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안개낀 세종…발길 뜸한 황총리

머니투데이 세종=정혁수 기자 | 2015.11.13 03:23

취임 5개월 불구 세종청사 방문 9회 그쳐…잠깐 머물고 대부분 'in 서울'

행정중심복합도시인 세종시를 특징짓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안개'다. 안개로 인해 아침 출근길 시정거리가 5m도 채 안되다 보니 요즘 주변 차량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비상등에, 거북이 걸음이다. 세종살이가 얼마 되지 않은 3단계 이주 공무원들이 잦은 접촉사고 등 '아찔한' 경험에 노출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얼마나 안개가 자주 끼고 짙었으면 '안개(연기를 연상케 함)가 많아 옛 지명이 연기군'이라는 농담이 생겨났을까. 물론 안개와 연기군(燕岐郡)의 지명에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세종시 안개는 오래 전 부터 악명이 높았다. 원수산, 전월산 등 해발 200~300m 높이의 산들로 둘러싸인 분지(盆地)라 다른 곳에 비해 일교차가 심한데다 주변에 금강과 여러개의 호수가 위치하다보니 습도가 높아 안개가 자주 발생했다. 대기 포화상태에서 기온이 내려 갈 경우, 공기내 수증기가 물방울로 맺히며 생겨나는 게 안개인데 세종이야말로 안개 생성지로는 최적지인 셈이다.

기상학에서는 안개가 끼었을 때 시정 거리를 대략 1km 미만으로 설명하지만 세종에서는 이런 류의 안개는 '안개'가 아니다. 안개가 극도로 심할 때 발령되는 '안개주의보'(기상청에서 시정거리가 100m 미만일 경우 발효)가 이달 들어서만 벌써 4회가 넘는다. 수치상 100m 미만이지 어떤 때는 5~10m 앞이 보이지 않아 당황스러워 하는 이들이 한 두명이 아니다. 안개끼는 날이 잦다보니 일부 전업주부들 사이에서는 호흡기 질환과 우울증 초기증세를 호소하는 이들도 나온다.

좀 생뚱맞은 얘기일지 모르겠지만 황교안 국무총리는 이런 세종시 안개를 무척 불편해 하는 것 같다. 힘든 상황에서도 묵묵히 일하는 세종 공무원들의 모습을 보다보면 황 총리의 '탈(脫)세종' 행보는 참 도드라져 보인다. 세종청사시대를 제일 앞에서 이끌어나가야 할 사람이 정작 황 총리 임에도 일정 대부분은 서울행사로 채워져 있다. 박 대통령을 대신하거나 중요한 일정들이 많아서라지만 정부 3.0시대를 맞아 '세종'이 아닌 '인(in) 서울'을 고집하는 이유로는 왠지 옹색한 느낌이 든다.

총리 취임(6월18일)이후 지난 5개월 동안 황 총리의 세종 방문을 헤아려 보니 9회가 전부다. 총리로 활동한 지 150여일이 다 됐지만 세종에 머문 날이 20여일도 채 되지 않는 것이다. 이쯤되면 국정을 통할하는 역할에 충실하기 쉽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세종청사시대를 맞아 자비(自費)로 세종에 집을 마련하거나 지금도 장거리 출퇴근에 시달리는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일종의 배신감마저 드는 대목이다.


많은 공무원들 입장에서는 총리가 세종에 부재하다보니 하루하루가 '무두일(無頭日, 회사 또는 기관에 상사가 없는 날)'의 연속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도 적지 않다. 세종공관에 머무는 날은 정말 '가뭄에 콩 나듯'하지만 텅 빈 공관을 유지하기 위해 들어가는 경비병력과 관리인원 등 시설 유지에만 연간 6억3000만원 가량이 소요된다. 세종공관을 짓기위해 들어간 예산만 384억원이다.

똑같은 여건이지만 황 총리와 직전 이완구 총리의 행보는 전혀 딴판이다. 이 전 총리는 취임 직후 1급이상 전 간부들을 모아놓고 "아직 불편한 점들이 있겠지만 '세종청사시대'라는 역사적 흐름을 크게 보고 긍정적으로 생각해 달라. 국회 때문에 공무원들이 세종에서 서울로 몰려가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세종총리로서의 역할을 자임했다. 본인 스스로도 1주일에 4일 정도는 서울 대신 세종에 머물며 국정을 지휘했다.

많은 이들은 이제 본격적인 세종청사시대를 맞아 황 총리에게 세종총리로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과 책임을 주문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세번째 총리로서 그에게 주어진 시간은 최대 2년이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그 시간에 그가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 낼지 궁금하다. 지금은 안갯속이라지만 안개가 걷히면 그동안 모습을 감추었던 것들이 제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이다. 황 총리의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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