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현직 경찰 150만' 경우회 '부적절한' 정치활동…'중립성' 논란

머니투데이 신희은 기자 | 2015.11.16 05:01

수백억원대 예산투입 사업 운영하며 정치활동 지속…경찰 내부서도 "'극우 보수' 성향 부담"

#"대한민국 국회는 전과자들의 도피처다. 300명 중 48명이 전과자로, 28명은 국가보안법 또는 반공법 위반이고 18명은 이적단체 활동자다."

최근 재향경우회(이하 경우회) 홈페이지에 '국회개혁범국민연합' 출범과 1000만 서명운동을 안내하는 글이 게시됐다. 경우회는 이 글에서 "27개 애국안보단체와 168개 중소상공인단체가 '국회개혁 없이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는 슬로건 아래 국회개혁을 목표로 단체를 결성했다"며 회원들을 상대로 공개적으로 서명을 독려했다. 경우회는 국회개혁범국민연합에 법인 명의로 참여하기도 했다. 구재태 경우회장은 상임대표로도 이름을 올렸다. 서명에 참여한 전·현직 경찰관과 전·의경은 2만2500여명에 육박하고 있다.

재향경우회 회원들이 지난 7일 서울 광화문 세종로사거리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에 반대하는 집회에 대응하는 '올바른 역사교과서 국정화 지지 제2차 국민대회'를 열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김민중 기자
전·현직 경찰관과 전·의경을 회원으로 두고 수백억원대 치안사업을 도맡아 운영하는 경우회가 법인 명의로 위법적인 정치활동을 지속해 논란을 빚고 있다.

경우회에 따르면, 이 단체에는 퇴직 경찰관과 전·의경 135만명, 현직 경찰관과 전의경 15만명 등 총 150여만명이 회원 혹은 명예회원으로 가입돼 있다. 퇴직 경찰관과 전·의경이 대부분이지만 현직도 상당수 가입돼 있다는 설명이다.

경우회는 퇴직 경찰관 전문성을 인정받아 치안질서유지 관련 사업을 정부에서 위탁받아 운영해왔다. 대표 사업인 '아동안전지킴이'는 2008년 회원 110명이 참여하는 소규모로 시작됐지만 올해는 연간 예산만 238억원에 이르는 대형사업으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국립경찰병원 정문 주차장 부지에 장례식장을 신축, 20년간 독점 운영하는 방안이 추진돼 논란이 일었다. 연간 40억원 매출이 예상되는 장례식장 운영권을 전문성이 없는 경우회에 주는 것은 '과도한 특혜'라는 게 경찰청공무원노동조합의 지적이다.

이처럼 경찰 조직을 등에 업고 각종 사업을 영위하는 경우회가 동시에 굵직한 정치·사회 현안이 있을 때마다 정치활동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경우회 소속 회원 수백여명은 지난 14일을 포함해 수차례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집회에 대응하는 '맞불 집회'를 열고 "교과서 국정화는 종북세력의 역사반란 진압을 위한 대한민국 보위조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우회는 이 밖에도 지난해 통진당 해산 국민운동과 세월호 투쟁중단 촉구 기자회견, 2013년 반국가 종북세력 대척결 국민대회 등 주요 사회 현안에 대해 정부 입장을 대변하는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대한민국재향경우회법에 따라 설립된 법정단체인 경우회는 회원들의 복지와 치안활동을 제외한 조직적 정치활동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사실상 정부의 묵인 하에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는 셈이다. 경찰 내부에서도 '극우 보수' 성향을 띄는 재향경우회의 무분별한 정치활동이 중립을 지켜야 할 경찰에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정치활동이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단마저 무시하고 있다. 앞서 경우회는 지난해 7·30 재보궐 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권은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을 비난하는 신문광고를 중앙일간지 3곳에 냈다가 올 7월 중앙회 사무총장이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광고문안에 대해 여러 차례 공직선거법 위반 가능성을 안내받았음에도 범행 경위와 법정 태도에 비춰볼 때 재범의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2심 재판부 역시 "선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려한 의도가 있었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4개월여가 지난 현재 경우회가 오히려 전보다 더 적극적인 정치활동을 전개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노웅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국회 입법조사처에서도 재향경우회의 광고 게재행위는 '정치활동 금지행위' 위반에 해당된다고 유권해석했다"며 "경찰청장은 이에 대해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경찰관 출신으로 이뤄진 경우회가 공개적인 정치활동을 지속하고,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사람들을 압박하는 행태를 보이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박주민 변호사는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들의 활동을 압박하는 기자회견·집회를 열고 고소·고발을 남발하는 경우회와 같은 곳에 정부 예산 지원이 편중되는 것은 큰 문제"라며 "단체 설립목적에 위배되는 정치활동을 지속하려면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에 대한 참여를 제한하는 등 제재가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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