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째 새벽 4시에 출근하는 공무원…'스크랩 외길 인생'

머니투데이 세종=정현수 기자 | 2015.10.14 03:25

[피플]정기재 기획재정부 홍보담당관실 사무관…1977년 임용 이후 스크랩 업무 한길 걸어

정기재 사무관이 세종시에 위치한 기획재정부 청사에서 스크랩 업무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그의 하루는 새벽 4시에 시작된다. 1977년 이후 40여년 동안 변함 없이 이어진 일과다. 순환근무가 보편화된 공직사회에서는 이례적으로 같은 길만 걸었다. 그의 업무는 신문 스크랩. 출근이 빠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기획재정부의 최장수 공무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정기재 사무관의 이야기다.

정부세종청사에서 인터뷰를 위해 만난 정 사무관은 대뜸 "기삿거리가 되겠냐"며 걱정을 앞세웠다. 매일 수백, 수천개의 기사를 읽고 분류하는 그에게 가장 어울리는 질문이었다. 그리고 그의 39년 공직 인생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질문이기도 했다.

정 사무관은 1977년 3월 당시 경제기획원 임용과 함께 공무원의 길을 걸었다. 그는 당시에도 홍보담당관실 소속이었다. 39년의 시간을 신문과 함께 보냈다. "신문의 활자만 봐도 어느 언론사 기사인지 아는 정도는 됐다"는 그의 말이 빈말로 들리지 않는다.

정 사무관의 일과를 한번 살펴보자. 그는 새벽 4시에 일어나 4시30분 출근한다. 출근하자마자 먼저 인터넷으로 기사를 훑어보고 요약본을 각 간부들에게 문자메시지로 보고한다. 새벽 5시에 신문이 배달되면 본격적으로 스크랩에 나선다. 모든 스크랩은 오전 7시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그의 손을 거친 스크랩은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재부 고위 관료들의 여론 창구 역할을 한다. 기사 확인을 스크랩에만 의존하는 관료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웃지못할 일까지 생긴다. 각각의 정책담당자들로부터 정책 기사를 잘 반영해달라는 부탁을 받는 경우다.


그의 스크랩은 기재부 밖에서도 힘을 발휘한다. 기재부에서 만든 스크랩은 주요 부처와 국회, 유관기관들에도 공유된다. 이렇게 배포되는 스크랩만 총 300부다. 정 사무관은 "그만큼 책임감을 많이 느끼고 있다"며 "지각을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지각을 한 적이 없다. 과거에는 전날 일정이 많으면 사무실에서 잠을 청하는 경우도 많았다. 지각을 하면 안된다는 사명감에서다. 이렇게 쌓인 노하우는 다른 부처로 전파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지금도 상당수 부처의 홍보담당관실에서 그에게 노하우를 배우러 온다.

기재부의 '산증인'인 정 사무관은 최경환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과 최근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최 부총리가 1981년 초임 사무관 시절 같이 근무했던 기재부 직원들에게 식사를 대접하는 자리였다. 정 사무관은 이 자리에 최장수 공무원 중 한명으로 참석했다.

정 사무관은 "39년 동안 기재부에서 근무하면서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지만 변함이 없는 사실 하나는 직원들이 정말 사명감을 가지고 열심히 근무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엘리트 조직인 기재부에서 오랜 기간 몸 담을 수 있었다는 걸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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