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에 한국사 국정 교과서 정국의 출구 전략을 제안했다. 정치인을 제외한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주장이다. 제안을 받지 않을 경우 보다 강도높은 국정화 반대 투쟁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는 거부의사를 분명히 했다.
문 대표는 2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 교과서와 관련해 "역사학계와 교육계 등 전문가들과 교육주체들이 두루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해 발행체제 전반을 검토하고 논의해 보자"며 "사회적 논의기구 결과에 따르는 것을 전제로 그때까지 정치권은 교과서 문제 대신 산적한 민생현안을 다루는 데 전념하자"고 제안했다.
문 대표가 제안한 사회적 논의 기구의 경우 역사교육 전문가 및 학자들로만 구성된다. 정부와 정치권이 교과서 정쟁에서 빠져나오고 민생현안에 몰두하자는 취지다. 문 대표는 박 대통령에게도 사회적 기구에서 논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 절차를 일단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최재성 총무본부장은 "여·야·정 협의체와 같은 것과 다르다. 정치권을 배제하고 역사 관련 전문가들과 단체들이 교과서에 대한 논의를 하라는 것"이라며 "이 제안을 정부와 여당이 받으면 예산안과 민생법안의 처리에 협조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표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검·인정 체제 강화가 최선의 방법인데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국정화를 추진하는 것'이라고 했었다"면서 "지금 검·인정 교과서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집필 기준 강화, 검·인정 과정 엄격화, 수정명령제도 도입 등을 통해서도 해결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여러가지 해결 방안들을 종합적으로 놓고 검토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북 경주 숭무전에서 열린 종친회 행사에 참석한 김무성 대표도 거부 의사를 분명히 하면서 오히려 국정 교과서 강행의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했다.
김 대표는 "사회적 기구가 바로 (국정 교과서) 집필진 구성이다. 집필진 구성에 야당의 의사도 반영될 수 있도록 참여하면 그것이 바로 사회적 기구"라며 "문재인 대표가 사회적 기구 구성을 필요로 느꼈다는 것은 곧 현행 역사교과서가 잘못됐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종친들 앞에서 "현재 우리의 어린 학생에게 잘못 가르쳐주는 현대사를 (고쳐) 올바른 역사교육을 시키자는, 맥을 같이 하자는 건데 동의하시느냐"고 연설을 한 후 박수를 받기도 했다.
새누리당이 문 대표의 제안을 거절함에 따라 교과서 정국이 더욱 심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문 대표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만약 자신의 제안이 받아지지 않을 경우 강도높은 국정화 반대운동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이다.
특히 문 대표는 여당이 국정화 확정고시를 강행할 경우 헌법소원을 비롯한 법적 조치, 교과서 집필거부 및 대안교과서 만들기 운동에 돌입할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현재 진행 중인 성명운동, 역사 교과서 체험관, 버스투어 등 대국민 여론전도 지속하는 동시에, 보다 강력한 대응 수단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표는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사회적 혼란과 갈등이 계속될 것이고 정부와 여당이 어려워질 것이다. 우리당은 확정고시에 결코 굴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것(구상한 대책)으로도 부족하다면 보다 비상한 각오와 결단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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