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밖 과학]'휴대폰 알레르기' 앓는 환자 늘고 있다

머니투데이 김형근 객원기자 | 2015.10.20 08:42

<2>메스꺼움·두통·피로감·손발 저림 호소… 의학적으로는 없는 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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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휴대폰 알레르기’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심지어 직장을 그만 두는 사람도 많다. 일명 전자파 과민증인 이 증상은 의학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원래 알레르기는 특정 대상이 없는 질병이다 ⓒ all4women.co.za<br>
우리 일상생활에서 뺴놓을 수 없는 휴대폰. 대중화된 지 20여 년에 불과한 이 새로운 디지털 세계의 삶에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다. 지난 8월 27일 전자파 과민증을 호소하던 프랑스의 한 여성이 법원으로부터 장애수당 지급 판결을 받아 화제가 됐다.

◇일명 '전자파 과민증', 그러나 의학적으로는 없는 병

법원은 '휴대폰 알레르기'로 인해 일상생활을 하기가 힘들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올해 39세인 전직 라디오 다큐멘터리 프로듀서 출신인 마린 리샤르에게 매달 580파운드씩 3년간 지불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휴대폰 알레르기는 정말 있는 걸까? 하긴 증후군, 공포증 등 갖다 붙이면 모두 병이 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스티브 잡스가 위대한 발명품 '아이폰'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우리에게는 아주 생소한 '단추공포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추공포증은 분명한 의학 용어이다.

하지만 휴대폰 알레르기로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명 '전자파 과민증(EHS)'으로 불리는 이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은 많다. 그러나 의학적으로는 아직 정식 질병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휴대폰 알레르기라는 병명은 존재하지 않는다.

마린 리샤르에게 장애 판정을 내린 법원의 결정이 화제가 된 것은 전자파 과민증을 과연 질병으로 인정해야 하느냐를 두고 논란의 여지를 남겼기 때문이다.

휴대폰으로 인해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휴대폰을 자주 사용하면 닿게 되는 뺨과 귀에 접촉성 피부염이 일어난 경우는 꽤나 많다. 휴대폰의 케이스나 메뉴 버튼에 사용된 니켈이 피부와 자주 닿게 되면 부위인 뺨과 귀가 빨갛게 달아오르거나 가려운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휴대폰 알레르기와 전혀 다른 차원이다.

◇메스꺼움·두통·피로감·손발 저림 증상 나타나

리샤르처럼 전자파 과민증을 앓는 사람들은 휴대전화와 TV, 와이파이, 그리고 전자기기의 전파가 메스꺼운 느낌의 욕지기, 두통, 피로감, 손발 저림, 그리고 심장의 두근거림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한다.

AFP통신에 따르면 이후 리샤르는 그런 증상 때문에 결국 직장을 그만 두고 프랑스 남서부의 오지로 이주했다고 한다. 전기가 전혀 사용되지 않는 곳에 정착했다고 한다.

이 통신은 법원 판결과 관련해 "리샤르의 증상은 일을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었다"고 보도했다.


의학적으로 이러한 병명이 없지만 세계보건기구(WHO)는 휴대폰 알레르기를 인정하고 있다. "한동안 전자파(EMF)에 노출이 원인이라며 갖가지 건강 이상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았다. 증상이 가벼워 전자파를 피하려 애쓰는 사람들이 있는 반면 증세가 심각해 직장을 그만두고 생활방식을 완전히 바꾸는 사람들도 있다"고 WHO 보고서는 지적했다.

◇검증 작업에 나섰으나 근거는 없어

한편 영국의 유력 일간지 '가디언'은 휴대폰 알레르기가 실질적으로 있는지, 그에 대한 검증 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호하게 "그런 병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전자파에 민감한 증상을 보이는 11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46건의 이중맹검조사를 리뷰한 결과도 있었다. 이중맹검조사는 연구자나 피험자 모두에게 내용을 알려주지 않고 실시하는 조사방식이다. 그러나 휴대폰 알레르기 이론을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는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면 휴대폰 알레르기를 호소하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분명한 것은 그런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 12세 소년의 부모가 미국 매사추세츠주의 학교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학교에서 와이파이 강도를 높인 뒤 두통, 코피 등의 증상이 나타났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의 '그린뱅크' 전자파 과민증 환자들의 피난처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최근 웨스트버지나주의 그린뱅크가 전자파 과민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의 피난처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왜냐하면 미국의 '국가지정 전파규제지역'내에 있기 때문이다. 극도로 민감한 '로버트 C 버드 그린 뱅크 망원경'으로 인해 첨단기술은 모두 금지되는 곳이다.

천문학자들은 이 전파 망원경을 이용해 은하수 진화의 희미한 흔적을 추적한다. 전파가 조금만이라도 방해를 받게 되면 조사를 망칠 수가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유일하게 휴대전화가 금지되는 지역이다.

자금까지 학계의 판정에도 불구하고 전자파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는 사람들은 늘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휴대폰 알레르기에 대한 판정은 언제든지 뒤집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 알레르기는 특정 대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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