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종자 주권 회복을 위한 길

머니투데이 류경오 아시아종묘 대표 | 2015.11.09 04:00

류경오 아시아종묘 대표

류경오 아시아종묘 대표
농과대학에서 원예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채소학 석사학위를 취득했을 때만 해도 종자산업이 중요하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지 않았다. 종자회사에 취직해 가방 하나 달랑 들고 낯선 외국에 나가 국산 종자를 팔러 다닌 후에야 비로소 '씨앗 한 톨이 전 세계를 지배한다'는 말을 실감하게 됐다.

국내 유수 종자회사들이 IMF 외환위기를 전후로 거대자본을 앞세운 외국 다국적기업들에 팔려나갔다. 이후 우리 종자업계에서는 외국 다국적기업에 국내 종자시장이 장악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져만 갔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최근 금보다 비싼 종자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골든 씨드 프로젝트'(Golden Seed Project, GSP)를 추진하게 된 건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골든 씨드 프로젝트는 수입하는 종자를 우리 기술로 대체하기 위한 종자 국산화 작업과 함께 우리 종자의 해외수출에 박차를 가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2020년까지 종자수출 2억달러를 달성하겠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다.

2013년 전 세계 종자시장은 450억달러 수준이었으며 이 중 우리 종자회사들이 주력하는 채소종자는 60억달러 규모였다. 하지만 채소종자 시장에서 우리 종자회사의 점유율은 1% 미만이니 우리가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걸 알 수 있다.

우수한 종자를 만들어 해외시장에 단번에 많은 양을 수출한다는 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서는 농수축산업 전반에 걸쳐 많은 연구자들이 농가들과 비슷한 상황에서 뜨거운 뙤약볕 아래 땀을 쏟거나 매서운 한파를 견디며 연구개발에 정진하고 있다. 이들이 있는 한 우리 종자산업 미래는 결코 어둡지 않다고 확신한다.

개인적으로 종자회사 경영은 자전거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계속 페달을 밟아야 자전거가 쓰러지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듯 매년 과감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해마다 연구원들은 늘어나고 연구에 필요한 농지와 건물도 구입해야 하고, 실험기자재 및 운영비 등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입해야 한다. 비용이 부담스럽다고 투자를 멈추면 발전도 멈춘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가까운 일본 종자회사들을 살펴보면 기업공개를 통해 규모를 키운 뒤 연구개발비를 확충하는 한편, 외국 종자회사와의 적극적인 인수합병(M&A)을 통해 급성장하는 사례가 많다. 우리 종자회사도 마찬가지로 기업공개 등을 통해 자금을 확충하고 규모를 키워 연구개발을 지속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글로벌 종자시장에서 다국적기업에 맞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이 필수적이다. 적절한 규모를 갖추지 않으면 연구개발 능력은 결코 향상되지 않는다. 따라서 우리나라 종자회사들도 이제는 기업공개에 적극적으로 나서 규모를 키워야 한다. 그래야 좁은 내수시장에서 다투는 대신 한없이 넓은 해외시장에 마음껏 우리 종자를 판매하는 일에 전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 종자회사가 외국기업에 팔려나가는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종자산업은 매력적인 분야다. 종자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농가의 부주의로 인한 재배 실패와 생리장해 때문에 발생한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비지땀을 쏟기도 한다. 인사와 재무관리 능력 부족 등으로 힘이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각계각층 명망 있는 인사들의 '종자가 중요한 산업'이라는 격려에 힘을 내곤 한다.

종자산업에 대한 관심은 우리 종자업종 종사자들에게 큰 힘이 된다. 때로는 긴장이 풀리기도 하지만 그때마다 분에 넘치는 격려에 다시 마음을 가다듬어 종자산업 발전을 위해 혼신의 노력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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