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中소비자, 원망할 것"-李 "朴 덕분"…웃음터진 한중 회담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 2015.11.01 11:40

[the300] 국산 쌀·삼계탕, 中식탁 오른다…북핵·통일 '전략적 소통 강화' 합의

박근혜 대통령이 31일 방한한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청와대에서 양자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지난달 31일 한중 정상급회담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서로 농담을 주고 받는 등 108분 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대화를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청와대 본관 집현실에서 오후 4시52분 시작돼 오후 6시40분 종료됐다. 당초 오후 5시부터 6시까지 1시간이 예정돼 있었으나 논의가 길어지면서 48분 연장됐다.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이날 밤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회담이 연장된 데 대해 "이야기가 너무 잘되다 보니까 (그랬다)"며 "분위기 자체는 아주 진지했지만 화기애애했고 참석자들이 웃음을 터뜨리기도 한 분위기 속에서 (양자 회담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특히 중국이 검역 검사 기준을 마련해 한국산 쌀, 삼계탕, 김치의 수입을 허용키로 한 데 대해 박 대통령은 "쌀이나 삼계탕, 특히 그동안 논의가 이뤄진 김치까지 이제 (중국에) 수출할 수 있게 돼 우리 농민들이 기뻐할 것"이라며 "쌀, 삼계탕, 그리고 김치와 같이 맛있는 우리 농산품이 이렇게 늦게 중국 식탁에 오른 것에 대해서 중국 소비자들이 많이 원망할 것"이라는 농담을 해 웃음을 자아냈다고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은 전했다.

이에 리 총리는 "앞으로 중국 국민들에게 삼계탕과 김치 같은 맛있는 것들이 박 대통령 노력의 결과로 이렇게 식탁에 오르게 됐다는 이야기를 꼭 하겠다"고 화답했다.

미중 간 군사충돌 위험이 고조되고 있는 남중국해 사태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는 그동안 미중 간에 균형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북핵·통일 '전략적 소통 강화' 합의

박 대통령과 리 총리는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양자 회담을 갖고 중국 류윈산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 방북 이후의 한반도 정세에 대해 논의하고 북핵과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한 전략적 소통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6자 회담 재개 등 북한 비핵화 방안와 한반도 통일 문제에 대한 한중 간 전략대화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두 정상은 또 양국 간 경제·통상 분야 협력과 관련, Δ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발효를 통한 FTA 활용도 제고 Δ우리의 '제조업 혁신 3.0'과 '중국제조 2025' 간 연계를 통한 창조혁신 분야 협력 Δ제3국 시장 공동 진출 Δ우리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연계 구체 협력사업 발굴 Δ위안화 활용도 제고 및 금융협력 강화 문제 등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가졌다.

아울러 박 대통령은 문화산업 분야에서의 양국 간 협력 확대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이에 양측은 문화산업 분야에서의 협력 구체화 및 세계시장 공동 진출 방안에 대해 협의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담을 시작하며 "(한중) 양국 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중장기적으로 확대·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제가 올해 (중국) 시진핑 주석과 리 총리, 그리고 장더장 전인대 상무위원장을 비롯한 중국의 최고위 지도자들을 모두 만났다"며 "이 같은 최고위급 지도자들의 적극적인 관심은 양국 간의 전략적 소통과 한중 관계 발전에 기여하고 있고,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내일 열리게 되는 한일중 3국 정상회의가 성사되기까지 시 주석과 리 총리가 적극적으로 협조해 줘 감사드린다"고도 했다.

이에 리 총리는 "박 대통령의 주도 아래 중한 관계가 긴밀해지는 모습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중한 양국이 각 분야에서 새로운 관계로 끌어올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통령과 한국 정부가 그동안 중한일 3국 정상회의 체제를 회복할 수 있도록 또한중, 한일 협력을 증진할 수 있도록 많은 기여를 한 것을 높이 평가한다"며 "중한 관계의 진일보한 발전을 추진하고, 중한일 협력을 강화하며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함께 추진해 나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는 우리 측에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병세 외교부 장관,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장수 주중국대사, 김규현 외교안보수석, ·안종범 경제수석, 김성우 홍보수석 등이 배석했다.

중국 측에서는 왕이 외교부장, 쉬사오스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완강 과학기술부장, 러우지웨이 재정부장, 천지닝 환경보호부장, 가오후청 상무부장, 저우샤오촨 중국인민은행장, 추궈홍 주한 중국대사, 류전민 외교부 부부장등이 자리했다.

회담 직후 양 정상은 MOU 서명식에 참석한 뒤 환영 만찬을 가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두 정상은 회담에서 다양한 사안들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며 "회담 분위기는 화기애애했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과 리 총리의 만남은 이번이 5번째로, 지난달 2일 박 대통령의 방중 당시 면담 이후 약 2개월 만이다.

2013년 3월 총리 취임 이후 이날 처음으로 방한한 리 총리는 다음달 2일까지 한국에 머물며 다음달 1일로 예정된 제6차 한일중 3국 정상회의을 비롯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의 중일 정상회담, 정의화 국회의장 및 황교안 국무총리와의 면담, 경제단체 주최 환영 리셉션 참석 등의 일정을 소화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올들어 중국내 서열 1, 2, 3위인 시 주석, 리 총리, 장 상무위원장 등 중국 최고위지도자들과 모두 만났다"며 "이 같은 양국 간 전례 없는 최고위급 수준에서의 전략적 소통강화는 한·중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내실화는 물론 한반도 및 동북아의 평화와 안정, 번영에 기여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 국산 쌀·삼계탕, 中식탁 오른다

한중 양국 정부는 이날 두 정상의 양자회담 직후 경제협력과 관련된 17개의 양해각서(MOU)와 금융협력 합의문에 서명했다.


MOU에 따라 한국산 쌀, 삼계탕에 대한 중국의 검역 검사 기준이 마련돼 우리 쌀과 삼계탕을 중국에 수출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우리 정부가 2006년 삼계탕, 2009년 쌀에 대한 수입을 요청한 뒤 각각 9년, 6년 만이다. 이는 쌀과 삼계탕의 공급과잉 문제 해결과 농축산업 소득증진에도 적잖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MOU 체결로 12억2000만달러(1조4000억원) 규모의 중국 쌀수입 시장에 진출할 기반이 마련됐다"며 "양국간 쌀 교역의 형평성 문제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중국으로부터 20만5000톤의 쌀을 수입한 반면 중국에 쌀을 수출하지는 못했다.

또 양국은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한중일 FTA 등 역내경제통합에 대한 논의 진전을 위한 협력에도 합의했다. 중국이 주도하는 경제블럭인 RCEP은 미국 중심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응하는 성격을 띠고 있다. 한중 정부는 올해 중 RCEP 타결을 목표로 그동안 10차례에 걸쳐 협상을 가졌으나 아직 접점을 찾지 못했다. 한중일 FTA는 중국은 적극적인 반면 일본은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논의가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

아울러 양국은 한중 FTA의 연내 발효를 위해 노력한다는 입장도 거듭 확인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선 한중 FTA 비준동의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며 중국에선 국무원 심사 등 비준 절차가 진행 중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7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한중 FTA의 경우 비준이 늦어지면 하루 약 40억원의 수출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며 국회의 조속한 한중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촉구한 바 있다.

한편 중국은 우리나라로선 첫번째 해외 원화 직거래시장인 상하이 원화-위안화 직거래시장을 조속히 개설하고 거래 활성화를 위해 협조키로 했다.

원화-위안화 직거래란 달러화 등 다른 통화를 거치지 않고 곧장 원화와 위안화를 사고 파는 것을 말한다. 기업이나 개인 입장에선 중국내 환전이 쉬워지고, 환전 수수료와 환위험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원화 국제화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원화-위안화 직거래는 지난해 12월 서울에 위안화 청산은행이 출범한 뒤 지금까지 국내에서만 가능했다. 상하이거래소의 원화-위안화 직거래시장은 이르면 다음달 개설될 예정이다.

또 중국 정부는 우리 정부가 중국 채권시장에서 위안화표시 국채의 발행을 허용하고 지원키로 했다. 중국 정부가 중국내 채권시장에서 다른 나라의 국채 발행을 허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우리 정부가 위안화로 채권을 발행하는 것도 최초다.

중국 주식·채권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기관투자자인 '위안화 적격외국인투자자'(RQFII)의 투자한도(쿼터)도 현행 800억위안(14조원)에서 1200억위안(22조원)으로 확대된다. 홍콩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규모다.

한국과 산동성과의 금융협력 강화도 앞으로 한국 소재 국내은행들이 산동성에 있는 기업에게 위안화로 대출을 할 수 있게 된다. 산동성내 크라우드펀딩 시범사업 추진, 산동성 자본시장과 우리 코스닥 간 협력 촉진방안 등도 검토되고 있다.

아울러 양국은 우리나라의 '제조업혁신 3.0 전략', 중국의 '중국제조 2025' 등 각각의 제조업전략을 연계해 협력키로 했다. 특히 세계최대인 27억달러(3조원) 규모의 중국 로봇시장 진출을 위한 로봇 분야 협력에도 합의했다.

우리 기업의 중국 내수시장 진출과 중국 기업의 한국 투자 확대를 위한 한중 산업협력단지도 지정키로 했다. 한국의 새만금과 중국의 산동성 연태시, 강소성 염성시, 광동성 등이 대상이다. 양국 온라인 거래시 소비자 피해 해소 등을 위한 협력도 강화키로 했다.

제3국 시장 공동 진출을 위해 우리나라의 기술·디자인과 중국의 자본력을 결합한 협력 모델 개발과 금융조달을 위한 '한·중 협력기금' 설치도 추진된다. 양국은 지난해 10월 한중 어업공동위원회에서 채택된 '불법어업방지 공동합의문'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서도 노력키로 했다.또 우리나라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와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간 연계도 강화키로 했다.

◇ 中미세먼지 정보 실시간 공유

박 대통령과 리 총리는 이날 양국 정부 간 '대기질 및 황사 측정자료 공유합의서', '판다 보호협력 공동추진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합의서에 따라 한중 양국은 다음달 중 서울 등 수도권 3개 시·도의 대기질 정보와 중국 35개 도시의 실시간 대기질 측정자료 및 40개 지방도시의 황사발생시 측정자료를 전용선(FTP)을 이용해 공유키로 했다. 또 앞으로 미세먼지 등 대기질 실시간 측정자료 공유 대상 도시를 중국의 74개 도시로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발표하는 미세먼지 예보의 정확성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중국 정부가 타국과 전용선을 이용한 자료 공유에 합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경부는 이밖에도 미세먼지 분야에서의 한중 간 협력을 위해 지난 6월 중국 베이징에 개소한 한중 미세먼지 공동연구단을 활용해 미세먼지 원인 공동규명, 예보모델 개선 등을 공동 연구하고 양국간 대기정책 및 기술 전문인력 교류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 같은 합의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앞으로 미세먼지 배출량 정보 등 다양한 정보 공유를 위한 좋은 기반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한편 판다 관련 MOU에 따라 삼성물산(에버랜드)은 내년초 중국으로부터 판다 암수 1쌍을 제공받고, 적응기간을 거쳐 내년 상반기 중 에버랜드를 통해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1994년에도 중국으로부터 판다 1쌍을 들여온 바 있으나 관리비 부담으로 1998년 반환했다.

중국의 국보 동물인 판다는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적색목록과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CITES) 협약'의 부속서 1급에 해당하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현재 중국 외에는 미국 등 13개국의 동물원에서만 판다를 볼 수 있다.

또 MOU는 한중 양국이 판다 보호 공동연구사업의 진행상황과 평가결과를 공유하고, 판다 보호 관련 활동에 공동 참여한다는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판다 보호협력 사업을 통해 한중 양국간 우호뿐 아니라 국제적 멸종 위기종 보호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증진될 것"이라며 "삼성물산과 중국 야생동물보호협회가 추진 중인 판다 보호 공동연구사업의 원활한 진행과 양국 간 야생생물 보호 영역에서의 교류·협력 촉진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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