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도 너무 오른 음식물쓰레기 봉투값…"사실상 서민증세"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 2015.10.23 05:16

서울 자치구들 도미노 가격인상, 동작구 한 번에 280% 올려… 자치구들 "올려도 처리원가 못미쳐"

지난 8월 서울 영등포구의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종량제 봉투를 구입하고 있다. /사진=뉴스1 사진DB
서울 동작구에 사는 직장인 40대 김모 씨는 지난 주말 동네마트에서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사려다 깜짝 놀랐다. 2ℓ 크기 한 봉지당 50원이었던 음식물 종량제 봉투가 190원으로 무려 280%나 가격이 폭등한 것. 김 씨는 "똑같이 2ℓ들이 봉투당 50원이었던 관악구도 가격을 올렸다고 들었지만 이 정도면 사실상 서민 증세 수준 아니냐"며 "종량제 봉투가 아까워 집에서 음식도 못해 먹겠다"고 말했다.

비단 동작구뿐만이 아니다. 중랑구는 지난 9월 2ℓ 크기 한 봉지당 40원이었던 음식물 종량제 봉투 가격을 140원으로, 금천구는 50원에서 160원으로 각각 250%, 220%씩 인상했다. 광진구, 동대문구, 은평구, 관악구도 50원에서 140원으로 올렸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자치구 25곳 중 서초구와 강남구를 제외한 모든 자치구가 연내 쓰레기 종량제 봉투 가격을 올렸거나 늦어도 내년 초부터 올릴 예정이다. 서초구와 강남구는 이미 2ℓ 규모 쓰레기 종량제 봉투 값이 160원으로 다른 자치구보다 높은 가격을 받아왔다.

서울시는 종량제 수수료가 기준원가에 현저히 미달해 서비스 개선이 어렵다는 이유로 2ℓ 규모 봉투당 평균가격을 2015년 140원, 2017년에는 평균 190원으로 단계별 인상하는 가이드라인을 자치구에 전달한 바 있다. 서울의 음식물 쓰레기 처리원가는 2ℓ 기준 305원인 반면, 자치구별 종량제 봉투 평균가격은 120원으로 원가의 38% 수준에 그친다는 설명이다.

지난 3월 15일 부산진구가 시민 경각심을 높이는 차원에서 실시한 서면거리 '청소 안하는 날' 오후 서면 1번가 인근 방치돼 있는 쓰레기 옆을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다. 부산지역 최대 번화가인 서면 특화거리가 '쓰레기특화거리'로 변해 악취를 풍기고 있다. /사진=뉴스1 DB
여기에 2013년부터 쓰레기 종량제기 실시됐지만 2014년 서울시내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은 하루 3181t으로 2013년보다 오히려 하루 평균 111t씩 늘어났다. 서울의 자치구들은 음식물 쓰레기 전체 발생량 중 37%만 서울 시내 공공처리시설에서 처리하고 나머지 63%는 경기도와 충청, 인천의 민간처리업체에 의존하고 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기초연금, 무상급식 등 정부의 복지사업으로 기초자치단체의 재정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난 상황이라 음식물 쓰레기 처리 관련 비용도 재정적 부담요인이 되고 있다"며 "종량제 봉투가격 인상분을 감안하더라도 쓰레기량이 늘어난만큼 처리비용을 충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음식물 쓰레기 공공처리시설이 노후화돼 시설투자도 시급하다는 목소리다. 송파구 관계자는 "서울시내 음식물 쓰레기 공공처리시설은 5곳 뿐인데 그 중 상당수가 시설 노후화로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다. 이런 식이라면 머지않아 자치구마다 음식물쓰레기 처리 대란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봉투값 인상에 이어 2017년에도 가격 인상이 예정돼있어 주민반발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서초·강남·동작 등 이미 평균 종량제 봉투 목표가격에 도달한 곳을 제외한 나머지 자치구들은 2017년까지 190~200원 수준으로 추가 인상을 단행하겠단 계획이다.

동작구 관계자는 "95년 이후 20년 만에 첨으로 가격을 올렸다. 2017년에 가격을 또 올리면 구민반발도 크고 홍보비와 종량제봉투 인쇄판 변경비용도 두 번 든다는 점을 감안해 지난 8월 2017년 인상분까지 더해 280%를 일괄 인상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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