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값에는 기술 넘기지 않는다" 임성기 회장 뚝심

머니투데이 김명룡 기자 | 2015.11.09 17:21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수출 협상 잇따른 성공…한미약품 협상력 주목하는 까닭

한미약품이 다국적 제약사로의 기술수출에 잇따라 성공하자 탁월한 연구개발(R&D) 경쟁력과 함께 협상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술수출이 뛰어난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 보유와는 별개로 초대형 다국적 제약사와의 우수한 협상력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한미약품은 9일 지난해 매출 86조원을 기록한 세계1위 제약사 존슨앤드존슨의 제약사업부인 얀센과 당뇨, 비만치료 신약 후보물질 'HM12525A'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한미약품은 얀센으로부터 계약금 1억500만달러(약 1215억원)와 단계별 기술료(마일스톤) 8억1000만달러(약 9373억원) 등 총 9억1500만달러(약 1조588억원)를 받는다.

이에 앞서 한미약품이 지난주 5조원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을 맺은 사노피는 세계 4위 제약사고, 올해 초 기술계약을 맺은 릴리는 세계 12위, 베링거인겔하임은 15위 제약회사다.

전문가들은 유수의 글로벌 제약사들을 상대로 한미약품이 좋은 조건으로 계약에 성공한 것을 평가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새로운 파이프라인에 대한 기술도입을 적극적으로 진행하지만 한미약품처럼 작은 회사의 경우 불리한 조건에 계약을 맺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임상시험 초기 단계 물질의 계약금을 전체 계약규모 10% 정도로 인정한 것은 상당히 좋은 계약조건"이라며 "국내 제약·바이오회사들이 해외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것을 감안하면 한미약품이 성공적으로 기술 수출 협상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약사 출신 오너 임성기 회장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한미약품에 따르면 기술수출에 대한 모든 최종 결정은 임 회장이 직접 내린다. 매주 열리는 연구개발 관련 임원회의도 주재한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회사 파이프라인의 가치에 대해 임 회장이 직접 판단하고 결정한다"며 "기술수출과 관련한 작은 부분까지 임 회장이 세세히 챙긴다"고 말했다.

임 회장은 제값을 받고 기술을 수출하겠다는 원칙을 철저히 고수했다. 이 때문에 희망하는 기술수출 조건이 맞지 않으면 주저 없이 협상을 중단시켰다고 한다. 원칙을 지키다 보니 개발단계에서 최종 기술수출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좋은 결과를 이끌어 냈다는 평가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공들여 개발한 신약기술에 대한 자존심이 있기 때문에 헐값에 기술수출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임 회장의 소신이고 이 원칙을 끝까지 고수했다"며 "기술수출 협상을 하는 직원들에게는 오너의 이런 원칙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 기술이 상업화로 연결될 수 있는 상대방을 찾아 계약을 진행했다"며 "최종 상업화까지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한미약품은 연구원 출신 최고경영진을 보유하고 있는 등 신약개발에 대한 지식이 풍부한 회사"라며 "오너인 임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하에 R&D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협상 능력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미약품이 다국적 제약사들과 협상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노하우가 쌓였다"며 "아직 남아 있는 파이프라인들도 좋은 조건에 기술수출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베스트 클릭

  1. 1 계단 오를 때 '헉헉', 유명인도 돌연사…'이 병' 뭐길래
  2. 2 [TheTax] 아버지 땅 똑같이 나눠가진 4형제…장남만 '세금폭탄' 왜?
  3. 3 '농구스타' 우지원, 결혼 17년만에 파경…5년 전 이미 이혼
  4. 4 방시혁 9000억 날릴 때…주식 600% 불린 대표님, 누구?
  5. 5 손흥민 쓴소리에 "상암 잔디석 안 판다"…아이유 공연은 어떻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