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밖 과학]무거운 포크와 높은 음(音)이 입맛을 돋군다

머니투데이 이강봉 객원기자 | 2015.10.22 07:35

<4>요리와 뇌과학의 접점 '신경미식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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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사진=다이어리알
식당에서 음식을 기다리고 있다고 가정해 보자. 주방으로부터 흘러나오는 맛있을 것 같은 음식 냄새가 뇌를 자극할 것이다. 입맛을 다시면서 벌써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는 상상을 할 수도 있다.

반대의 경우도 있다. 식당 분위기에 따라 삶은 브로콜리같은 맛이 없는 음식을 떠올릴 수도 있다. 브로콜리는 샐러드, 수프, 스튜 등 서양음식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채소다. 영양이 풍부한 채소지만 맛은 별로다.

그동안 요리사들은 브로콜리를 맛있게 먹는 방법을 궁리해왔다. 그리고 지금 과학자들과 함께 브로콜리와 같은 식품들을 멋지게 요리해 마카로니·치즈처럼 맛있게 먹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런 연구를 ‘신경미식학’이라고 한다.

◇심리변화 통해 새로운 음식 체험

20일 '이터'지에 따르면 '신경미식학'에서는 요리법을 넘어 음식을 먹는 환경과 사람 내부에서 일어나는 심리 변화까지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과학이 처음 태동한 것은 2006년이다.

그리고 9년이 지난 지금 뇌과학은 물론 분자생물학, 생화학 등이 연계된 융합과학으로 진화하고 있다. 영국 옥스퍼드대의 감각교차연구소는 음식에서 어떻게 서로 다른 감각이 결합하는지 연구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심리학자인 찰스 스펜스 교수와 요리사인 샤를 미셸은 모난 음식은 먹는 사람에게서 멀리 놓아야 하며, 음악의 높은 음이 단맛을 높이고, 무거운 포크일수록 음식 맛이 더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최근에는 맛에 오감이 모두 관여한다는 점을 활용한 햄버거 요리법도 공개했다. 이런 연구 결과가 나오기 위해서는 융합연구가 필요하다. 공기 중에 떠다니는 냄새가 후각 신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밝혀내기 위해서는 분자생물학이 요구된다.

특히 분자생물학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후각 수용기는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연구 장비다. 각각의 음식들을 어떤 그릇에 어떤 모양으로 내놓아야 할지, 또 주변 소음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생화학을 활용하고 있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은 뇌 과학이다. 향미료, 조미료, 양념 등에 대해 사람의 뇌가 어떤 반응을 일으키는지, 또 어떤 종류의 멋과 운치, 정취를 갖춘 식당에 더 매료되고 있는지 등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이전에 몰랐던 심리적인 요리법을 제시하고 있는 중이다.

◇"음식 가치 더 높이고 건강도 증진"

국제 신경미식학회 공동 발기인인 캔터키 대학의 댄 핸 신경학 교수는 신경미식학이 종래 음식에 대한 개념을 바꿔놓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 마음을 통해 이전에 경험할 수 없었던 새로운 음식을 체험할 수 있도록 요리 체계를 재구성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GMO(유전자재조합식품)처럼 음식 유전자에 근본적인 변화를 주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심리적인 요인을 통해 사람들이 더 멋진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눈 방법을 찾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철저하게 연구 협력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는 것도 특징 중의 하나다. "요리사, 과학자, 식품 기술자 등이 협력해 정보를 공유하면서 음식으로부터 나오는 향미, 풍미, 향기 등 맛(flavor)의 진실을 규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댄 핸 교수는 "신경미식학에서는 연구 과정 전반에 걸쳐 소비자 관점을 철저하게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기존의 요리 방식과 비교해 먹는 사람 입장에서 음식의 가치를 더 높이고, 사람의 건강을 더 증진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신경미식학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생리학적인 상식이 필요하다. 입에서 감지된 맛은 뇌세포로 전달돼 무엇이라고 설명하기 힘든 그 느낌을 전달하게 된다. 블루베리를 예로 들 수 있다.

입 안에서 블루베리를 씹으면 작은 조각들로 나누어지고, 이 조각들은 또 침 속에 들어 있는 효소들을 통해 더 작은 크기로 분해된다. 이렇게 와해된 블루베리 조각들은 혀 안에서 수천 개의 돌기들과 접촉하게 된다.

점액을 분비하고 있는 이 돌기 안에는 맛을 느끼는 세포인 미뢰가 50~100개까지 구성돼 있다. 이들 미뢰는 달고, 쓰고, 짜고, 매우며, 감칠 맛 등 5가지 유형의 맛을 식별할 수 있는 맛 수용기다.

그 안에 매우 미소한 양의 음식성분을 인식하고 분석할 수 있는 감각세포들이 들어 있다. 세포들은 맛의 상황을 인지해 신속하게 뇌 세포에 전달하게 된다. 신경미식학은 이 정보전달 과정을 보다 더 세밀하게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댄 핸 교수는 설명했다.

요리에 첨단 과학이 접목되기 시작한 것은 1988년이다. 당시 프랑스 국립농업연구소의 화학자 에르베 티스 박사와 옥스퍼드대 물리학자 니콜라스 쿠르티 석좌교수는 음식을 분자 단위에서 물리학적, 화학적으로 분석하려고 시도했다. 그리고 이런 연구를 '분자 물리 미식학'이라고 칭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미식물리학'과 '신경미식학'이 탄생했다. 그중에서도 신경미식학은 요리사들로부터 각광을 받으며 활발한 협동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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