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렬한 與-싸늘한 野, 시정연설 반응 극과극

머니투데이 김성휘,박다해 기자 | 2015.10.27 17:45

[the300]朴대통령 예산안 시정연설 현장 표정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직접촬영/머니투데이


"망신시키지 말고 (국정교과서 반대 종이) 빨리 떼세요." (여당 의원)
"망신시키지 말고 국정화 빨리 취소하세요." (야당 의원)

3년 연속 이뤄진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현장은 역사교과서 논란을 둘러싼 여야 대립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여당 국회의원들은 연설중 분 단위, 문장 단위로 박수를 치며 환영한 반면 야당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34→26→53 박수 변화…與 결속 또는 위기감
박 대통령 시정연설은 취임 첫해인 2013년을 시작으로 이날까지 세차례 이뤄졌다. 그때마다 확연히 달라진 것은 박수 횟수와 야당의 반응이다. 40여분에 걸친 이날 연설동안 박수는 모두 53차례 나왔다. 입장할 때와 퇴장할 때를 합치면 55회다.


새누리당은 박 대통령이 △창조경제 △국가신용등급 상향조정 △경제활력회복 등을 강조할 때, △청년희망펀드 △노동개혁 5대법안 △노사정대타협 등을 언급할 때 큰 박수를 보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언급할 때는 매 문장마다 박수가 터졌고 시정연설이 끝나자 일제히 기립 박수를 보냈다.

연설중 박수는 지난해 10월 시정연설 때 26차례, 대통령 취임 후 첫 시정연설인 2013년 34차례를 기록했다. 올해 정확히 53회가 맞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34→26→53으로 이어지는 변화는 예사롭지 않다.



우선 임기 첫 해엔 여당이 30차례 넘는 박수로 화답했다. 새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 등이 반영된 결과다. 지난해엔 호응이 크게 줄었다. 무엇보다 세월호 사고로 대통령 지지율이 휘청했고 '친박'의 위상도 예전같지 않은 걸로 풀이됐다.

그러다 올해 여당은 지난해의 2배인 50여차례 박수를 보냈다. 특히 교과서 관련 대목에서 문장 하나 하나마다 박수가 나왔다.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사명이라고 강조한 대통령에게 여당이 확실한 지지의사를 드러낸 셈이다.

대통령의 여당 장악력이 강화됐다는 해석과, 반대로 대통령의 의지와 국정화 반대 여론 사이에 낀 여당의 위기감이 표현됐다는 상반된 시각이 있다. 시정연설에 불참한 정의당은 논평에서 "남은 것은 국정교과서를 향한 대통령의 집착, 새누리당 의원들의 충성박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예의 아니다"-'인쇄물시위'에 연설 지연

공교롭게 여당이 열렬히 박수를 칠수록 야당 반응은 더욱 싸늘해졌다. 첫해 야당은 연설이 끝난 뒤에도 기립박수 없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국가정보원 대선 개입 의혹 사건에 항의한 것이다.





지난해엔 전체 박수는 줄었지만 야당도 기립박수로 대통령을 배웅했다. 지나친 냉대는 국민이 뽑은 대통령에 대한 예우가 아니지 않느냐는 자성론의 영향이다.

올해 야당 분위기는 다시 첫해처럼 차갑게 돌아섰다. 야당은 발언 중간 박수를 치지 않았다. 연설을 마친 후 문재인 대표 등 일부는 일어서서, 이종걸 원내대표 등은 앉은 채로 박 대통령이 나가는 모습을 지켜봤다.
박근혜 대통령이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2016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기위해 입장하고 있다. 2015.10.27/뉴스1
이날 연설은 시작부터 팽팽한 긴장의 연속이었다. 오전 10시로 예정된 본회의는 야당 의원들이 좌석마다 비치된 노트북 컴퓨터 앞에 '국정교과서 반대' '민생우선' 과 같은 글을 인쇄한 종이를 붙이면서 지연됐다.




국회 관계자들은 당혹했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긴급히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불러 조치를 요구했으나 야당은 응하지 않았다. 정 의장은 의장석에서 "나라에 대한 충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국회의 품격을 생각해 달라. 대통령 오셔서 연설할 동안 예의가 아니다"고 부탁했다.

이에 "국회의장 말도 안 들을 거면 여기 왜 들어왔어"(김성태 새누리당 의원) "민생우선이 뭐가 잘못됐느냐"(서영교 새정치연합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고성을 주고받기도 했다. 서로를 향해 국회를 망신시키지 말라는 설전도 벌였다.

야당이 일종의 소극적 피켓시위를 계속하는 가운데 10시12분경 정 의장은 회의를 개의했다. 박 대통령 연설은 15분 가량 지연돼 시작했다. 조경태 의원 등 일부는 본인 좌석 앞에 종이를 붙이지 않았다.


◇열렬한 與-싸늘한 野 극과극
연설 도중 여야 분위기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김무성 대표 등 새누리당 의원들은 일부는 박 대통령을 보면서, 일부는 모니터 속 원고를 눈으로 좇으면서 연설에 귀를 기울였다. 윤상현 의원 등이 때때로 터져나오는 박수를 주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반면 문재인 대표를 포함한 새정치연합은 박 대통령을 바라보기만 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경제법안의 국회 처리,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을 언급하면서 야당 의원석을 정면으로 쳐다보거나 큰 손짓을 할 때는 일순간 야당 의원들이 술렁이기도 했다. 연설 도중 본회의장을 나가는 의원도 있었다.

대통령이 국회를 찾았기 때문인지 방청석 보안검색도 이례적으로 강했다. 취재진들은 일일이 카메라와 컴퓨터 등 장비를 점검받느라 입장이 지체, 일부가 항의하기도 했다. 본회의장 주변에선 휴대전화 등 통신 전파가 순간적으로 끊기기도 했다.

한편 황교안 국무총리 등 5부요인, 이병기 비서실장과 안종범 경제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도 국무위원석에 자리해 연설을 들었다. 일반인 방청객들도 방청석에서 연설을 경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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