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밖 과학]적외선 '색의 비밀' 풀렸다

머니투데이 이강봉 객원기자 | 2015.11.12 08:29

<14>미국 듀크대, 적외선 파장 차이 구분…‘저가형’ 적외선카메라 개발 등 산업에 영향 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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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크대 전자&컴퓨터공학과와 물리학과 연구진이 촬영한 적외선을 비춘 금속 물체 표면. 녹색 색조의 표면 위에 배열된 나노큐브가 붉으스레한 빛으로 비춰지고 있다/사진=pratt.duke.edu<br>


1987년에 제작한 영화 '프레데터'는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나오는 SF영화다. 지구와 같은 행성들을 돌아다니며 거의 재미로 사냥을 즐기는 흉폭한 외계인 프레데너가 등장하는데 놀라운 능력들을 지니고 있다.

그중의 하나가 적외선 시력이다. 헬멧에 부착된 특수 장치를 통해 자신의 주위에 맴도는 생명체들을 감지할 수 있다. 이런 능력을 가지고 주인공 아놀드 슈왈제네거를 추적해 죽이려하지만 전사인 슈왈제네거는 몸에 진흙 칠을 하고 추적을 피해나간다.

여기에 과학적 원리가 숨어 있다. 몸에 진흙 칠을 한 것은 괴물이 적외선 탐지장치를 달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탐지 장치는 열이 높은 물질을 감지할 수 있다. 때문에 한 밤중에도 몸을 피하는 전사 슈왈제네거를 추적할 수 있었다.

◇녹색 위에 붉으스레한 색조 드러나

원래 적외선은 열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러나 열에너지가 적외선의 파장이나 속도를 바꾸어준다. 열을 가진 물체, 즉 몸에서 적외선이 방출됐을 때 차가운 물체에서 방출되는 적외선과 파장이 다르게 나타난다.

이 원리를 이용해 가시광선이 전혀 없는 한 밤중에도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 주변의 밝기나 기상조건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보면 된다. 괴물 프레데터의 적외선 시력은 이런 파장의 차이를 붉은색과 흰색 이미지로 파악해내는 적외선 카메라 원리를 차용한 것이다.

적외선 카메라가 열 탐지를 통해서만 적외선을 감지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가시광선처럼 적외선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적외선을 파악하려면 광선의 파장 차이를 구분해내야 하는데 그동안 구분이 불가능했다. 이 문제를 미국 듀크대 과학자들이 해결해냈다.

9일(미국시간) 듀크대는 전자&컴퓨터공학과와 물리학과 연구진이 적외선의 색깔을 식별해냈다고 전했다. 전자빔 리소그래피 시스템을 활용해 적외선을 비춘 금속 물체 표면을 정확히 촬영했다는 것.

연구진이 공개한 사진에 따르면 금 표면 위에 은으로 구성된 나노큐브들이 선명하게 드러나 있다. 사진을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약간 굽은 표면이 녹색 색조를 띠고 있고, 그 위에 촘촘하게 배열된 100나노 크기의 큐브들이 붉으스레한 빛으로 비춰지고 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재료공학 분야에서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즈'지에 게재됐다.

연구를 이끈 메이큰 미켈슨 교수는 과거 적외선 이미지는 실제 색깔로 촬영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실제 적외선 색깔을 감지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열 감지 시스템보다 훨씬 더 많은 빛 정보를 감지해야 하는데 그것이 불가능했다는 것.


◇"기존 열 탐지 카메라 성능 향상시킬 수 있어"

그러나 첨단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식별 시스템을 통해 적외선의 색깔을 선명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 개발한 이 적외선 탐지 시스템을 다양한 기하학적 모델에 적용할 수 있으며 다양한 모델 적용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이 기술을 기존 열 감지 시스템 장치에 적용할 경우 이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그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고가의 비용이 들어가는 적외선 카메라 가격 역시 대폭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최근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신 기술을 활용해 적외선 색깔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최신 기술이 적용된 전자빔 리소그래피 시스템이 큰 도움을 주었다고 설명했다.

이 시스템은 가늘게 오므려 조인 전자빔에 의해서 선폭 1㎛ 전후 혹은 그 이하의 미세한 LSI (대규모 집적회로) 패턴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기술이다. 주사형 전자현미경과 유사하지만 주사방식이 LSI패턴에 따라 다채롭게 제어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적외선 카메라는 많은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해왔다. 군인들은 야간 전투에 활용할 수 있는 야간 관측기, 열화상 소총 조준기 등을 개발해 사용해왔다. 경찰은 헬리콥터에 열화상 카메라를 부착한 후 땅 위에서 달아나는 사람을 추적하기도 한다.

건설업자들은 차가운 공기가 건물로 스며들어오는 것을 탐지하기 위해 열화상 카메라를 사용하고 있다. 야간 보안 시설로 적외선 탐지기를 사용하는 곳은 수도 없이 많을 정도다. 문제는 너무 높은 가격이다.

7대의 적외선 카메라를 설치하려면 거의 10만 달러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적외선 색상을 식별할 수 있는 듀크대 연구 결과가 산업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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