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차관으로 임명된 뒤 처음으로 상임위원회에 모습을 드러낸 건 22일 오전에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였다. '강경파'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마저 "이제 예산 필요하면 방 차관에게 말하면 되는 것이냐"라고 우스개소리를 던졌다.
방 차관의 힘은 전체회의에서 더욱 빛을 발했다. 이날 복지위는 2016년도 정부 예산안을 상정·심의했다.
직전에 예산을 짠 터라 관심은 방 차관에게 상당부분 쏠렸다. "예산안 짤 때 무슨 기준을 갖고 이 사업이 안 된다고 했느냐"(김기선)며 항의하는 의원도 있었고 "큰 역할을 기대한다"(김제식)며 덕담을 건네는 의원도 있었다.
정진엽 복지부 장관의 말문이 막힐 때면 옆에서 조언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고, 보육료 인상 대책을 묻는 이종진 새누리당 의원 질문에 정 장관은 "재정당국과 협의해나갈 생각인데 차관이 아이디어가 있을 것 같다"며 마이크를 넘기기도 했다.
방 차관의 복지부행(行)은 '왕부총리'라 불리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입김이 미친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 기재부 출신의 복지부 차관은 2006년부터 2007년까지 역임한 변재진 전 복지부 차관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방 차관 부임을 마냥 반기는 목소리만 있는 건 아니다. 복지위 관계자는 "'예스맨' 문형표 전 장관을 자르고 정 장관을 세운 것도 부족했는지 기재부 차관을 데려왔다"며 "복지부의 기재부 예속이 심화될까 우려된다"고 했다.
우려는 당장 현실화됐다. 정신질환에 대한 의료급여수가 개선이 필요하지만 예산이 마련되지 않아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 지적에 방 차관은 '개선안 반영 여부와 상관 없이 의료기관에 돈은 지급된다'는 식의 답변을 했다가 문 의원으로부터 혼쭐이 났다. 문 의원은 "차관은 지금 기재부 차관이 아니고 복지부 차관"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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