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떠나는 스몰캡 애널리스트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 2015.10.14 03:19

업무 강도·규제는 늘어나는데 대우는 마땅찮고

스몰캡 애널리스트들이 증권사를 떠나고 있다. 과중한 업무에 비해 미래가 불확실하다고 판단한 젊은 인력들이 다른 길을 모색하고 있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이태경 전 현대증권 신사업팀(기존 스몰캡팀) 애널리스트는 이달 중순부터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으로 출근할 예정이다.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은 신규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사모투자펀드(PEF)의 기반을 닦기 위해 이 전 연구원을 영입했다. 허필석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 대표는 "PEF는 이제 막 준비하기 시작한 상황"이라며 "이 애널리스트를 영입해 투자할 만한 회사들이 있는지 검토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유진호 전 NH투자증권 스몰캡 애널리스트는 IBK자산운용 펀드매니저로 이동했고 오두균 전 이베스트증권 스몰캡 애널리스트는 케이원투자자문 애널리스트로 옮겼다. 종목장세가 지속되면서 바이(Buy) 사이드(주식을 매수하는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에서 자체적으로 리서치 역량을 키우고 있어 스몰캡 애널리스트에 대한 수요는 늘고 있다.

애널리스트 입장에서도 공식 리포트를 지속적으로 발간해야 하는 증권사보다 바이 사이드가 마음이 편하다. 증권사당 스몰캡 인력은 3~4명에 불과한데 한명당 10개 기업을 담당한다고 해도 한 증권사가 담당할 수 있는 기업은 총 30~40개에 그친다. 따라서 스몰캡 애널리스트들에게 실적 시즌은 야근 시즌이다. 업종도 다르고 사업 구조도 다른 중소기업들의 실적을 심도 있게 분석하려면 야근을 해도 시간이 부족하다.


한 애널리스트는 "요즘은 기관투자가들이 시총 1000억원 규모의 소형기업까지 관심있게 본다"며 "기관투자가 대상의 프레젠테이션에 갔다가 이런 종목도 모르냐며 핀잔을 듣는 일도 있다"고 토로했다. 담당 기업이 구설수에 오르는 날이면 애널리스트는 마음이 불안하다. 지난 7월에 도입된 '시장질서 교란행위 규제'로 정보수집은 어려워지고 처벌이 강화된 것도 부담이다.

반면 처우는 개선되지 않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억대 연봉의 스타 애널리스트는 사라진지 오래다. 아예 금융권을 떠나 기업 IR(투자자관계) 부문으로 옮기는 사례도 적지 않다. 금융업이 예전과 같은 호황을 누리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2년 전 중소형사의 IR 담당자로 자리를 옮긴 전직 애널리스트는 "당시 제약 분야 애너리스트 1명을 빼고 전체 애널리스트의 연봉이 삭감됐다"며 "더이상 스타 애널리스트를 꿈꿀 수 없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이 세계화하면서 산업 현장에 있어야 해외 근무 등 경험을 많이 쌓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권에서는 오히려 공장 탐방 외에 특별한 지식이나 노하우를 축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스몰캡 리서치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는데 팀을 꾸려가기가 쉽지 않다"며 "모든 리서치센터의 고민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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