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커버린 회사채 시장, 연준 발목 잡을까

머니투데이 뉴욕=서명훈 특파원 | 2015.10.28 09:45

[글로벌워치]

옐런

27일(현지시간)과 2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전세계의 이목이 다시 집중되고 있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어 긴장감은 다소 떨어진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이 금리 인상 시점에 대한 보다 명확한 단서를 내놓을 것인지에 더욱 주목하는 분위기다.

최근 발표된 경기지표들은 다소 엇갈린 모습을 보이고 있어 미국 경제가 금리 인상 충격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을 갖기 힘든 상황이다. 전문가들이 이번 FOMC에서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으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연내 금리 인상’ 발언도 지켜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너무 커져 버린 회사채 시장도 연준의 금리 인상을 머뭇거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고 있다. 최근 미국 기업의 신용등급이 낮아진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회사채 주요 투자자들이 베이비부머들의 노후자금을 관리하는 연기금이라는 점도 고려해 봐야할 사안이다. 노후자금을 증시에 묻어뒀던 투자자들이 글로벌 금융위기로 큰 손해를 입은 상황이어서 더 큰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우려된다.

◇ 美 회사채 만기 21.3년 역대 ‘최장’… 규모도 역대 ‘최고’
미국 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SIFMA)에 따르면 9월말 현재 회사채 평균 만기는 21.3년에 달한다. 이는 SIFMA가 통계를 작성한 1996년 이후 최장기간이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45% 늘어난 것이며 10년전과 비교하면 147% 급증한 것이다.

회사채 만기는 2005년 이후 길어지기 시작했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낮추면서 만기는 가파르게 늘어났다.

기업 입장에서는 회사채 만기를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만큼 자금 압박에 시달리지 않고 천천히 자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BMO 캐피탈 마켓의 아론 코리 전략분석가는 “배가 출항 직전인 것을 생각해 보면 지금이 승선해야 할 시간”이라며 “(금리 인상이 예고된 만큼)많은 기업들이 금리가 여전히 낮을 때 대출을 받아야 한다는 압력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회사채 발행이 급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9월까지 투자적격 등급의 회사채 발행 규모는 9785억달러(약 1108조1500억원)로 전년대비 13% 증가했다. 지난해 투자적격 회사채 발행 규모가 1조13000억달러(약 1279조7300억원)로 사상 최고였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다시 기록을 갈아치울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고위험채권(high yield) 발행 규모 역시 2243억달러(약 254조200억원)으로 9% 증가했다.

특히 특정 기업이 회사채 발행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이점을 누렸다. 지난 3월의 경우 액타비스는 무려 210억달러(약 23조78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6월에도 레이놀즈 아메리칸이 90억달러(약 10조193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이들 회사채는 기준금리와 물가 인상을 기대하며 수익률에 목말라 있는 투자자들이 대부분 인수했다.


◇ 너무 긴 회사채 만기, 투자자에겐 달갑지 않은 소식
반대로 회사채 투자자 입장에서는 만기가 길어지는 것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회사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줄어든 것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투자자에게로 리스크가 이전된 셈이다. 글로벌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기업들의 수명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21.3년이라는 시간 동안 기업의 안정성을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2013년 ‘다가오는 채권 시장의 붕괴’를 저술한 마이클 펜토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7년 동안 기준금리가 제로 상태에 머물러있었다”며 “회사채 투자자들은 장기간 동안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과 높은 위험에 노출됐다. 만약 물가 상승이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 자문해봐야 한다”고 경고했다. 물가와 금리가 오를 것에 대비해 회사채에 투자를 했는데 물가상승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만큼 회사채 투자 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채권형 펀드에는 900억달러(약 101조9250억원)의 자금이 순유입됐다. 2주전의 경우 정크 펀드에만 39억달러의 자금이 모여들며 최근 8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투자자들은 더 많은 회사채에 투자하고 조건도 달지 않고 있다. 무디스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최저 등급의 정크본드 발행 역시 전분기 대비 8% 증가했다. 정유와 천연가스 생산업체의 부진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27% 급증한 수준이다.

여전히 회사채 금리는 역사적 평균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기관 투자자들은 다소 비정상적인 장기 회사채라도 투자에 나서고 있다.

엔비전 캐피탈 매니지먼트의 마릴린 코헨 대표는 “개인 투자자들은 앞으로 회사채 투자에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겠지만 통계표가 필요한 연기금과 기관 투자자들은 여전히 회사채 투자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투자적격 등급의 기업도 종종 불안정한 채무 부담으로 인해 투자등급이 정크(junk, 쓰레기) 수준으로 강등되기도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BoAML)의 마이클 콘토포우로스 전략분석가는 기업들의 투자등급 주기를 유심히 살펴보라고 충고한다. 그는 기업의 투자등급이 하향 조정되면 전체 고위험채권(high yield)의 25%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무디스는 지난 8월과 9월 미국 비금융 기업의 신용등급을 108건 하향했다. 이는 2개월 수치로는 2009년 5~6월 이후 가장 많다. 반면 등급 상향은 40건에 그쳤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는 역시 9월말까지 297개 기업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역시 2009년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기업들의 신용등급 강등은 그만큼 회사채 투자에 따른 위험이 커졌다는 의미다. 실제로 무디스의 유동성 스트레스 지수(LSI)는 최근 에너지 부문의 리스크 증가로 5년 만에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8월 LSI는 5.1%로 2010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에너지 부문 LSI는 12.7%로 전월대비 2.2%포인트 상승하며 2010년 1월 이후 가장 높았다. 3분기의 경우 12개 기업에서 부도가 발생했다.

무디스의 회사채 발행 기업의 부도위험을 보여주는 CQ 지수 역시 역대 최고 수준이다. 지난 22일 무디스가 발표에 따르면 전체 11개 비금융기업 업종 가운데 8개 업종의 CQ가 상승했고 고위험 채권의 CQ 지수는 4.17에서 4.29로 높아졌다.

CQ는 5에 가까울수록 회사채 부도위험이 높다는 의미로 그 만큼 회사채 투자자들의 리스크 부담이 커졌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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