롯데 등 주요 기업들에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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