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27일 국회 연설은 시작부터 팽팽한 긴장의 연속이었다. 당초 10시로 예정된 본회의는 야당 의원들이 좌석마다 비치된 노트북 컴퓨터 앞에 '민생우선' 과 같은 글을 인쇄한 종이를 붙이면서 지연됐다.
정의화 국회의장은 긴급히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불러 조치를 요구했으나 야당은 응하지 않았다. 정 의장은 의장석에서 "나라에 대한 충정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국회의 품격을 생각해 달라. 대통령 오셔서 연설할 동안 예의가 아니다"고 부탁했다.
이에 "국회의장 말도 안 들을 거면 여기 왜 들어왔어"(김성태 새누리당 의원) "민생우선이 뭐가 잘못됐느냐"(서영교 새정치연합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고성을 주고받기도 했다.
결국 야당이 일종의 '피켓시위'를 계속하는 가운데 10시12분경 정 의장은 회의를 개의했다. 정 의장은 "간곡한 요청 드렸음에도 들어주지 않음에 섭섭한 마음도 있으나 여러분 의사를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며 "오늘 이것(이후)으로 국회의 여러가지 정해진 규율을 규정을 잘 지켜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에둘러 야당에 유감을 드러냈다.
김무성 대표 등 새누리당 의원들은 일부는 박 대통령을 보면서, 일부는 모니터 속 원고를 눈으로 좇으면서 연설에 귀를 기울였다. 윤상현 의원 등이 때때로 터져나오는 박수를 주도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날 연설 도중 박수는 53번 나왔다. 박 대통령이 연설을 마친 뒤 의원들의 기립박수까지 포함하면 54번, 앞서 대통령이 입장할 때 그를 맞이했던 박수까지 합하면 55번이다.
연설을 경청한 것은 야당도 마찬가지였지만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여당 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박수를 칠 때에도 문재인 대표를 포함한 새정치연합은 박 대통령을 바라보기만 했다. 야당은 앞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와 의원총회를 거쳐 이날 출석하되 이른바 침묵시위, 피켓시위를 하기로 했다.
특히 박 대통령이 경제법안의 국회 처리,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을 언급할 때 여야 분위기가 극과극이었다. 여당 의원들은 여러 단락을 듣기도 전 문장 하나 하나 마다 큰 박수를 보냈다. 반면 박 대통령이 야당 의원석을 정면으로 쳐다보면서 강한 어조와 큰 손짓을 보일 때는 일순간 야당 의원들이 술렁이기도 했다. 연설 도중 본회의장을 나가기도 했다.
박 대통령이 퇴장할 때에도 야당은 박수를 보내지 않았다. 문 대표 등 일부는 최소한 일어서기는 했지만 이종걸 원내대표 등은 앉은 채 박 대통령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고, 이후 대책을 논의하는 등 동료의원들과 대화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국회를 찾았기 때문인지 방청석 보안검색도 이례적으로 강했다. 취재진들은 일일이 카메라와 컴퓨터 등 장비를 점검받느라 입장이 지체, 일부가 항의하기도 했다. 본회의장 주변에선 휴대전화 등 통신 전파가 순간적으로 끊기기도 했다.
한편 황교안 국무총리 등 5부요인, 이병기 비서실장과 안종범 경제수석 등 청와대 참모들도 국무위원석에 자리해 연설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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