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사태 이후, 진짜 경쟁은 지금부터다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 2015.10.14 11:34

[우리가보는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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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아우디의 중형 세단 A6를 시승했다. 휘발유로 움직이는 '50 TFSI 콰트로' 모델이었다. 차는 힘 좋고 잘 나갔다. 가속 페달을 밟는 대로 안정감 있게 쭉쭉 뻗어 나갔고,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정확하게 섰다. 차 안에 있는 동안에는 '이러니 아우디를 타는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지난달에는 현대자동차의 신형 아반떼를 탔다. 준중형 차이지만 시속 200km를 넘겨도 불안하지 않았다. 엔진 소리는 기분 좋게 조율돼 있었다. 풍절음이나 노면 소음도 귀에 크게 거슬리지 않았다.

두 차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어불성설이다. 차 값만 4배 차이가 난다. 아우디 A6 50 TFSI 콰트로는 9000만원이고, 아반떼는 가장 비싼 트림이 2371만원에 불과하다. 차급도 중형차와 준중형차로 다르다.

분명 아우디 A6는 디자인이나 성능 면에서 일반인의 드림카로써 충분했다. 아반떼는 내부는 화려하지 않고, 움직임도 '쫙 깔려서' 가는 느낌이 아닌 다소 들뜬 느낌이다.

하지만 아우디가 만약 아반떼 가격에 차를 내놔야 한다면 아반떼만큼 잘 만들 수 있을까.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진다면 아반떼는 분명 '슈퍼노멀(비범한, 평균을 초월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이기 충분한 좋은 차다. 자동차 기자 생활을 하면서 현대기아차가 가성비가 좋은 차를 만드는 기술은 탁월하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되는데, 아반떼를 탔을 때 역시 그랬다.

아우디가 속한 아우디폭스바겐그룹은 최근 디젤차 배출가스 눈속임 논란의 한 복판에 있는 회사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는 후발 주자들의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상황에서, 보다 뛰어난 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내연기관 자동차 기술을 이끌어온 것은 언제나 독일차였다. 칼 프리드리히 벤츠가 1885년 4행정 가솔린 엔진에 3개의 바퀴를 단 세계 최초의 자동차를 내놓은 이래 독일차는 항상 '퍼스트 무버'였다. 최첨단 자동차 기술의 경연장인 포뮬러1이나 르망24시, WRC는 거의 벤츠와 포르쉐, BMW, 아우디 등 독일차의 무대다.

하지만 현대차를 비롯한 퍼스트, 세컨드, 서드 팔로어들의 추격이 만만치 않다. 특히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차 기술이 내연기관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가운데 이 분야에서는 이미 토요타와 테슬라, 현대차 등에 '퍼스트 무버'자리를 내줬다. 연비나 성능, 환경 면에서 보다 앞선 것처럼 보여야 한다는 생각이 결국 소비자와 당국을 속이는 행위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폭스바겐의 연비 사기가 독일차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될 조짐이지만 독일차가 전체 자동차 산업을 한 단계 올려놨음은 부정하지 못한다. 특히 국내 시장에서 그렇다. 독일차는 현대기아차가 차지하던 국내 시장에서 '경쟁'이라는 구도를 이끈 주역이다. 그 결과 현대기아차의 내수 제품 품질이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그 혜택은 소비자가 보고 있다.

이번 사태로 독일차가 성능과 연비가 좋고, 배출가스는 덜 내뿜는다는 환상은 깨졌다. 국내 시장에서 '독일차 프리미엄'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본다. 아울러 고가 수입차에 더 유리한 보험, 세금 제도도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한편으로 기왕이면 국산차를 사야 한다는 '애국심 마케팅'도 많이 사라졌다. 선입견과 불공평한 제도가 사라진 시장. 국산차와 수입차가 이제 같은 출발선에 섰다. 진짜 경쟁은 이제 막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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