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 '빈민가'의 기적…25년 후 아이들이

머니투데이 홍찬선 CMU유닛장 | 2015.11.12 06:15

[공자 이코노믹스]<21>지혜와 어짊과 용기가 유혹과 걱정·두려움을 이긴다

편집자주 | 세계 문명이 아시아로 옮겨오는 21세기에 공자의 유학은 글로벌 지도 이념으로 부활하고 있다. 공자의 유학은 반만년 동안 우리와 동고동락하며 DNA 깊숙이 자리 잡았다. 이에 공자라면 얽히고설킨 한국 경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그 해답을 찾아본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졸전이 뭐길래…”

둘째 딸이 요즘 미술대학을 졸업하기 위해 마지막으로 거쳐야 하는 ‘졸전(졸업전시회를 줄여서 이렇게 부른다)’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뭔가 잘 풀리지 않는 게 있는 모양이다. 자신의 ‘페이스 북’에 최근 이런 글을 올려놓았다.

우연히 “졸전이 뭐길래…”를 보고 며칠 뒤에 ‘눈치’를 보며 슬쩍 물어봤다. “페북에 마음 찡한 얘기 올려놓았던데, 졸전 준비하는 데 힘든 게 많어?”라고.

그러자 “힘든 건 없는데, 뭔가 불안하고 쫓기는 듯하고 마음에 들지 않고…. 한마디로 이거라고 얘기하기가 쉽진 않지만 걱정하지 마세유”라고 한다.

다행이다. 졸전을 준비하면서 스트레스가 있기는 하지만 그걸 극복하지 못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여겨져서다. 3주일 정도 남은 기간 동안 스트레스를 잘 다스려서 좋은 결과로 졸전을 마칠 것으로 믿는다.

◇ 지혜로운 사람은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

둘째 딸의 미대 졸전 얘기는 일상생활에서 진로를 놓고 어떻게 살지 등을 고민하는 젊은이들에게 공자는 어떤 조언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공자는 “지자불혹 인자불우 용자불구(知者不惑 仁者不憂 勇者不懼)”라고 했다. “지혜로운 사람은 유혹에 흔들리지 않고 어진 사람은 걱정하지 않으며 용감한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는다(『논어』 (자한편))는 뜻이다.

살다보면 매 순간마다 우리는 여러 가지 일로 흔들리고 걱정하며 두려워한다. 둘째 딸이 졸전을 준비하면서 느끼는 것도 바로 이런 ‘혹우구(惑憂懼)’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혹우구에 따라 우왕좌왕하면서 살다, 이루는 것 없이 신세한탄만 하면서 생을 마감할지 모른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혹우구를 극복하기 위해 지인용(智仁勇)을 갈고 닦는다.

공자와 유학은 지혜와 어짊과 용기인 지인용을 가장 중요하게 강조한다. 공자의 손자인 자사(子思)는 그가 지은 『중용』에서 “호학근호지 역행근호인 지치근호용(好學近乎知 力行近乎仁 知恥近乎勇)”이라는 공자의 말을 인용했다. “배우기를 좋아함이 지혜에 가깝고, 힘써 실천하는 것은 어짊에 가까우며, 부끄러움을 하는 것이 용기에 가깝다”(20장)는 뜻이다.

◇ 배우기와 실천을 좋아하는 것이 지혜와 어짊에 가깝다


지혜는 지식만 많이 갖는다고 얻어지는 게 아니다. 삶의 현장에서 여러 가지 어려운 일들을 겪으면서 책에서 배운 것들의 의미를 새김질할 때 비로소 생겨난다. 이른바 땅과 물은 물론 하늘에서의 경험을 쌓은 ‘육해공 전사’가 세상사는 이치를 밝게 알아 이런 저런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지(知)는 책을 읽고 배워서 얻는 지식만이 아니라 삶의 체험을 통해 얻는 지(智), 즉 지혜다. 불교에서 말하는 반야(般若)로 ‘헛똑똑이’인 총명을 뛰어넘는다.

밝은 지혜를 얻어 흔들리지 않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 지혜를 실제로 실천함으로써 남과 나와 이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는 인(仁)을 갖춰야 비로소 걱정하지 않게 된다. 어떤 일을 이루지 못할까 걱정하기보다 일단 부딪쳐서 해결방법을 찾으니 걱정은 자연스럽게 없어진다. 주변 환경이 아무리 나쁘게 바뀌어도 중심을 잃지 않고 해결할 수 있는 지혜와 어짊을 갖췄기 때문이다.

흔들리지 않고 걱정하지 않으니, 부끄러운 일을 하지 않는 용기를 발휘할 수 있다. 주위에서 옳지 않은 일이 벌어졌을 때 당당히 나서 바로잡는다. 나쁜 일을 하지 않는 소극적 용기에서 벗어나 불선(不善)을 응징하고 선(善)을 적극적으로 실천한다. 착함과 좋음을 뜻하는 선(善)의 반대말이 나쁨이나 악함을 가리키는 악(惡)을 포함해서 좋은 일을 하지 않는 것인 불선(不善)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 산을 쌓는데 한 삼태기 모자라 그치는 건 내 탓이다

공자는 “한 삼태기의 흙이 모자라 산 쌓는 것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내가 그만뒀기 때문이며 땅을 평평히 할 때 한 삼태기의 흙을 덮은 뒤 나아가는 것도 내가 했기 때문(爲山未成一簣止吾止也 平地雖覆一簣進吾往也)”(『논어』 (자한편))이라고 지적했다. 어떤 일을 할 때 일이 완전히 끝날 때까지 마무리를 잘 하지 않고 막판에 그만두면 일 전체를 그르칠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한 말이다. 게다가 그 일이 성공하지 못한 것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닌 바로 내 탓이다.

미국에서 이런 조사가 있었다고 한다. 어느 사회학 교수가 자신의 강의를 듣는 학생들에게 ‘볼티모어에 있는 빈민가로 가서 그곳 청소년들 200명을 만나 생활환경을 조사해보고 그들의 25년 모습을 전망하라’는 과제를 주었다. 학생들의 평가보고서는 대체로 “미래가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어릴 적부터 아무런 배움의 기회가 주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25년 뒤 다른 사회학 교수가 이 연구 조사를 접한 뒤 학생들에게 ‘당시 볼티모어 청소년들이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 조사하라’는 과제를 주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놀랍게도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간 20명을 제외한 180명 중에서 176명이 변호사와 의사와 사업가 등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어떻게 이런 기적이 일어났을까?

스테파노라는 여선생님이 기적을 만들어 냈다. 스테파노는 “그저 아이들을 따듯하게 사랑하고 희망을 하나씩 그들의 마음에 심어준 것 뿐”이라고 했다.

하루하루가 살기 힘들고 희망도 잘 보이지 않는 요즈음이다. 그렇다고 포기하고 말 수도 없는 게 우리의 삶이다. 또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소년가장’ 공자처럼 불굴의 의지와 노력으로 ‘지자불혹 인자불우 용자불구’의 경지에 오르는 사람도 있다. 모든 일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성공과 실패도 모두 내가 하기 나름이다(이렇게 얘기한다고 해서 사회와 국가에 잘못이 없다는 것을 말한다는 것은 아님을 밝혀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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