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참사 KF-X···김관진, 2년전 "책임지겠다" 지금은?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 2015.10.22 11:53

[the300]김관진 당시 국방장관, 국회서 F-X사업 책임지겠다 공언

9월18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들이 제8전투비행단 현장점검에 나서 전투기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015.9.1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미국 정부의 핵심기술 이전 거부로 한국형전투기(KF-X) 개발사업이 "원점에서 재검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당시 정책 결정권자들에 대한 책임문제에 대해선 어떠한 결정도 나오지 않고 있다.

개발비와 양산비를 합쳐 18조원이 투입되는 국책사업이 표류 위기에 있는데도 책임지는 인사가 없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22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의원실과 관련 속기록 등을 종합하면 KF-X의 부실계약은 예견된 참사였다.

공군의 차기 전투기(F-X)사업과 연계된 KF-X 개발사업은 핵심기술을 어느 정도 이전받을 수 있느냐가 성패의 가늠자였다. 2013년 11월 합참은 합동참모회의를 열어 차기전투기(해외구매)에 필요한 전투기의 성능과 수량을 정하는 '소요 결정'을 심의·의결한다. 우리 공군이 운용할 차기전투기가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35로 사실상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합참의 이 같은 결정은 두 달 전인 그해 9월 이미 결정돼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당시 국방장관이던 김관진 청와대 안보실장이 주재한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F-X 단일 후보로 올라온 미국 보잉사의 F-15SE를 부결시켰기 때문이다.

결국 2014년 3월 방추위를 다시 열어 미국 록히드마틴사의 F-35로 기종이 변경된다. 당시 국방부는 "KF-X개발에 필요한 관련 기술을 최우선적으로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KF-X사업이 본격 추진된 것은 이때부터다.

하지만 록히드마틴이 기술이전에 인색하다는 것은 이미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고,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4가지 핵심기술은 2013년 FX 사업 협상 시 미 정부 정책에 따라 록히드마틴이 제안을 거부한 기술이었다.


이에 대해 방사청은 미국 측이 '핵심기술 이전이 어렵다'고 했지만 '나중에 협상을 통해 풀 수 있을 것이란 생각으로 계약을 체결했다'는 입장이다. 더구나 지난 4월 미 정부의 승인 불가 방침을 공식 통보받고도 이를 숨겨왔다.

정책 결정권자들은 이런 내용과 과정을 속속 보고받았을 테지만 그 어떤 문제제기가 없었다. 특히 김관진 실장은 장관 신분이던 2013년 9월 3일 국방위 현안질의에 참석해 "국민 세금 8조3000억원이 들어가는 거대한 프로젝트인 F-X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겠다"고 공언했다.

당시 이용걸 방위사업청장은 "(FX사업에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기술이전"이라며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기술이전에 합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야당 의원들뿐 아니라 여당 의원들도 비판에 나서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 19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을 교체하는 등 부분 개각을 단행한 데 대해 "KF-X사업실패 면피를 위한 대리경질"이라고 비판했다. "책임을 져야 한다면 당시 국방부 장관으로 기종 선정을 주도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국방위원장인 새누리당 정두언 의원 역시 지난 20일 "KF-X 사업의 실효성이 불투명해진 만큼 원점 재검토는 당연하다"며 "사업을 추진했던 주요 책임자들이 전혀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고 질타했다. 유승민 의원과 정미경 의원 등 새누리 국방위소속 의원들 역시 '책임소재'에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 군사 전문가는 "KF-X 기술이전이 어려울 것이란 것은 전문가들 대부분이 예상했던 사안"이라며 "전투기는 현대전의 필수전력인만큼 지금이라도 협상을 되돌려야 한다"고 말했다.

베스트 클릭

  1. 1 2세 신발 만든 지 5개월 만 파경…지연, 황재균 흔적 싹 다 지웠다
  2. 2 33평보다 비싼 24평…같은 아파트 단지인데 가격 역전된 이유
  3. 3 "명장 모셔놓고 칼질 셔틀만" 흑백요리사, '명장·명인' 폄하 논란
  4. 4 티아라 지연·황재균 이혼 인정…"성격 차이로 별거 끝에 합의"
  5. 5 "국민 세금으로 '불륜 공무원 커플' 해외여행" 전남도청에 무슨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