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출 효자품목이었던 스마트폰이 경쟁심화로 수출물량이 대폭 감소한데다 저유가로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크게 하락한 영향이 컸다. 최근 수출이 구조적 부진의 늪에 빠진 것과도 연관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 1998년 외환위기에도 없었던 일= 27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4년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업 매출액 증가율은 -1.6%로 집계됐다. 제조업 매출액이 전년대비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도 성장기인 1960~70년대 매년 20~30%대를 기록했던 제조업 매출액증가율은 1980년~1990년대에도 꾸준히 10%대를 유지했다. 2000년대 들어와서는 증가율이 한자리수로 감소했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2011년에는 스마트폰 등 IT 관련제품 수출증가로 2년 연속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수출 제조업 기반으로 성장했던 우리나라는 앞선 1998년 외환위기(0.7%),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2.2%) 당시에도 제조업매출액이 감소하지 않았었다.
박성빈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지난해 원/달러 환율이 3.8% 떨어졌고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수출물가, 수입물가 모두 하락했다"며 "제품가격이 떨어진데다 환율요인까지 겹쳐 기업들의 매출액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제조업 부진 여파로 기업 전체 매출액도 증가세가 둔화됐다. 지난해 제조업과 서비스업을 아우른 전산업 매출액증가율은 1.3%로 전년대비 0.8%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2.6%)보다 낮은 것으로 2002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최저치다. 기업들의 총자산증가율(4.3%), 유형자산증가율(4.1%)도 전년대비 각각 0.3%포인트, 1.5%포인트 떨어졌다.
매출뿐만 아니라 수익성도 악화됐다. 지난해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4.0%로 전년대비 0.1%포인트 하락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5.0%)보다 1.0%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매출액대비 세전순이익률은 3.3%로 전년보다 0.4%포인트 증가했다. 이는 일부 대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채무액을 출자로 전환하고 자산매각으로 영업외 수익을 늘린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다. 장사를 잘해서 남긴게 아니라 보유한 자산을 팔아 이익률이 높아진 것이어서 긍정적으로만 해석할 수 없다는 평가다.
이자보상배율 100% 미만, 0% 미만 기업 비율 모두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11년 이후 가장 높았다. 다만 금리인하 영향으로 기업들의 평균 이자보상비율은 284.5%로 전년(283.9%)대비 소폭 상승했다.
기업들의 부채비율은 134.5%로 전년(141%)보다 소폭 감소했지만 차입금의존도는 32.2%로 전년(31.5%)보다 오히려 증가했다. 대기업 구조조정으로 전체 기업부채 규모는 감소했지만 중소기업 단기차입금이 대폭 증가했다. 실제로 지난해 대기업 차입금의존도는 전년대비 0.1%포인트 줄어든 30.8%였던 반면 중소기업 차입금의존도는 전년대비 3.2%포인트 36.7%로 집계됐다.
지난해 제조업종이 동반침체에 빠졌다는 사실은 '평균의 함정'을 제거한 통계로도 입증된다. 한은이 각 기업들의 재무제표를 오름차순으로 정리한 중위값(분위수) 통계에 따르면 전체이상이 매출액이 전년보다 16% 이상 줄었고, 영업이익률이 -1.4%보다 더 낮았다.
◇ 신속한 기업구조조정 필요= 전문가들은 대외 불확실성이 고조된 상황에서의 기업부실화에 우려를 나타낸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경기침체가 장기화되고 디플레이션이 심화되면서 부실기업 부채를 비롯한 기업부채의 질이 악화되고 있다"며 "중국 경기둔화, 미국 금리인상 등 대외 불안요소가 커지는 상태에서 산업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한계 기업이 확대되면 한정된 자원이 비생산적, 비효율적 부분에 집중돼 성장 잠재력 확충에 제약을 줄 수 있다"며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 한계기업 구조조정도 미룰 수 없는 과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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