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義)를 중시한 공자는 이익을 경멸했을까?

머니투데이 홍찬선 CMU유닛장 | 2015.10.29 05:30

[공자 이코노믹스]<19>공익적 이익(公利)과 이치에 맞는 이익(合理利)은 적극 추구

편집자주 | 세계 문명이 아시아로 옮겨오는 21세기에 공자의 유학은 글로벌 지도 이념으로 부활하고 있다. 공자의 유학은 반만년 동안 우리와 동고동락하며 DNA 깊숙이 자리 잡았다. 이에 공자라면 얽히고설킨 한국 경제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그 해답을 찾아본다.

/그래픽=임종철 디자이너
"김가수운은 반드시 손님과 함께 이익을 나눈다(金哥水運 必利客分, 김가수운 필리객분)."

조선 중후기에 수운(水運)업으로 큰 부자가 된 김세만이 만든 '김가수운(金哥水運)'의 4가지 경영원칙 가운데 하나다. 나머지 3개는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必約移行), 모든 사람을 반드시 공경한다(必人恭敬), 물건을 반드시 정직하게 운반한다(必正物運)'는 것이다. 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고객의 신뢰를 얻어 이익을 함께 나누면 고객이 만족하고 나의 사업도 커진다'는 것이다.

◇김가수운과 데조리아의 성공비결=나눔

노숙자에서 4조원대의 자산가로 화려하게 변신한 존 폴 데조리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데조리아는 "나누지 않는 성공은 실패"라며 "가장 많이 이득을 보는 사람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베푸는 당신"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나눔'을 돈 버는 기반으로 삼는다. 멕시코 빈민들에게 빈병을 수거토록 해서 대가를 지급함으로써 지역 사회의 소득증가를 이끌고, 아프리카에선 매일 7000명의 어린이들에게 먹을 것을 준다. 먹는 문제가 해결돼야 평화가 정착되고 서로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에 따른 것이다.

김가수운과 데조리아의 '나눔 철학'을 공자는 어떤 식으로 제시했을까.

공자의 언행과 교훈을 제자들이 편찬한 『논어』를 보면 공자가 나눔을 강조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우선 공자가 이익을 싫어했는지, 좋아했는지를 살펴보자.

물론 공자를 신격화하고 있는 일부 유학자들은 이런 질문 자체에 대해 분노할 지도 모른다. 안빈낙도(安貧樂道, 가난함에 편안하고 도를 즐긴다)와 견리사의(見利思義, 이익을 보면 의를 생각한다)를 중시한 공자가 이익을 좋아했을 리 만무한데 이런 질문을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는 점에서다.

게다가 『논어』는 "공자가 이(利)에 대해 드물게 말했다"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공자는 이익과 명(命)과 인(仁)을 드물게 말했다"(子罕言利與命與仁, 자한언리여명여인 (자한편))는 언급이 그것이다.

◇공자가 이익(利)을 자주 말하지 않은 까닭은?

하지만 이런 공자의 말로 공자가 이익을 좋아하지 않았고 판단하는 것은 성급하다. 공자가 이(利)를 드물게 얘기한 것은 이(利)가 하늘의 명령인 명(命)과 유학의 정수인 인(仁)처럼 매우 중요한 가치이며, 말로는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지 싫어해서 얘기하지 않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자는 『주역』의 건괘(乾卦) (문언전(文言傳))에서 이(利)에 대해 분명히 밝혀놓았다. 건괘의 괘사(卦辭, 괘에 대한 설명)인 원형이정(元亨利貞)의 이에 대해 "이는 의의 화이며(利者義之和也) 사물을 이롭게 하는 것은 의와 화합하게 하는 데 충분하다(利物足以和義)"고 설명하고 있다. 이(利)를 군자가 실천해야 하는 원형이정의 4덕 가운데 하나로서 중요하게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공자가 싫어하거나 탐탐치 않게 여긴 것은 개인적 이익(私利)이나 떳떳하지 않게 얻은 이익, 즉 이치에 맞지 않는 이익(不合理利)이었다. 『논어』에 나오는 몇 번의 언급은 이를 잘 보여준다.

우선 조그만 이익을 보고 얽매이면 큰일을 이룰 수 없다는 '견소리즉 대사불성'(見小利卽大事不成, (자로편))이 그것이다. 또 방어리이행다원(放於利而行多怨, (이인편))이라고도 지적했다. "이익을 쫓으면 원망이 많이 생긴다"는 뜻이다. (팔일편)에서는 "활을 쏠 때는 과녁을 뚫는 것을 중시하지 않았는데 이는 사람마다 힘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이게 옛날 도리"(射不主皮 爲力不同科 古之道也; 사불주피위력부동과고지도야)라고 했다.

◇공자가 추구한 이익은 '공익(公益)과 떳떳하고 합리적인 사익(利益)'

반면 공익적 이익(公利)이나 이치에 맞는 이익(合理利)에 대해선 거부하기보다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대상으로 여겼다. 공자는 "부(富)를 구할 가치가 있다면 채찍을 잡는 마부라도 할 것이다. 하지만 구할 가치가 없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쫓을 것"(『논어』(술이편))이라고 했다.

또 재산과 권력은 사람이 좋아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되(富與貴是人之所欲也), 정당하게 얻지 않는 부귀는 갖지 않겠다(不以其道得之不處也)(『논어』 (이인편))고 했다. 이익을 추구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을 밝힌 것이다.

모든 비즈니스는 고객을 먹고 큰다. 고객들의 믿음과 사랑을 얻으면 성장하고 발전하지만, 믿음과 사랑을 잃으면 잘 나가던 기업도 어느 한 순간에 고꾸라진다. 고객의 믿음과 사랑을 얻는 지름길은 나눔이다. 내가 일시적으로 손해를 보더라도 먼저 양보하고 베풀면 고객이 감동하고 믿게 된다.

해야 할 일을 먼저 하고 이득은 뒤로 미루는 선사후득(先事後得, 『논어』 (안연편))이야말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성공할 수 있는 비결 중의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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