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위기에 처한 이동필 장관의 '약속'

머니투데이 세종=정혁수 기자 | 2015.10.13 03:20
정혁수부장대우
“정부는 국내 쌀 산업 보호를 위해 현재 추진중이거나 앞으로 추진 예정인 모든 FTA(참여결정시 TPP포함)에서 쌀을 양허 대상에서 제외하겠다”(이동필 농림축산식품장관, 2014년 7월18일, 쌀 관세화 발표시)

70여만 가구에 이르는 국내 쌀생산 농가의 걱정을 진심으로 헤아려서였을까.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해 쌀시장 개방을 선언하면서 앞으로 양허(상품의 관세를 일정세율이상 올리지 않거나 서비스의 경우 특정업종을 개방하기로 한 약속) 대상에 결코 쌀을 포함시키지 않겠다는 대목에서 유독 힘을 주었다.

그는 또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높은 관세율을 설정해 국내 쌀 산업을 보호 하겠다”며 당시 쌀시장 개방을 반대하는 농민들을 설득했다.

그로부터 1년여가 지났다. 이동필 장관은 그동안 취약해진 국내 쌀 농가의 권익보호와 이를 위한 시장대책 마련에 주력했지만 그 효과를 농민들이 체감하기에는 현실과의 괴리가 여전히 큰 것 같다.

현재 80kg 쌀 값은 지난해 17만원대에서 최근 15만원대까지 떨어진 상태이고 정부 재고량 역시 만만치 않다. 지난 9월말 재고량은 130여만톤으로, 이같은 추세라면 재고량 150만톤을 기록한 지난 2010년 기록을 능가할 기세다. 쌀값 폭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실망한 일부 농민단체에서는 '이동필 장관 퇴진' 등 격한 목소리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이동필의 1.2.3.4.’를 통해 그는 무엇을 고민하고, 무엇을 정책으로 만들어 냈는 지 궁금하다. (이동필 장관은 취임 후 1달에 2번 이상 현장을 찾아, 적어도 3시간 이상 머무르며 4명 이상과 만나 농정을 주제로 스킨십을 나누고 있다.)

이런 와중에 ‘국내 쌀산업을 보호 하겠다’던 이동필 장관을 더 옥죄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정부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 가능성이 커 지면서 농업부문의 쌀 시장 추가 개방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이동필 장관은 얼마 전 국회 국정감사에서 TPP 참여에 대한 질문을 받고 “농정 책임자로서 좀 더 신중하게 이해득실을 따져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며 확고하지만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국익에 부합하는 결정을 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보이지만 기류상 TPP 참여는 거의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경제적 실익이 별로 없다’며 TPP참여에 적극적이지 않던 정부가 ‘참여하게 되면 10년 후에 GDP(국내총생산)가 1.8%까지 증가하는 반면 참여를 안하면 오히려 0.12% 감소한다’고 주장한다.

이미 TPP 12개국중 미국 등 10개국과 FTA를 체결한 상황에서 우리가 TPP에 참여할 경우 얻는 순수 효과는 일본, 멕시코 두 나라와 FTA를 맺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부는 이번에도 "쌀은 양허 대상에서 제외해 지속적으로 보호한다는 게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문제는 우리 정부의 TPP 참여가 현실화 될 경우 추가적인 농업 개방 압력이 상당할 것이라는 우려다.

실제 TPP 가입으로 일본 등에 대한 국산 농산물의 수출이 더 확대될 것이라는 낙관에도 불구하고 TPP 1차 참여 12개국에 대한 우리 농식품 부문의 수출 금액은 수입의 1/4 정도에 그쳐 국내 농가의 피해 가능성이 클 수 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여기에 뒤늦게 참여하는 데 따른 패널티로 농업에 대해 더 높은 수위를 요구받을 수도 있다.

포괄적인 검토가 진행되더라도 우리 정부의 TPP 가입여부는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필 장관은 1년 전 'TPP를 포함한 모든 협상에서 쌀을 양허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공언했었다. 이게 그의 소신이었다면 '근거없는 자신감'이었을 것이고, 아니라면 그는 세상 돌아가는 일에 어두운 '우물안 개구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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